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충남지체장애인협회 당진군지회 전경
(사)충남지체장애인협회 당진군지회(이하 당진군지회)에 가기 위해서는 먼저 설악가든 앞 사거리에서 신성대 방향으로 가는 첫 고개를 넘어야 했다. 고개를 내려와서 우측으로 나있는 중간의 샛길을 따라 500m 남짓 가자 작고 오래된 장애인복지회관이 나왔고 거기에 당진군지회가 자리잡고 있었다.

내부로 들어서니 장애인건물이라면 마땅히 있어야 할 재활치료실이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공간은 안 보이고 그저 1층의 사무실과 2층의 작업장만 있을 뿐이었다.

사무실 집기들도 모두 오래된 것이었다.
지체장애자인 김평호 지회장이 자리를 권했다. 김 지회장의 표정이 썩 밝지는 않았지만 당진군지회에 대해 차분히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연혁, 회원, 직원, 시설

당진군지회는 1990년 김기두 초대 지회장의 주도로 설립됐다. 1991년 3월에 당진군지회 12개 읍·면 분회 조직을 완료했고, 같은 해 5월에 지회 사무실을 개소했다. 1996년에는 당진군 장애인복지관이 개관하여 이곳에 이전 입주하게 됐다. 현 지회장인 김 지회장은 2007년 7월 제9대 지회장으로 취임하여 당진군지회를 이끌어 오고 있다.


현재 당진군지회 회원은 정회원 400여 명, 준회원(등록 지체장애인) 4천5백여 명이다. 이 중 정회원은 협회에 가입하여 비교적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이다.


직원은 김 지회장, 콜차량 운영자 3명(기사, 보조원, 전화연결원), 편의시설 지원센터 1명, 중증장애인활동보조원(가사, 이동 및 일상생활 지원) 25명, 자립작업장 근로자 3명, 유료주차장 요금징수원 3명, 장애인 주차구역 단속 및 홍보 요원 5명이 있다.


시설로는 연면적 133평의 2층 건물에 사무실, 시각점자교육장, 시각사무실, 작업장이 있다.

◇ 프로그램과 주로 하는 일

당진군지회 프로그램에는 행사참여가 많다.
“4월 장애인의 날 행사, 장애인기능경기대회(지방 및 전국대회), 장애인예술제,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충남장애인체육대회, 그 외 각종 스포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당진군에 장애인체육회가 설립되어 있지 않다보니 우리 당진군지회가 대신 체육활동에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행사 참여 외에도 중증장애인 세상 탐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 지회장은 이어서 주요 업무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선 중증장애인 활동보조 서비스를 합니다. 1급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가사지원 및 이동, 목욕 등 일상생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중증장애인을 돕는 활동보조원으로 일하려면 소정의 교육과정이 필요합니다. 먼저 60시간의 기본교육을 받고, 이후 20시간의 보충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중증장애인이 활동보조 서비스를 받으려면 각 읍면사무소에 신청하고, 읍면사무소에서는 중증정도와 경제여건을 고려하여 30시간에서 90시간까지 활동보조원을 파견합니다. 그리고 서비스를 이용할 때 중증장애인은 생활형편에 따라 무료로 이용하거나 2만원에서 4만원의 자부담을 합니다”


김 지회장의 말은 이어졌다.
“편의시설지원센터 일도 우리 지회의 주요한 일 중의 하나입니다. 당진군 내 주요 건물이 준공 검사를 받으려면 장애인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합니다.

우리 지회에서는 이런 시설들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서명을 해줍니다. 만일 우리 지회에서 서명을 안 해주면 준공검사가 안 나옵니다”
콜차량 운영은 당진군지회에서 역점을 두고 하는 사업이라고 했다.


“지체장애인에게는 이동 수단 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인원은 많은데 차량이 1대 뿐이어서 1·2급과 보행이 어려운 3급 장애인들에 대해서만 운영을 합니다. 기본료 천원에 1km당 200원을 받고 있으니 일종의 택시개념으로 보시면 됩니다.

처음에는 무료로 하려고 했는데 주위의 의견을 들어보니 ‘무료로 하면 실제 필요로 하는 사람들보다는 여기저기서 그냥 쓰려고 할 것 같다’고 해서 약간의 비용을 받고 있습니다. 인건비는 군에서 지원해 주고 있고요”


김 지회장은 편의시설 시민촉진단에서 하는 주차 단속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군에서 하는 장애인 일자리 창출사업 주차 단속 구역을 제외한 관공서, 아파트 등 모든 장애인 주차 구역을 대상으로 5명의 장애인이 나가서 주차 단속을 합니다.

정기적인 급료가 나오기 보다는 연말까지의 활동실적에 따라 활동비 보조 명목으로 돈이 나옵니다. 급료를 받는 것이 목적이기 보다는 장애인의 사회참여 및 봉사 차원에서 일합니다”
김 지회장은 작업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2층 작업장에서 케이블 TV 증폭기와 분배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장애인 자활을 위해 운영해 왔는데, 요즈음에는 중국제가 밀려와 단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예전에 활발하게 운영할 때는 15명의 장애인을 고용하여 케이블 TV 증폭기와 분배기를 2만여 개, 전등갓을 만여 개 만들었는데 지금은 3명이서 케이블 TV 증폭기와 분배기만 6천~7천개를 만들고 있습니다. 수익도 여의치 않아 1인당 70만원 조금 넘는 급여를 주고 있습니다. 간신히 인건비를 주고 있는 정도지요”

▲ 지체장애인이 리프트를 이용해 콜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역할, 협력단체

당진군지회의 역할은 무엇보다도 장애인들을 위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왔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우리 지회는 장애인의 권익 신장을 위해서 일해왔습니다. 장애인 문제가 이슈화 된 계기는 88서울올림픽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우리 나라에서 장애인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도 부족했고, 장애인들 스스로도 집안에 틀어박혀 있기만 했습니다.

다행히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지난 20여년간 장애인 권익에 대해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우리 지회에서는 그간 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김 지회장은 당진군지회를 돕는 몇몇 손길이 있다고 했다.


“당진군 장애인 후원회가 많이 도와주십니다. 1년에 3백만원 정도 후원해 주고 계시지요. 지속적으로 도와 주시는 자원봉사자들은 20명 정도 계시는데 그 중 10명이 장애인도우미라는 단체의 회원들로 특히 열심히 도와 주십니다”

◇장애인 관련 현안에 대한 입장

김 지회장은 장애인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먼저 장애인 단체 통합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밖에서는 ‘왜 장애인 단체들이 통합해서 함께 활동하지 않고 제각기 활동하냐’고 종종 말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내부 사정을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모든 장애인 단체가 제각기 특색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서로 비교해본다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통합해서 운영하고 있는 다른 시·군의 사례를 보면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자기 단체쪽으로 더 많이 가져가려고 서로 싸웁니다. 제 생각에는 아예 개별적으로 운영하면서 각각 특색 있게 사업하는 게 낫습니다”


장애인 단체가 너무 행사 위주로 운영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견해를 표명했다.
“일단 사람들의 눈에 쉽게 띄는 게 행사여서 그렇습니다. 활동보조서비스나 편의시설지원촉진단 등의 일은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 않습니까? 이런 사업들에 대해서도 저희 지회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현재 군에서 추진 중인 종합사회복지관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군에서는 종합사회복지관을 만들고 내부 기관 중의 하나로 장애인복지관을 만든다고 하는데 저는 여기에 분명히 반대합니다. 전체 장애인 중 후천적인 장애인이 90%를 차지합니다. 정상인으로 살다가 장애를 입으면 세상이 싫어집니다. 그래서 안으로 숨으려고 합니다.

어느 정도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 세상과 소통하려는 마음의 준비가 된 다음에 사회에 섞어놔야지 무조건 종합사회복지관에 들어오라고 하면 어디 쉽게 오기나 하겠습니까? 따라서 저는 한 구역에 있을지라도 별도의 건물에 장애인복지관을 만들어 주기를 바랍니다”

◇ 애로사항 및 바라는 점

당진군지회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예산문제라고 했다. 초창기에 군에서의 지원액은 500만원 정도였고, 작년에는 천백만원이었으며, 올 해부터는 천오백만원으로 인상됐다고 했다. 그러나 그 많은 지체장애인들을 돌보는 일을 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장애인 지원은 생색내기가 많습니다. 겉으로는 포장을 잘 해놓은 것 같아도 안을 들여다 보면 너무 보잘 것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소홀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예산지원을 대폭 늘려줬으면 좋겠습니다”
김 지회장은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장애인 취업 문제가 시급합니다. 장애인들에게도 경제적 생활문제가 큰 문제입니다. 장애인들이 구직하는 경우는 많지만 장애인을 구인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더 심각합니다. 시·군에서 마련해 주지 않으면 거의 없습니다. 우리 지회에서는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장애인취업 교육을 폭넓게 실시하여 장애인 취업을 위해 적극 노력할 생각입니다”
유명환 기자 seagull19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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