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충재ㆍ박병순 부부

지금으로부터 52년 전, 당시 노총각이라며 놀림 받던 25살의 최충재(77세)씨는 아내 박병순(76세)씨와 약혼, 세달 후 결혼식을 통해 백년가약을 맺었다.
그리고 속절없이 지나가버린 세월이 반백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청년은 어느새 늘어난 주름살의 할아버지가 되었고 아내 역시 미모의 아가씨에서 할머니로 변화했다. 누구도 뿌리칠 수 없는 시간이 야속할 수도 있건만, 이들 부부는 변치 않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자식들 공부를 모두 할 수 있었던, 평생을 종사해온 축산업을 올해 폐업하게 된 최충재씨. 이유를 묻자 “체력이 예전같지 않어. 힘들어서 그만뒀지… 시원섭섭혀”라고 전했다.
순회(소를 맡아 키우는 것)를 통해 소 80마리를 직접 키워 송아지를 얻고 축산업을 시작하게 된 최충재씨는 그야말로 밤낮없이 일했다고 한다.
아내 박병순씨는 “참 지지리 고생했지. 2남 2녀 자식들 먹이고 살려면 항상 새벽에 일어나 일하고 소 맥이고 밭일하고… 하루가 언제 가는지도 몰랐어. 그래서 지금 참 좋아. 아이들이 잘 크고 결혼도 잘 해줘서 너무 기특하지”라며 “그때 힘들어서 지금 편안할 수 있다고 생각해”라고 전했다. 
소농가들이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 최충재씨에게 견해를 묻자 “축산농가가 사라지고 대기업들이 모조리 소, 돼지를 키울거 같어. 소를 키워 자식을 키워온 나여서 그런지 좀 안타깝지. 더불어 사는걸 조금 이해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어” 
고대면 출신의 이들 부부는 긴 세월동안 단 한 번도 타지에 나가본 적 없었다. 그만큼 바삐 살았고 지역의 사람들과 함께 일해 왔다.
최충재씨는 바쁘게 살아온 만큼 지역에 대한 사랑도 컸다. 무궁화장학회 회장에 역임, 다수의 회원들을 모집하는 등 혁혁한 활동 등으로 고대초등학교 감사패 2회를 수상했으며, 현재 무궁화장학회는 고대초등학교에 고스란히 남아 지역 꿈나무들의 학업을 돕고 있다.   
이들에게 시간은 속절없이 빨랐지만 그저 야속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들 부부가 살고 있는 집은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었던 산에 불과했는데, 최충재씨가 직접 개간해 초가집을 만들었고 이후엔 기와를 올려 기와집, 지금은 슬라브집으로 변모했다.
최충재씨는 “제금나가 가정을 처음 꾸린 이 집은 참 많은 기억들을 담고 있지”라며 “시간이 참 많이 흐른걸 집을 볼 때마다 느껴. 처음에는 오두막살이에 불과했었는데말여”
이어 “힘들었던 예전시절, 그래도 함께 일하고 다 함께 땀을 나눴던 것 같어. 요즘은 이기주의가 만연해서 아쉬움이 남는디,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된다면 조금 더 행복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싶네”
아내 박병순씨 역시 지역에서 크고 작은 활동으로 바쁜 하루하루를 여전히 보내고 있다. 옥현교회 원로장로이자 노인대학 학생으로써 부단히 활동하고 있는 것.
박병순씨에게 바라는 점을 묻자 “아이들 건강하게 잘 살고, 우리는 남은 여생을 잘 보내면 더 바랄게 없을 것 같어. 남편이 신앙생활도 좀 열심히 했으면 좋겠고”라고 전했다.    
끝으로 최충재씨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크면 크고 작으면 작은 소망인데, 서민들이 살기 좋은 당진이 되면 좋겠어. 다 행복하고 웃을 수 있는 동네가 되는 게 바라는거여”라고 전했다.
세월은 흘렀고 약혼식의 선남선녀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다정한 모습, 52년째 한 이불을 덮고 자는 이들 부부가 부러운 것은 ‘세월이 낳은 추억’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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