어기구(경제학 박사, 순천향대학교 교수)

우리나라 국민행복지수는 OECD국가 중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90년대만 해도 OECD국가 중 중간정도 했던 자살률이 근래에는 하루 평균 42명으로 OECD국가 중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왜 이리 자살을 하는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살기가 너무 팍팍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장애인, 노인, 실업자,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들은 물론 자영업자와 정규직들도 상시적 고용불안과 빚더미에 시달리고 국가복지 부족으로 좀처럼 절망의 나락에서 벗어날 수 있겠다는 희망을 잃어 버려 소중한 생을 스스로 마감하는 게 아닌가 싶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과거 7~8%대 고도 성장기에서 벗어나 지금은 3%대 성장도 어려운 상황이고 앞으로 10년 후에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1%로 떨어질 거란 예측도 있다. 튼튼했던 한국경제가 저성장, 저소비, 저출산, 고실업, 고령화 등으로 급속하게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산업?기업?지역?고용?소득 등 모든 분야에서 점점 벌어지는 사회양극화 현상은 개선될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고 있고, 이는 한국경제의 역동성과 사회적 이동(upward social mobility)의 기회를 박탈하여 계층 간 분열과 빈곤의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다. 그 동안 한국경제를 지탱해왔던 전자, 석유화학, 조선, 철강, 자동차 등의 분야도 중국의 추격과 미국 일본 등의 통화정책으로 말미암아 수출시장에서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고, 한?중, 한?미, 한?호주 등과의 FTA 체결로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농?수산?축산 분야 등은 그야 말로 직격탄을 맞을 지경이다. 그야 말도 총체적 위기이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까? 필자는 이러한 나라걱정에 잠을 청할 수 없다. 과거 압축성장기에는 분배시스템이 없어도 경제성장이 양호한 소득분배와 고용 창출로 이어졌으나 최근 진행되는 사회양극화 현상을 보면 과거 성장이 분배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파괴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우리사회가 다시 활력을 찾으려면 우선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번지고 있는 사회 양극화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한다고 본다. 양극화를 잡고 사회통합을 이루어내지 못하면 절대 선진국으로 갈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구조의 양극화는 비정규직의 급증, 중간소득 일자리의 축소 등 노동시장 양극화 현상에 그대로 반영되고, 이는 다시 소득분배의 양극화, 소비의 양극화, 그리고 교육기회의 양극화로 연결되어 사회통합에 치명상을 준다.
그럼 이 양극화를 어떻게 잡을 수 있을까? 필자의 생각에 양극화 극복은 지금 잘나가는 대기업, IT, 수출기업들과 뒤처져있는 중소기업, 비IT, 내수기업 등과의 격차를 줄여 함께 동반성장의 길을 찾는데 있다고 본다. 선도기업인 대기업들에게는 더 잘 나갈수록 박수를 쳐주어 더 잘나갈 수 있게 해주고 낙후기업인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들이 치고 올라올 수 있도록 각별한 정부지원이 필요하다 하겠다. 여기에서 재벌과 대기업들은 이미 충분한 생존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조금만 도와주어도 되지만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은 적극적이고 포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하겠다. 그래서 산업?기업 간 격차를 줄여나가면서 잘나가는 부문과 뒤쳐진 부문이 함께 동반성장을 이루어 내야 한다. 지금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양극화를 잡지 못하면 우리나라도 극심한 정치사회적 불안정으로 멕시코와 아르헨티나처럼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지금 멕시코의 무정부 소요사태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야 한다.
다음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복지수준은 OECD국가 중 멕시코 다음으로 꼴찌다. 공공사회지출이 GDP 대비 10% 남짓하여 OECD국가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으로 무장한 나라가 선진국이다. 미국과 캐나다, 일본을 제외하면이 지구상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모두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유럽의 복지강국들이다. 필자가 유럽에 10여년 살면서 배우고 깨달은 것은 선진사회로 가려면 그에 걸맞은 사회안전망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국민의 힘을 한곳으로 모을 수 없으며 지속가능한 성장도 불가능하다.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 인적자본 향상으로 경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경기순환에 대한 경기자동조절장치(built-in stabilizer) 역할을 하며, 소득재분배기능 강화로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고, 근로자들의 소득불안정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노동생산성을 높여주고, 노사관계안정 등 정치사회적 안정에 도움을 주며, 저출산, 고령화 등 사회문제에 사전적으로 대응을 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노령, 질병, 산재, 실업 등 사회적 위험에 대한 예방기능을 강화하며, 국민들께 자발적 자원봉사문화를 조성할 수도 있고, 사회복지 관련 산업의 활성화를 통한 사회적 일자리 등 국가고용률을 높이는데 기여하며, OECD국가 증 꼴찌를 달리고 있는 부정적인 국가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돌리는 데에도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당진시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당진시도 현대제철 등 잘나가는 대기업들 지원도 중요하지만 뒤처져있는 중소기업들 지원에 더욱 더 많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국가 고용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당진시의 보배이기 때문이다. 또한 당진시의 사회안전망을 더욱 강화돼야 한다. 복지와 일자리 사업은 국가사업이라는 인식을 버리고 지자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지자체가 그렇듯이 중앙정부에서 내려오는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고용과 복지에 쓸 돈과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노인, 장애인, 아동 등 사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대상자의 욕구는 점점 더 복합적으로 변해가는 데 최전방에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복지인력들은 열악한 고용여건에 시달리고 있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그렇지만 있는 자원이라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 한 가지 제안하면, 당진시에 고용복지통합서비스센터를 개설하여 당진시의 복지와 일자리 관련 사업들을 모아내고 통합하여 원스톱서비스체제를 갖추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여본다. 여기에 공공기관은 물론 기업의 사회공헌, 노조조직, 서비스기관, 시민단체 등 공공 및 민간의 자원보유기관들을 망라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들 간의 정보공유 및 합리적 배분시스템 구축을 통해 민관이 지역사회내의 자원 총량을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지금 모든 지자체가 그렇듯이 중앙의 여러 부처에서 내려오는 복지와 일자리 사업들을 지방에서 모아내는 깔때기 역할을 하는 시스템이 없어 서비스제공의 대상 및 사업의 중복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자원의 적절한 배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고 사각지대 발생 및 서비스 제공기관 간 역할분담과 조정에 의한 서비스의 심화 및 확장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 동안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들은 중앙의 복지와 일자리 예산을 단순히 읍?면?동으로 전달하는 역할 정도만하고 지역특성에 맞는 정책 개발에는 게을리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우리 당진시만큼이라도 우선 고용과 복지분야에서 통합적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축하여 선진적으로 대처했으면 한다. 필자가 둘러보니 유럽 국가들은 물론 일본과 영국의 경우에도 기존 중앙정부의 복지담당 부처와 고용담당 부처를 통합하여, 지역에서는 복지와 보건, 고용, 기타 사회서비스, 더 나아가 정부의 공공서비스 전체를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호주도 지역의 센터링크(Centerlink)를 통해 고용복지 대민서비스를 원스톱(One-Stop)으로 제공하고 있다. 호주국민은 센터링크에만 가면 정부가 지원하는 모든 고용복지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받을 수 있고 심지어 지역 내 민간기관에서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까지도 자세한 안내를 받고 있었다.
따라서 우리 당진도 중앙에서 내려오는 모든 고용복지예산을 한 곳으로 모으고 배분하는 역할을 할 고용복지통합서비스센터를 구축하여 중앙과 지방정부에서 지원하는 각종 사회복지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읍?면?동사무소를 주민복지?문화센터로 전환하여 고용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전초기지화 하면 어떨까 하는 조심스런 제안을 해본다. 그래서 지역주민들에게 공공과 민간에서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도 안내하고, 수요자 종합상담도 할 수 있도록 하여 사회복지서비스의 국민체감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모법도시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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