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당진시의회 장애인 일자리 정책개발 연구모임

해나루보호작업장에서 장애인들은 각자 능력으로 원두를 고르고, 포장하는 등의 업무를 맡는다. 사진은 본격적인 업무에 투입되기 전에 직업훈련을 받는 장애인들의 모습. ⓒ지나영
해나루보호작업장에서 장애인들은 각자 능력으로 원두를 고르고, 포장하는 등의 업무를 맡는다. 사진은 본격적인 업무에 투입되기 전에 직업훈련을 받는 장애인들의 모습. ⓒ지나영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중증장애인들에게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다. 장애인에게 맡길 수 있는 업무가 한정적이라는 인식 아래 일자리마저 줄어드는 상황까지 직면했기 때문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2년 기업체 장애인 고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12월 31일 기준 기업체 180만 156개 중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체 수는 7만 7012개로 전체 기업체 중 4.3%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진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더 심각하다. 당진 장애인 인구 1만 636명 중 생산가능인구(15세 이상 65세)는 4742명이지만 취업자는 4.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22년 장애인 통계집의 장애인 경제활동 참가율 38.1%보다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현재 당진에는 공공 재정 장애인 일자리 100여명, 발달장애인이 근로할 수 있는 보호작업장 60여명, 민간기업에서 고용하는 표준 작업장 68명으로 총 고용 인원은 200명이 조금 넘을 뿐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현재 주간보호센터나 학교에서 보호를 받고 생활을 하고 있는 아동청소년기 장애인들은 직업인의 삶을 영원히 살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실제로 당진꿈나래학교에 따르면 2022학년도 전공과 졸업생 6명 가운데 미취업은 5명이며, 취업한 학생은 단 1명이다. 

당진 꿈나래학교 이혜영 학부모회장은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장애인은 현실에 좌절하게 된다. 일자리를 구하는 것부터 어려움”이라며 “특히 보호작업장은 안정적이다보니 한번 들어간 장애인은 잘 그만두지 않는다. 보호작업장 취업을 희망하는 장애인은 많지만,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기해야 하는 장애인이 더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말 그대로 당진시에서 보호작업장을 추가로 설립하더라도 당장 30명의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겠지만, 결국 순환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애인들의 취업 공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혜영 학부모회장은 “민간기업에서 표준 작업장을 앞장서서 마련하면 좋겠지만, 장애인 고용보다는 고용부담금을 내는 것을 선택하는 곳이 더 많다”며 “장애인 일자리는 결국 순환 문제다. 일자리가 많아져 장애인들이 순환해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획기적인 정책개발 나선 당진시의회

당진 장애인들의 일자리 여건은 현재 어떤 상황일까. 당진시의회 ‘장애인 일자리 정책개발 연구모임(대표의원 윤명수)’이 지난 16일 당진꿈나래학교와 해나루작업장, JW생명누리 당진생산단지로 지역 현장 견학을 진행했다. 

지난 16일 당진시의회 장애인 일자리 연구모임과 꿈나래학교 학부모와 간담회를 가졌다. ⓒ지나영
지난 16일 당진시의회 장애인 일자리 연구모임과 꿈나래학교 학부모와 간담회를 가졌다. ⓒ지나영

장애인이 지역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제도 정비 등 장애인 일자리 정책에 있어 획기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첫 걸음이다. 첫 번째 일정이었던 당진꿈나래학교 방문은 교장실에서 윤명수 의원, 조상연 의원, 박명우 의원, 한상화 의원과 학부모와의 간담회가 열렸다.

김은지 학부모는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갈 곳이 없는데, 보호작업장이 순환제로 이뤄지면 가장 좋을 것 같다”라며 “장애연금을 받는 기준도 더욱 까다로워져서 사회적 교육을 통해 직장생활이 충분하면 연금도 받을 수 없는 만큼 평생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노유정 학부모는 “직업훈련이 기업에 취직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성인기 아이들은 일을 하기 위한 준비도 중요하다. 체계적 교육이 꾸준히 이어져 장애인이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다른 측면에서 당진에는 학령기 장애인이 참여할 프로그램이 적다. 시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명우 의원은 “다양한 각도에서 일자리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일반 장애인 관련 지원조례는 있지만, 발달장애인 지원조례는 없다”며 “작업장이 신설되는 것이 효율적인지도 고민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순환 방식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꿈나래학교 1층 카페 꿈터. 장애인이 가장 쉽게 배우고, 일을 할 수 있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직업훈련을 하기 위한 공간이다. ⓒ지나영
꿈나래학교 1층 카페 꿈터. 장애인이 가장 쉽게 배우고, 일을 할 수 있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 직업훈련을 하기 위한 공간이다. ⓒ지나영

한상화 의원은 “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편견이 많은데, 독립적인 인격체로 크려면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조상연 의원은 “장애인 인턴 관련도 좋은 생각이다. 복지관이나 기관에서 해볼만 하다”고 말했다.

간담회 이후 관계자들은 꿈나래학교 1층 카페 꿈터를 둘러봤다. 이곳은 바리스타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훈련하기 위한 장소로 점심시간에만 잠시 운영되고 있다.

카페를 둘러보던 조상연 의원은 “시의회 1층에 카페 만드는거 어떻겠나”라고 제안하며 “기계는 내가 중고로 알아보겠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를 들은 윤명수 의원과 박명우 의원 또한 긍정적으로 답했고, 시의회 관계자들은 카페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 고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 투입해야 할 예산이 얼마인지에 대해 조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애인 일자리의 좋은 사례
‘해나루작업장 & JW생명누리’

이어서 당진시의회 연구모임은 당진에 직업적응훈련과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호작업장 2곳 가운데 해나루보호작업장과 민간기업 표준사업장 JW생명누리를 방문했다.

해나루보호작업장에서 당진시의원 5명과 당진꿈나래학교 이혜영 학부모회장 그리고 시청 관계자들은 장애인이 커피콩을 골라내는 모습을 보며 장애인도 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봤다.

현재 시설에는 30명의 장애인이 근로 중이며, 이들은 원두를 선별하고, 개별포장하는 업무를 장애 유형별에 따라 맡고 있다. 그리고 해나루보호작업장은 대덕동에 꿈앤카페 카페아이두를 운영해 장애인 일자리 확장에도 앞장서고 있다. 

해나루보호작업장 박정욱 원장은 “작업은 장애인이 맡고 있으며, 잔업은 선생님들이 도와주고 있다. 속도는 선생님이 빠르지만, 정확도는 장애인이 높다”고 말했다.

해나루보호작업장의 장애인들은 시설 2층에 마련된 작업 공간에서 커피를 선별하고, 볶아내는 업무를 하고 있다. ⓒ지나영
해나루보호작업장의 장애인들은 시설 2층에 마련된 작업 공간에서 커피를 선별하고, 볶아내는 업무를 하고 있다. ⓒ지나영

실제로 작업장에 있던 장애인 근로자들은 사람들의 방문에도 묵묵히 커피콩을 골라내며, 자신이 맡은 일에 전념했다. 이들의 모습을 본 김명회 의원은 “잘하고 있다, 힘내길 바란다”라며 응원했고, 한상화 의원은 “각 업무에 대해 이해해서 처리하는 것이 놀랍다”라며 감탄하기도 했다. 

마지막 방문 일정인 JW생명누리는 민간 표준사업장으로, 당진시의원을 비롯한 학부모 대표, 시청 관계자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지역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민간기업 표준사업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누리에 근로 중인 장애인 수는 17명이며, 이들은 △카페 바리스타 4명 △세탁/미화 9명 △사무보조 3명 △출퇴근운전 1명으로 업무를 오전과 오후로 나눠 각 4시간씩 근무하는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JW생명누리는 기존의 세탁업무에서 옷을 정리하는 작업을 장애인에게 맡겼다. 대신, 기존의 업무를 맡았던 근로자들은 장애인의 업무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근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나영
JW생명누리는 기존의 세탁업무에서 옷을 정리하는 작업을 장애인에게 맡겼다. 대신, 기존의 업무를 맡았던 근로자들은 장애인의 업무를 보조하는 방식으로 근로를 이어가고 있다. ⓒ지나영

당진시 경로장애인과 김경미 주무관은 “JW생명누리 사업자 주소가 서울로 돼 있어서 그동안 시에서 알 수 없었다. 사실, 민간기업에서 표준사업장을 운영하는 대신 고용부담금을 내려고 하는데, 상당히 기대가 높다”며 방문 전부터 기대감을 보이면서도 “앞으로 당진지역에 많은 민간기업에서 표준사업장을 설치해준다면 장애인 일자리 걱정이 조금이나마 해소될 수 있겠다”며 아쉬움도 토로했다. 

지역경제과 일자리지원팀 이병훈 팀장은 “표준사업장의 확장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장애인을 고용하면 지원하는 금액을 받기 위해 악용하는 사례도 있다. 그래서 큰 기업에서 우선 모범사례를 많이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명수 대표의원은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가 확대될 필요성에 공감하며, 정책개발 연구 모임을 통해 장애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장애인 일자리 현장 견학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이어졌으며, 참석자들은 틈틈이 지역 장애인 복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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