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교육공무원/나루문학회장 김 종 범

우리와 일본의 관계는 참으로 악연(惡緣)이다. 원래 민족과 영토와 문화적 충돌의 소지를 안고 있는 이웃 나라끼리 서로 관계가 좋을 리 없다지만 우리와 일본의 그것은 그 정도를 넘어 참담하다 못해 비극적이다. 1910년 조선합방 후 우리의 주권, 말과 글, 성(姓)과 이름, 고유 전통과 문화를 송두리째 빼앗고 없애버린 잔인한 나라가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 우리를 통째로 말살한 살국(殺國 나라를 멸망시킴)의 나라다.
구한말 청일전쟁에서 주도권을 잡은 일본은 열강들의 힘겨루기에 활로를 모색하던 우리의 외교정책에 위기감을 느껴 명성황후를 살해하여 불태워버렸고 한일합방으로 고종황제의 실질적 통치권을 박탈하였다. 이후 고종황제의 독립의지가 대외적인 간섭을 불러오자 1919년 1월 독살하는 만행까지 서슴치 않았다. 동년 3.1독립항쟁이 전국적으로 번지면서 일본군은 무차별 총기난사와 투옥 및 학살을 자행하였다. 1943년 진주만폭격을 감행하였고 선전포고도 없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우리 동포 수백만이 일본강제징용과 학도병징집 및 일본군위안부 징발 등 전쟁노예로 끌려가 억울하게 희생되었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아베, 마루타의 복수를 잊었나』라는 제목의 칼럼(2013.5.20일자 중앙일보 게재)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무렵 독일 드레스덴이 불바다가 되고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것은 신의 징벌이자 인간의 복수라고 하여 일본열도를 술렁이게 하였다.
독일의 히틀러는 나치의 힘을 자신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유태인을 공공의 적으로 삼고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100여만 명의 유태인을 학살하였다. 드레스텐 공습 25년 후 브란트 서독 총리는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있는 유태인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 후에도 독일 대통령과 총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사죄하고 용서를 구했다. 독일 검찰은 당시 아우슈비츠 교도관을 지낸 90세 남성을 체포하여 처형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일본의 역사 인식은 다르다. 아베 내각 출범 1주년 기념일을 맞아 아베 총리는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각종 전쟁에서 숨진 246만 6000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참배를 마친 후 아베는 “일본을 위해 귀중한 생명을 희생한 영령에게 존숭(尊崇)의 뜻을 표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침략 전쟁으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주변국 과 국제사회의 반대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한 것이다.
그뿐아니라 일제 시절 위안부의 강제동원과 일본군과 관헌의 개입을 인정한 고노담화가 나온지 20년이 된 지금 당시 정부의 통일된 견해가 아니었다면서 고노담화 내용을 재검증해야 한다고 하였다. 사실상 고노담화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위안부는 일본 제국주의 점령기에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가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여성들이다. 한국,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여러 나라 여성들이 강제로 동원되었으며,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 여성들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또 우려하는 것은 일본 정부가 교과서를 통해 ‘한국의 독도 불법 점령’주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를 열고 ‘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竹島-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했다’는 내용이 담긴 초등학교 5-6학년 사회과 교과서 4종을 모두 통과시켰다. 이번 교과서 검정 통과는 엄연한 대한민국 영토인 독도를 분쟁지역화 하겠다는 아베 내각의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어린 학생들에게 한국에 대한 반감을 키우고, 독도가 ‘반드시 되찾아야 할 땅’이란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게 될 것이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의원은 ‘아베 일본 총리를 비롯한 극우 단체들의 역사관을 어떻게 갖느냐는 그들의 자유이다. 하지만 신에게도 자유가 있다’고 하였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초개(草芥)와 같이 버렸던 애국지사들, 일본강제징용과 학도병징집 및 일본군위안부 징발 등 전쟁노예로 끌려가 억울하게 희생된 우리 동포들의 원혼(冤魂)이 아직 풀리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에 대한 불벼락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도 신의 자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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