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기구(경제학 박사, 순천향대학교 교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정감사가 끝났다. 이번 국감에서 이명박 정부로부터 이어진 불법과 탈법, 비리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22조원의 4대강사업, 43조원의 자원비리외교, 방위산업체비리 등 수십조 원의 국민혈세 등, 낭비내역이 ‘양파껍질’처럼 까도까도 계속 나오고 있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4대강사업의 폐해는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이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창궐하고 있는 4대강 녹차 라떼, 하상의 점토질화, 기괴하게 생긴 큰빗이끼벌레 등 4대강사업이 초래한 환경파괴가 가희 충격적이다. 22조원의 국민혈세 투입도 모자라 앞으로도 유지관리를 위해 매년 수천억 원의 세금이 추가로 투입된다고 하고, 수자원공사의 천문학적 부채를 갚는다며 애꿎은 수도세 인상을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한다. 4대강 사업 낙동강 공사구간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동문들인 포항 동지상고 출신들이 싹쓸이해서 건설업자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자원외교 역시 무능과 부패, 불법과 탈법의 복마전으로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43조원의 혈세가 투입된 자원외교는 MOU를 체결한 71건 중 단 1건만 계약이 성사된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공사는 캐나다에서 1조 7,000억 원, 이라크에서 4,400억 원, 아랍에미리트에서 800억 원, 가스공사도 캐나다에서만 7,000억 원의 혈세를 낭비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넘어오고 있다. 오죽하면 석유공사가 캐나다 하베스트사를 매입할 때 현지언론이 What were the koreans thinking?(도대체 한국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라고 비아냥거렸을까. 국제적 망신살이 뻗쳤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밝혀지는 방위산업체 비리는 국가안보의 총체적 부실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해군 구조함의 핵심장비부터 군용 베레모까지 어느 하나 비리와 연계되지 않은 게 없다. 방탄복마저 적의 화기 앞에 속수무책 구멍이 뚫리고, 전군이 사용하는 통신암호 장비도 제 기능을 못해 군사기밀이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대로 출항도 못하고 무용지물로 전락해버린 ‘통영함’은 물론이고, 자석만 가까이대도 발사되는 복합소총, 파도 때문에 물에 잠겨버리는 상륙장갑차까지 국가 안보를 지켜야하는 무기들이 ‘녹슬’거나 ‘불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위산업 비리’로 대한민국의 안보가 녹슬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이명박 정권의 실정과 과오, 비리와 부패의 책임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이명박 정부에서 ‘자원외교’를 진두지휘하며 천문학적 국민 혈세 낭비를 가져오게 한 장본인(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 현 정부의 경제수장을 맡고 있는 최경환 장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의 경제수장을 맡아 초이노믹스를 주창하고 있고, 방위산업체 비리의 본거지로 지목되고 있는 방위사업청을 이끌었던 노대래 직전 청장은 놀랍게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겨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또한 통영함 관련 비리에 책임을 져야할 당시 황기철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은 우리 바다를 책임지고 지켜야하는 해군참모총장으로 ‘영전’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12척의 배로 수백 척의 왜선을 무찌른 이순신 장군의 의기를 칭송만 할 것이 아니라, ‘12척’의 배만 남게 만든 자들이 계속 정부요직에 남아 영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그들의 ‘무능’이 ‘12척’의 배만 남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전 정권에서 눈치만 보고 제대로 된 수사를 못한 이명박 정권의 3대 비리인 <4대강비리>, <자원외교비리>, <방위산업체비리>를 박근혜 정권이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주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불법과 탈법의 역사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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