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고등학교 홍다온 학생

[사람들] 학교 폭력의 시대, 그 속에서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듣는다.
호서고등학교 홍다온 학생

학교 폭력이 4대악 중 하나인 시절이다. 보통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중고등학생들의 이미지는 거칠고, 욕을 입에 달고 살며, 다른 친구들을 집단으로 괴롭히는 모습들이 연상된다. 그렇다면 성인이 된 우리들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어땠을까? 비단 요즘 학생들만의 문제였을까? 언론에 보도가 되지 않았을 뿐이지, 많은 친구들이 잘못을 저지르고 다니지 않았던가? 분명 선생님께 대들었던 친구도 있었고, 다른 친구를 괴롭히는 녀석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친구들이 많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친구가 어려울 때 서로 도왔다. 기자의 분명한 기억으로는 선생님의 말에 최대한 따랐고, 소아마비가 있는 친구에게는 짓궂은 행동을 하지 않았고, 그리 친하지 않아도 필기들을 선뜻 빌려주었고, 갑자기 부모님 중 한분이 돌아가시는 친구가 생기면 상 치르는 기간 내내 같이했고 같이 아파 할 줄 알았다. 설령 나쁜 친구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친구는 분명히 어떤 방식으로든 제재를 받았다. 겉으로 들어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나쁜 친구보다 착한 친구가 더 많았던 학창시절이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학생들은 어떤 모습일까? 정말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학생들은 폭력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을까? 지갑을 주워 파출소에 가져다주었다는 미담이 들리는 홍다온(18, 호서고2) 학생을 직접 만나보았다. 큰일을 한 게 아닌데 기사 나가는 게 창피하다는 홍다온 학생은 딱 그 나이만큼의 순수함이 느껴지는 학생이었다. 대학 등록금이 비싸서 부모님에게 부담되지 않게 국립대를 입학하는 게 목표라는 홍다온 학생은 꿈이 많다. 사회복지사가 되어 어려운 이웃들을 돌봐 주고 싶기도 하고. 무역일을 하면서 세계를 누비고 싶기도 하고, 심리학을 전공해서 사람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들어 주고 싶기도 하단다. 착한 학생이다. 5명의 친한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수다 떨고, 영화 보고 떡볶이를 사먹는 걸 즐기는 평범한 여고생의 모습 그대로다. 봉사에 관심이 많다는 홍다온 학생은 ‘틴스 페스티벌’에 자원 봉사를 하고 싶어서, 선생님께 부탁을 했다. 다음달에는 ‘틴스 페스티벌’에 자원 봉사를 한다. “틴스 페스티벌을 친구들도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학생들을 위한 문화 행사인데, 문예의 전당에서 1년에 10번 정도 해요. 공연도 있고, 농구 같은 운동도 같이 하는 거니까 많은 친구들이 참여해서 즐겁게 지냈으면 해요”
요즘 언론에서 왕따나 학교 폭력에 대해서 많이 다루는데 어떤지 물어봤다. “저는 왕따 당하는 친구를 많이 못 본 것 같아요. 당진이 시골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주변에도 그런 심각한 얘기는 못 들어 봤어요. 하지만 언론에 나올 정도면 분명 그런 일들이 있는 거겠죠” 홍다온 학생의 대답이다. 혹시 그런 친구들에게 해줄 말이 있냐는 말에 “부모님이 잘 돌봐 준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보통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은 적극성이 많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집에서 자신감을 북돋아 준다면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학교생활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대답한다.
분명 교육 현장에서의 폭력은 사라져야 한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뜻하지 않은 괴로움을 겪는다면 그것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폭력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폭력은 나타나고 많지는 않겠지만 선생님도 폭력을 행사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사랑의 매이고, 학생들을 통제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해결책이 폭력뿐이라는 것 또한 거짓말이다. 그저 폭력은 힘 있는 자의 가장 편하고 효율적인 수단일 뿐이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자화상이란 말이 있다. 아이들의 폭력성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학생들은 어른들을 보면서 자신들이 미래에 살아가야 할 세상을 체득해 간다. 학교 현장의 폭력이 있다면, 약하고, 소외되고, 어려운 친구를 배척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돌아보고 반성해야 하는 것은 문제와 갈등에 봉착했을 때 어른들이 보여주는 해결 방법이다. 학생들이 학교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어른들의 폭력적인 갈등해결 방법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근본적인 학교 폭력 해결의 단초가 아닐까?
홍다온 학생을 만나보니 어른들이 걱정할 정도로 학생들이 변하지는 않은 것 같다. 어린 나이만큼 순수하고 착한 학생이란 느낌이 든다. 홍다운 학생이 생각하는 본인 성격은 어떤지 물어봤다. “저는 언니의 차분함을 배우고 싶어요. 언니는 지금 대학생인데 차분한 성격이에요. 저는 천방지축에 덜렁대다 보니까 부모님한테 많이 혼나요” 홍다온 학생은 긍정적이고 밝았다. 어머니 이은영씨는 “다온이가 어렸을 때부터 착했어요. 학교 다니면서 친구들이 싸우면 다친 친구를 보살펴 줬다는 얘기를 들었죠. 어려운 사람들 편에 서는 아이에요. 자기 일도 알아서 잘하는 아이라서 큰 걱정 없이 키우고 있어요”라고 다온 학생에 대해 말한다. 홍다온 학생을 만나보니 우리 학교에는 언론에 다루는 폭력 학생뿐만이 아니라, 착하고 밝은 학생들 역시 많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홍다온 학생의 꿈처럼 소박하게 다른 사람을 도우며 더불어 살 수 있는 세상은 어른들이 마련해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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