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력소비 36.5%
자립도는 56.7% 불과
지역 간 전력수급 불균형 커

올 여름은 예년에 비해 전력위기 상황이 더 심각하다. 폭염과 원전부품 납품 비리로 원전 3기가 예상치 못하게 멈춰서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은 국내 전력의 대부분을 소비하지만 전력자립도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경기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와 에너지 분권화의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 서울시의 전력소비량은 4만6903GWh지만 발전량은 1384GWh에 불과해 전력 자립도가 3.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의 36.5%를 소비하는 수도권 지역 전력 자립도는 56.7%로 다른 지역의 전력생산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당진·서천화력발전소 등을 보유한 충청지역은 전력자립도는 166%로 나타났다. 한울·고리·월성 원자력발전소 등이 있는 영남지역의 자립도는 135.9%, 또 호남과 강원, 제주 지역의 자립도는 각각 136%, 75.9%, 77.6%로 조사됐다.
수도권은 다른 지역보다 발전소 수가 적어 외부에서 생산되는 전력에 대부분 의존하는 셈이다. 이번 보고서는 보면 그동안 발전소 건설에 따른 위험과 비용은 지방이 부담하지만 정작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수도권은 비용부담 없이 전력사용 혜택을 누리기 때문에 지역별 전력수급이 불균형하다는 일반의 인식이 통계로 증명된 것이다.
현재 당진은 갈등이 부각되고 있는 밀양과 비교했을 때 송전탑이 6.6배, 송전선로 거리는 4배 이상으로 ‘철탑왕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더욱이 한전에서 2015년 6월 완공을 목표로 당진 북당진변전소에서 아산 신탕정변전소까지 35.5㎞ 구간에 345㎸급의 송전선로를 건설할 계획으로 계획대로라면 해당 구간의 철탑수는 88기이며 그 중 당진지역 구간 16㎞에 철탑 41기가 세워진다.
이에 당진시민들은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재산상 피해가 뒤따른다"며 송전선로의 지중화를 요구하며 '철탑설치 반대 범시민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전력수급에 문제가 생기는 만큼 공사 강행이 불가피하다는 정부의 주장에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큰 문제는 당진의 경우 이러한 상황에서도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지 않고 있으며 송전탑 주변 지역민을 제외한 민·관 모두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의 일부 주민들은 님비현상이라며 철탑을 반대하는 주민들에게 비난을 퍼붓는 글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어 해당 주민들의 피해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님비 아닌 생존권 사수
전기는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필수요소다. 특히, 전기를 공급하는 송전선은 인체의 동맥에 비유되기도 한다.
하지만 발전소와 변전소, 송전탑이 들어서는 상황이면 발벗고 반대할 수 밖에 없다. 님비현상이 아닌 생존권 사수를 위한 ‘절규’가 시작되는 것이다.
우선, 화력발전소 주위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곳의 밭작물이나 벼알곡이 잘 여물지 않는다. 제주도 한라산의 경우는 송전선로가 오름(분화구동산)밀집지역을 지나가 11만 2천여 그루의 나무가 말라 죽기도 했다.
변전소 주변과 송전탑이 지나가는 곳은 땅값이 내려가거나 제자리걸음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송전철탑이 건설되면 인근지역은 일체의 토지이용 변경이 불가능해진다. 학교 등 공공시설을 지을 수도 없고 주택이나 상가의 신설도 안된다. 당연히 땅값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명백히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특히, 이같은 송전선로, 변전소 등 전원설비를 둘러싼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중앙집중형 전력공급체계와 설립 과정의 비민주성에 있다.
전력의 대부분은 충남, 울진, 고리 등 일부 지역에 집중적으로 건설돼 있는 원자력,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생산된 전력의 대부분이 소비되는 곳은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이다.
생산지에서 소비지인 서울까지 전력을 끌어가기 위해서는 전국 곳곳에 길목마다 송전탑, 변전소 등 전원설비를 건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사면을 절개해 산림을 훼손해야 한다. 그 결과는 폭우 시 산사태, 수해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피해를 생산지역주민들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한마디로 서울과 경기 수도권을 위한 희생양이 되어야만 한다는 논리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서울이나 경기도, 수도권에 가보면 전봇대나 철탑을 보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모두 지중화가 됐거나 지방으로 그 몫을 돌리기 때문이다”라며 “수도권에 사는 사람만은 누릴 권리가 있고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사람들의 누릴 권리를 위해 희생해야만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단순히 경제논리를 앞세워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송전철탑을 강행하는 한전의 오만함 앞에 우리 시민들은 절규하고 있다. 행복추구권이 짓밟힘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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