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군 장애인후원회 백 종 호 회장

어린 소년은 장차 건축가가 되어 어려운 이웃에게 집을 지어주고 싶었다.
어린 시절의 소박한 꿈으로 비춰지지만 그 꿈을 간직하고 성장해왔다.


국제봉사단체인 당진라이온스클럽의 사무국장을 시작으로, 지난 4월 장애인후원회 회장으로 취임하기까지 백종호(55) 회장은, 20여 년간 본업인 공인중개사 일을 하는 틈틈이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들을 조금씩 채워주고 싶다는 그를 만나봤다.
손하경 기자 sarang418@hanmail.net

 


그의 소박한 ‘베풂’이라는 실천

처음에 그는 취재에 대해 그다지 탐탁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저 작은 봉사를 할 뿐인데 무얼 드러낼 게 있냐며 겸손을 내보인다. ‘봉사활동’하면 누구나 흔히(?) 알고 있는 활동이다. 지금껏 그가 해온 봉사활동을 구체적으로 일일이 나열할 순 없겠지만, 드러나지 않은 그의 소박한 이야기를 듣고자 취재에 나섰다.


처음과는 달리 사뭇 넉넉한 웃음을 보이며, 말문을 열기 시작하는 그의 삶을 엿보기로 한다.
“저도 당진사람입니다. 어린 시절 굶지 않을 정도의 평범한 집에서 태어났고 배고픔은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부모님의 훌륭하신 가르침에 힘입고, 제 스스로 인생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신문배달, 구두닦이, 껌팔이, 중동 건설현장 취업... 안 해본 일이 없었지요.

아마 지금의 직업까지 합한다면 16가지 직업을 가져본 사람으로서 기록을 내세울 만도 하지요(웃음). 사실 건축가가 되고 싶었지만, 팔남매 중 일곱째였던 저는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습니다. 형님과 누님들의 뒷바라지에 힘겨워 하시는 부모님께 저까지 짐이 되어 드릴 순 없었지요.

그래도 힘든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제가 베풂의 의미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세상 사람 누구든 장애인이 될 수 있고 가난해 질 수 있습니다. 내가 현재 건강하고 부유하다 해서 자부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서로 도우며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 장애인 관련 행사 등에 일일이 쫓아다니며 그들에게 작지만 큰 보탬을 주고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심스레 장애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 묻게 되어, 알고 보니 그는 지체 6급의 장애가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본업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봉사에 대한 열의가 넘쳐났다.

또한 그의 아내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니 과연 부부는 일심동체임이 틀림없나 보다.
“6급 장애가 어디 장애인에 해당이나 되겠습니까. 정말 불편하신 분들이 보면 비웃을 일이지요. 3년 전 요추부분을 수술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기가 힘이 들지요. 겉으로 보아서는 멀쩡하니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제 아내도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목욕봉사 등을 하며 온갖 궂은 일을 해내는 것을 보면 대견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런 아내를 보면서 많이 본받고 있지요. 가끔씩 아내가 농담섞인 말투로 ‘당신 직업이 뭐냐’고 묻습니다. 도대체 부동산중개일은 제대로 하는 것이냐고 묻지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언제나 한 발 앞서서 제 뜻을 이해하고 배려해 주어 늘 고맙지요. 제가 1남 1녀의 자녀를 두었습니다. 지금은 다 컸지만... 아들녀석과 딸아이에게 늘 정직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라고 이릅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반듯한 삶을 살아주길 바랄 뿐이지요”

▲ 백종호 회장이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
‘귀한 뜻’에 보답하는 길

그는 건축가가 되어 무료 요양시설을 짓는 것이 꿈이었다고 한다.
그 꿈을 펼치지 못하는 것이 스스로에게도 큰 아쉬움으로 남겨져 있다. 지금껏 봉사활동을 하며 훈훈함 보다는 씁쓸함이 더해진다는 백 회장.


“10여 년 전부터 봉사단체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활동을 하면서 주변에 어려운 이웃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지요. 특히 정신지체자를 둔 가정을 보면, 집안형편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집은 다 쓰러져가고, 몸은 온전치 않고... 그 분들 하나 하나 부족함을 전부 다 채워줄 수 없는 것이 오히려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래도 저의 조그만 봉사마저 고맙게 여기시고 문밖까지 한참을 나오시며 배웅해 주실 때는, 미안스러움과 함께 보람도 되고 아주 뿌듯한 마음이 듭니다”


그의 장애인후원회 3대 회장 취임이래 조금씩 모임이 정착화되고 있다고 한다.
모임의 활성화를 위해 그가 지금껏 발로 뛰어왔을 노력이 눈앞에 고스란히 보이는 듯하다. 그는 말없이 후원해 주시는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사실 전 학창시절 반장도 하기 싫었던 사람입니다. 그랬던 제가 장애인후원회 회장을 맡았다는 것이 어깨가 무겁기도 했지만, 이 일이 누군가는 꼭 나서서 추진하고 앞장서야 할 일입니다. 현재 26명의 회원이 있습니다. 그 분들 대부분은 다른 봉사단체에도 소속되어 계십니다.

부족한 저를 회장으로 이끌어 주시고 뒤따라 주는 것에 늘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또한 제 얼굴과 운영이 어떻게 되는지도 잘 모르시면서 꾸준히 후원해 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뜻이 헛되이 되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그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백 회장은 원활한 봉사활동을 위해 이장단협의회를 통하여 어려운 이웃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상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헤어린 후 물품 등을 전해주고 있다.


“전에는 기관에 공문발송 등으로 복잡한 과정을 거친 후 겨우 대상자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 질 수 없었지요. 지금은 그 마을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이장단협의회를 통해 대상자를 추천받고 있습니다. 장애인후원회라 해서 장애인만 돕는 것이 아닙니다.

어느 쪽이라도 치우치지 않고 진정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가려내어 돕고 있습니다. 또한 돈만 던져주는 봉사가 아닌, 그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여 그 부족함을 조금씩 채워줄 수 있어야 합니다.


저의 작은 바람은 다만 몇 분이라도 봉사일에 적극동참하여, 빈부격차 없는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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