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나무
잣나무
  • 당진신문
  • 승인 2013.09.0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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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이야기

잣나무
생약명 : 해송(海松), 해송자(海松子)

약이 필요 없게 만드는 잣나무
잣나무는 모든 나무 가운데 으뜸이요, 그 열매인 잣은 모든 열매 가운데 으뜸이다. 우리 땅에 나는 모든 토종 가운데 왕자인 식물이 잣나무다. 우리 겨레는 이 잣나무로 하여 세계 어느 민족보다 복 받은 민족이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진한 녹청빛 잎을 지닌 채로 자로 잰 듯이 곧게 서 있는 표연한 자태는 불의와 타협할 줄 모르는 불굴의 의지와 고결한 선비정신의 표상이었다. 절간의 뜨락에 의연히 서 있는 잣나무는 “뜰 앞에 잣나무로다.”라고 화두가 널리 알려질 만큼 진리를 깨닫기 위한 선정의 상징이었다.
뿐만 아니라 수백 년 동안 푸름을 잃지 않는 속성과 고고하면서도 단아한 품위가 있어 장생불사와 신선세계의 상징으로 널리 칭송되기도 했다.

중국인들이 부러워했던 겨레의 나무
잣나무는 우리 겨레의 나무다. 예로부터 중국 사람들은 우리의 잣을 부러워하여 잣나무를 新羅松, 잣을 新羅松子라 부르면서 매우 귀하게 여겨 이를 얻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중국에는 잣나무가 나지 않는다. 잣나무는 우리나라와 만주, 시베리아 일부에만 나는데 그 가운데도 우리나라에만 집중적으로 분포한다. 만주와 시베리아 남쪽은 수천 년 동안 우리 겨레의 영토였으므로 잣나무는 한국 문화권에만 자라는 자랑할 만한 특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잣나무는 자람이 느린 편이어서 열매를 맺기까지는 적어도 12년이 걸린다. 꽃이 피어 잣 열매가 결실하는 데도 2년이 걸린다. 5월에 꽃이 피어 솔방울 같은 모양으로 달려 있다가 다음 해부터 커지기 시작하여 가을이 되면 손바닥만한 길이에 타원형인 잣송이가 달린다. 잣송이 속에는 일그러진 세모꼴의 잣이 백 개쯤 들어 있다.

잣은 뛰어난 자양강장제
잣나무 열매인 잣은 예로부터 “신선이 먹는 음식”으로 알려질 만큼 그 영양가와 약효를 높이 쳤다. 중국 사람들이 의약의 신으로 받드는 신농씨 무렵에 살았던 赤松子는 잣을 많이 먹어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중국인들도 우리나라 잣을 제일로 쳐서 이시진도<본초강목>에서 “신라송자 으뜸”이라 했다. 송나라 태조 때에 나온 <개보본초>에도 “신라 잣은 신선도를 닦는 사람들이 먹으며 신라에서 온다. 중국에서 난 솔씨는 알이 잘고 약효가 보잘것없다”고 기록하였다. 신라 잣은 당나라에서 인기가 높아서 신라에서 당나라로 간 유학생들은 잣을 팔아서 학비와 생활비로 썼다고 한다.
중국의 <패사>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신라의 사신들이 오갈 때마다 솔씨를 많이 가져 왔다. 이것을 옥각향 또는 용아자라고도 하였는데 고관들의 집에 선물로 많이 주었다.
이처럼 일찍부터 신라 잣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진 까닭에 조선시대에 중국은 우리나라 잣을 탐내어 공물로 많은 잣을 바칠 것을 요구했고 잣을 따서 바치기 위하여 백성들이 수치스러운 고생을 겪어야 했다. 잣은 영양가가 풍부하고 고소한 맛과 향이 일품이어서 자양강장제로 최고이다. 100g에서 670칼로리의 열량이 나와 모든 곡식과 열매 중에서 가장 많은 열량이 나오며 비타민B와 철분, 회분 등이 많이 들어 있다. 잣에는 기름이 70% 이상 들어 있는데 올레인산, 리놀렌산, 팔미틴산 같은 필수지방산이 많다.
잣을 이용한 음식은 보통 잣죽이나 잣엿이 알려져 있지만 그것 말고도 잣을 섞어 굳힌 백자당, 잣백산, 잣산자 같은 유밀과나 잣단자, 잣가루로 묻힌 잣가루강정 등 고유의 민속음식이 많다. 고려의 명종 임금은 잣술(柏子酒)을 담가서 늘 애용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잣술은 허약체질을 고치는 귀한 약술로 궁중과 고관대작들한테 조선조 중엽까지 만드는 방법이 비전되어 왔다.
수정과나 식혜에도 잣 몇 개를 띄우는데 그 풍미는 우리 음식만이 가진 멋이다. 신선로에도 은행과 함께 없어서는 안 될 재료의 하나이다.

겨우내 잣만 까먹고 살았다는 백두산족
잣은 모든 열매 중에서 가장 깨끗한 식품이다. 잣나무는 오염이 없는 깊은 산에서 자란다. 산성비나 토양오염으로 인해 흙이 다이옥신이나 중금속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잣은 가장 안전한 식품이다. 흙의 표층이 중금속이나 다이옥신에 오염되어 있다 해도 잣나무의 목질부분이 오염물질을 걸러 주는 필터 역할을 해서 오염물질이 지상에서 10~30m높이에 있는 잣 열매에 까지는 닿지 않기 때문이다.
잣은 머리를 맑게 하고 기운을 돋우며 치매를 예방하고 비만증을 치료하는 데 가장 훌륭한 식품이다. 잣은 몸 속에 있는 중성지방질을 녹여 내고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심장을 튼튼하게 한다. 잣에 들어 있는 필수지방산은 살결을 곱게 하고 혈압을 내리며 몸 안에 있는 중성지방을 분해하고 기력을 늘린다.
잣은 수천 년 전부터 전해 오는 으뜸가는 건강장수식품이며 약이다. 약으로 오래 먹으려면 술에 하룻밤 담갔다가 말린 다음 둥굴레 즙으로 두세 시간 달인 다음에 다시 말려서 쓴다.
<성헤방>에는 잣을 먹는 방법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다.
“잣을 껍데기를 까서 짓찧어 고약 같이 만들어 두고 달걀 하나만큼씩 좋은 술과 함께 하루 세 번 먹는다. 100일을 먹으면 몸이 가벼워지고 300일이 지나면 하루에 500리를 걸을 수 있다. 오래 먹으면 신선이 된다고 하였다.”
백두산 지역의 옛적 화전민들은 가을에 감자 수확을 끝내면 잣나무 숲을 찾아가 잣송이를 있는 대로 따서 모은다고 한다. 잣알을 방 하나에 가득 채우고는 겨우내 가족들이 모여 앉아 잣만 까먹으며 겨울을 난다고 한다. 이 지역 사람들은 영하 수십도까지 기온이 내려가고 눈이 몇길씩 쌓여도 별로 추위를 느끼지 않는데 그 이유가 잣알의 기름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가평군에서 잣이 가장 많이 나고 강원도 홍천, 평창 등지에서도 많이 난다. 홍천군의 강원대학교 연습림이나 가평군 북면 전패봉 일대에 가면 아름드리 잣나무 숲이 10리를 두고 이어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일제시대에 심은 것이다. 요즈음 값이 싼 대만산 잣이 대량으로 수입되어 한국산 잣 값이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대만 잣은 우리나라 잣나무와는 전혀 다른 나무에서 열리는 것으로 맛과 영양가치, 약효가 한국 잣의 십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잣이라고 할 수도 없는 나무 열매다.
잣은 나무 꼭대기와 가지 끝에 달리므로 잣을 따는 일은 대단히 힘들고 위험한 일이다. 20~30m 되는 잣나무를 뾰족한 쇠가 박힌 신을 신고 올라가 장대로 잣송이를 두들겨 땅으로 떨어뜨려 따는데, 잣나무가 많은 지역에서는 해마다 잣을 따다가 떨어져 죽는 사람이 여럿 생긴다.


잣나무로 온갖 질병 다스리기
1. 기침-- 잣 40g, 호도살80g을 갈아서 고약처럼 만들고 끓인 꿀 20g을 넣어 버무려서 한 번에 한 수저씩 밥 먹고 나서 물에 타서 먹는다.

2. 변비-- 잣, 측백나무 씨, 삼씨를 같은 양으로 하여 갈아서 백랍으로 버무려 오동나무 씨만하게 알약을 만들어 한 번에 50알씩 황기 달인 물로 하루 세 번 먹는다.

3. 아토피성 피부병-- 잣을 짓찧어 5~10g씩 따뜻한 물로 먹는다.

4. 비만증-- 잣 9~12g을 하루 두세번에 나누어 빈속에 먹는다. 잣죽을 자주쑤어 먹어도 좋다. 잣에 들어 있는 지방 성분은 중성지방을 녹일 뿐만 아니라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어 몸이 허약해지지 않으면서도 몸무게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