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과 자웅을 견줄만한 태고의 신비감과 천혜의 비경

설악산의 단풍은 지난 18일을 기점으로 최절정에 다달아 이번 주까지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지난 휴일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설악산을 방문해 아름다운 단풍에 취하였다. 푸르른 녹색의 자연이 붉게 물드는 것은 자연의 현상이지만, 그러한 현상은 우리들에게 시, 음악 그리고 커피의 냄새를 연상케 한다.
사계 중 가장 아름다운 자연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단풍여행에 마지막 한주를 즐겨보길 바란다. 가을 단풍이 물든다는 것은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백두대간에 가장 수려한 봉우리를 자랑하는 설악산(1708m) 공룡능선은 태고의 신비감과 천혜의 비경이 사계절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민족의 영산이다.
가을 찬 서리에 붉게 물든 잎 사이로 얼굴 없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서는 잎새에 한번쯤 만나고 싶은 충동감을 느끼는 심산이며 또한 민족의 영원한 문화유산이자 자랑거리다.
산은 비록 설산 또는 설봉산이란 첫마디의 설(雪)자를 쓰지만 꽃피는 봄이면 봄대로, 만산홍엽이 완연한 가을이면 가을대로 계절 따라 전혀 다른 진면목을 보는 듯한 경관을 자랑한다. 설악동을 한 시간 거리에 두고 비선대를 초입 잡아 마등령을 올라보니 옥색비단 자수처럼 반짝이는 물 장판 펼쳐진 넓은 반석 위에서 하늘을 떠받치며 장엄하게 서 있는 장군봉과 비선대를 바라보니, 이 산세와 계곡의 풍치는 가히 산중의 산이요! 계곡중의 계곡이다.
발길을 옮기니 산세가 가파르고 험준하여 선인들은 마치 말 잔등을 닮았다하여 마등령이라 하였으며 손을 내밀면 땅에 닿으며 크고 작은 돌계단이 연속된 길이다. 장중한 비선대의 밑둥을 따라 시간 반을 오르니 산은 약간 조망을 보여주며 남으로 천불동 계곡의 침봉과 동으로 화채능선이 그 수려한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10여분 오르니 공룡능선의 화려한 동 사면이 보이고 대자연의 신비감이 그대로 살아 숨 쉬며 깊고 그윽한 설악의 좌골과 우골이 한눈에 들어온다. 좌골의 맹주 범봉과 우골의 맹주 나한봉이 장엄하게 서 있고 이 봉우리를 중심으로 수많은 가지 능선이 우뚝 솟아 일만 이천 봉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이 아름다운 경관은 마치 산수화를 보는 듯하며 아침햇살을 받아 현란한 입체감을 드러내니 신비스러울 만큼 아름다운 경관이다. 비선대에서 마등령에 이르는 길은 초보자에게는 너무 지루하며 곤혹스러운 길이다. 유선형을 닮은 등산길은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은 길이며 돌아서고 돌아서기를 10여 차례 반복하니 마등령에 이르는 길이지만 그 반면 설악의 여느 구간보다도 화려한 조망이 뛰어난 구간이다. ‘공룡능선’은 백두대간 중에서 가장 험준하고 위험스러운 코스다. 하지만 수려한 봉우리들이 적당한 거리와 간격을 두고 산재하여 있으며 설악을 대표하는 능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자태 또한 금강산과 자웅을 견줄만한 경관을 자랑하며 온 나라의 수려한 봉우리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듯한 곳으로 이곳을 옛날부터 “설악 중 설악”이라 부르기도 한다.
공룡능선 초입에 들어서니 아름드리 측백나무들이 기다랗다 땅위에 뻗어 줄기를 형성하듯 자생하며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등산로는 통제하는 구간이니 새로운 세상의 분위기와 동아줄을 타는 듯 한 기분을 느낀다. 그러나 너무 위험하니 굳이 안전을 생각하면 권할 만한 구간은 아니다.
우골의 맹주 나한봉의 단풍은 조금더 붉고 아름답지만 그것까지 눈에 들어올 정도로 여유를 부릴 구간은 아니다. 나한봉을 지나 산사태가 잦은 내리막을 내려서니 무명봉에 이른다. 참으로 대단한 고봉이며 능선상에 이렇게 표고가 심한 곳은 없으리라. 이제는 하는 마음에 앞을 바라보니 1,275봉이 다가서며 거대한 봉우리 3개가 단을 이룬다. 암반 밑둥을 따라 마지막 봉에 이르니 설악골로 향하는 안부에 이르며 고개 넘어서면 범봉이 보이고 또 다시 좌측을 향하면 설악골이며 우측은 잦은 바위골로 향한다.
1,275봉 정상을 넘어서니 높이 10m의 둥근 바위가 지친 등산객의 앞을 가로막는다. 
이 경사가 끝날 때 즈음 공룡능선의 대표적인 남근바위가 너무 정교해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잠시 가쁜 숨을 고르고 앞을 보니 하늘에 피어나는 꽃! 천화대의 8개 아름다운 꽃봉오리가 그 자태를 드러낸다. 그리고 오던 길을 다시 바라보면 나한봉과 무명봉이 촛대처럼 장중하게 서 능선을 넘나드니 구름도 쉬어가게 한다고 한다. 천화대 2봉 중간을 지나 새롭게 나타난 급경사와 산허리를 돌아 신선봉에 이른다. 북으로 바라보는 전망은 공룡능선이 한 눈에 들어오며 그 조망이 무릎을 칠 정도로 아름답다. 탁 트인 정상은 가슴속까지 시원스러우며 손만 내밀면 잡힐 듯한 대청봉과 중청의 수려함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온산은 수려한 암봉이며 그 주변은 온통 붉게 물든 절경의 산홍이다. 산 빛이 현란하니 그 밑을 스쳐가는 사람 또한 산빛이다. 흙길을 걸으니 포근해서 좋으며 암벽에 올라서니 새침해서 더욱 좋다. 설악은 참으로 아름다운 산이며 수많은 세월이 흘러도 찬 서리에 붉게 물든 단풍이 4월 봄꽃을 보는 듯 마음 깊은 곳에서 나도 모르게 찾아가는 산! 설악산은 영원토록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등산객을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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