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간 중학교 내 학교폭력 증가추세

지난 6월, 호서고등학교와 당진고, 당진정보고, 서야고, 합덕제철고 등 당진소재학교의 21명의 고교생들이 일진회를 결성, 2년에 걸쳐 후배 중학생 19명을 집단폭행, 금품갈취 등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나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현재 관내 초ㆍ중ㆍ고교의 학교폭력 실태는 어떠한지 알아보았다.

학교폭력 실태 현황…497명 ‘당했다’
‘윤일병 사망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군대폭력이 학교폭력의 연장선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학교폭력에도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우리아이가 생활하고 있는 학교는 폭력으로부터 안전한 곳일까. 우선 당진교육지원청이 발표한 최근 3년간 관내 초ㆍ중ㆍ고 학교폭력 실태에 대해 알아보았다.
당진교육지원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에는 초등 10건, 중등 24건, 고등 9건으로 총 43건의 학교폭력이 발생됐다. 2013년에는 초등 6건, 중등 38건, 고등 10건으로 2012년과 동일하게 총 43건이었다. 이번 해 상반기에는 초등 1건, 중등 21건, 고등 7건으로 총 29건의 학교폭력이 발생했으며, 종합적으로 봤을 때 중학교에서의 학교폭력 발생현황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2013년도 관내 모든 초ㆍ중ㆍ고에서 학생(초등 4학년~고등 2학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차(하반기)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많은 학생들이 학교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12173명의 응답자 중 497명(4.08%)가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초등학교 247명(5.73%), 중학교 181명(3.78%), 고등학교 69명(2.24%)이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피해유형(복수응답 포함)으로는 ‘심한 욕설 놀림, 협박’이 초등 122건, 중등 86건, 고등 48건으로 초ㆍ중ㆍ고 공동 가장 많은 유형으로 꼽혔다. 이밖에도, ‘집단적‧반복적 따돌림’, ‘돈이나 물건을 빼앗김’, ‘폭행ㆍ감금’ 등의 유형이 뒤를 이었다.
피해장소는 초ㆍ중ㆍ고 모두 ‘교실 안’(초등 62건, 중등 76건, 고등 32건)에서 가장 많은 학교폭력이 이루어졌다고 응답했으며, 피해시간 또한 ‘쉬는시간’(초등 63건, 중등 75건, 고등 33건)이 가장 많다는 공통된 결과가 나왔다.
피해신고현황은 초ㆍ중ㆍ고 별로 다른 응답률을 보였다. 초등학교는 ‘가족ㆍ보호자에 알린다’가 37.0%로 1위를 차지했으며, 중학교는 ‘친구ㆍ선배에게 알린다’(33.4%), 고등학교가 ‘학교선생님ㆍ학교폭력알림함에 알린다’(32.9%)로 각각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다.

학교폭력이 ‘음지화’ 되고 있다

이렇게 학교폭력의 실황은 교육청의 통계와는 상이한 실정이다. 교육청의 통계는 각 학교에서의 상황 보고를 통합한 결과이며, 건 단위로 집계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학교폭력이 대부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현재 이렇게 공개되지 않은 학교폭력의 근절을 위해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관내 각 학교에는 평균 12.7대의 CCTV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정작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는 본질적인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다. 실태조사 결과 가장 많은 피해장소로 꼽힌 ‘교실 안’은 정작 CCTV설치가 불가하기 때문이다. 신평고등학교 이민왕 교사는 “CCTV를 교실에 설치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예방 방법이다. 하지만 인권보호 문제로 교실에 설치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교실과 마찬가지로 인권보호 문제가 있다는 복도에 그나마 설치를 하고 있지만, 복도의 CCTV로는 그 범위가 교실까지 미치지 못해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학생보호와 인권보호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우정벨은 학교 내 안전 사각지대에 벨을 설치해 학교폭력 등 위험이 발생하면, 누구나 벨을 눌러 학교 선생님에게 알려 안전 위협요인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각 학교당 복도와 외곽 사각지대 등 곳곳에 약 1~20개 정도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1차원적 대응책으로 비난받고 있다. 우정벨 설치 자체로 폭력사건을 예방한다는 장점도 있지만 실제 사용현황은 전무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당진소재고교 2학년 한 학생은 “우정벨을 알고는 있지만 관심을 두고 있지는 않다. 한마디로 ‘필요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다. 학교폭력이 일어나도 어른들이 개입하는 것을 꺼려해 우정벨 같은 것은 사용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응책 외에도 인터넷 발달로 인해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 피해유형인 ‘사이버폭력’ 역시 이를 막을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청소년상담센터 지민숙 상담사는 학교폭력 피해유형에 대해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카카오톡, SNS등 손쉽게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이버공간을 통해 일어나는 사이버폭력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태”라며 “반면 2010년부터 본격화된 학교폭력 관련 교육을 통한 인지로 학교폭력의 주를 이뤘던 신체적 폭력 건수는 감소한 추세다. 학교폭력의 양상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폭력의 방법과 수단이 변화하면서, 사이버폭력에 관해 학생들이 학교폭력피해를 표현하지 않았을 경우 파악하기 더욱 어려워졌다. 신체적 폭력이나, 겉으로 보이는 따돌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이 ‘음지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학교ㆍ가정에서 쉽게 알기 힘든 그늘진 방법으로 피해학생들을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최근 사이버폭력으로는 스마트폰을 통한 ‘카톡감옥’, ‘SNS 저격글(SNS에서 특정 인물을 비하ㆍ망신시키는 글)’ 등의 괴롭힘, 따돌림 등의 학교폭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시공간적 제약 없는 사이버공간이기 때문에 더욱 문제이다.
학교폭력의 추세가 갈수록 교묘하고 철저하게 바뀌고 있다. 당진경찰서 아동청소년계장 신종대 경위는 “현재 학생들의 학교폭력은 그 행위가 성인들의 폭력 상태와 다를 바가 없다. 일진회를 구성하는 등 갈수록 조직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 조폭과 연계된 학생들까지 있을 정도로 위험한 상태”라며 학교폭력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이렇게 철저하고 치밀한 학교폭력이기 때문에, 피해학생들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되고 있다. ‘누군가에게 알린다면 보복하겠다’와 같은 협박을 함으로서 피해학생이 혼자 겪어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해자 처벌과 재범방지 노력 개선에도 더욱 힘써야 한다. 현재 당진지원교육청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통해 1호부터 9호까지의 징계 단계에 따라 사안을 처리하고 있지만, 대부분 완전한 해결은 이루어지기 힘든 실정이다. 강제전학이나 퇴학 조치 같은 강력한 처벌을 받기도 하지만, 정작 처벌 후에 피해자와 가해자간의 완벽한 격리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2차 폭력 피해가 발생될 우려가 있다.
이에 대해 지민숙 상담사는 “실제 미흡한 대처로 오히려 보복을 당하는 경우가 있어 사실 표현을 꺼려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제 보고 현황에 비해 학생들이 느끼는 수치가 확연하게 높을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에 대한 올바른 처벌과 대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개선되기 힘든 상황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확실한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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