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중단 및 이전 촉구..“지금도 냄새 때문에 피해..주민 무시하나”
당진시 “냄새 안 나도록 최신화..이전시 사업비 2000억원으로 무리”

송악 하수처리시설 증설사업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 속 주민설명회가 없었고, 기존 시설악취로 인한 주민피해가 심각한 상황으로, 증설이 아닌 이전계획 수립을 촉구하며 대책위 구성 등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11일 열린 주민간담회 모습. ⓒ고정호
송악 하수처리시설 증설사업에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 속 주민설명회가 없었고, 기존 시설악취로 인한 주민피해가 심각한 상황으로, 증설이 아닌 이전계획 수립을 촉구하며 대책위 구성 등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11일 열린 주민간담회 모습. ⓒ고정호

[당진신문=고정호 기자] 지하 착굴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송악 하수처리시설 증설사업(송악읍 기지시리 11번지 일원)을 두고 첨예한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당진시는 송악읍 일원의 기존 송악 하수처리시설의 증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푸르지오 3차 아파트 준공 등 하수처리인구 증가와 처리구역 확대에 따라 하수발생량이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총 80억 2700만원을 투입해 시설용량 500m³ 규모 증설(총 5000m³) 공사가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준공은 2025년 2월 예정이다. 

하지만 주민들이 하수처리시설 증설사업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증설 사업내용의 주민설명회가 생략되면서, 주민들이 알지 못하게 진행됐고. 시내와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하수처리시설이 증설된다면 악취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송악읍 기지시리 이병성 번영회장은 “지난해 22년 5월, 당시 주민설명회 개최가 코로나 때문에 흐지부지되면서, 증설이 아닌 기계설비만 추가되는 것으로 이해해 넘어가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며 “지금도 하수처리시설 냄새 때문에 큰 피해를 보고 있는데, 증설까지 된다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시내와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하수처리시설이 있다는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판단, 이전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존 부지에 증설될 하수처리시설의 평면도. ⓒ당진시청 제공
기존 부지에 증설될 하수처리시설의 평면도. ⓒ당진시청 제공

하지만 당진시는 예산 문제로 이전 사업 계획으로의 변경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일 기지시리 마을회관에서 열린 주민간담회에서 당진시 하수시설팀 이석근 팀장은 주민들의 증설 중단과 이전계획 수립 요구에 대해 “하수처리기술의 전문성이 높아짐에 따라 최대한 냄새가 안 나도록 최신화하고 있다”며 “송악 하수처리시설을 이전 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토지매입과 새로운 하수처리관 설치 등 최소 2000억원의 사업비가 예상되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답변에 주민들은 즉각 반발했다. 송악 하수처리시설 100M 인근에 거주한다고 밝힌 시민은 “여름에 저흰 문을 열고 살지 못한다. 장마철에는 머리가 아파 아무것도 못하겠더라”라며 “대체 왜 그런건지 궁금해서 세 번이나 시설에 방문하기도 했었다. 직접 오셔서 살아보라고 하고 싶다. 저는 그저 편히 숨쉬고 싶은 것”이라고 호소했다.

최근 기지시로 이사를 왔다는 한 주민은 “시내 1km 반경안에 하수처리시설이 있는 곳은 처음 봤다”며 “하수처리시설 인근에는 기지시리 줄다리기 박물관도 있고, 앞으로 축제거리와 상가들이 조성될텐데, 80억을 들여 증설하느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전으로 추진 계획을 잡는게 맞지 않냐”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반대가 계속되자, 주민간담회에 참석한 전영옥 의원이 마이크를 잡고 시청의 입장을 두둔하는 의견을 밝히면서 현장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 했다. 

전영옥 의원은 “이전과 증설사업은 도시개발계획에 따라 사업성과 타당성을 고려해 진행되어야 하고, 기존 시설에 남는 부지가 있으므로 증설 결정된 사안으로 알고 있다”며 “만약 온전히 당진시 재원으로 토지를 구입하고 이전 사업을 추진한다면, 그 금액이 2천억원 이상으로 현실적이지 않아 예산심의에서 반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한 주민의 언성이 커졌다. 주민은 “호수공원 조성에 몇 천억 투자는 아낌없고, 냄새 때문에 죽겠는 주민들의 고통은 무시하는 것이냐”라며 “의원은 주민대표로 일하라고 뽑았고, 당진시는 당진시민을 위해 일하는 거 아닌가? 왜 우리를 설득하려는지 모르겠고, 미래 후손을 위해서라도 시내와 근접하지 않은 곳으로 이전하자는 게 왜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한 뒤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끝난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은 대책위를 구성하고 활동에 들어갈 것을 예고했다.

기지시리 이병옥 이장은 “앞으로 주민들과 함께 대책위를 구성하고 탄원서를 당진시에 제출할 계획”이라며 “방법을 동원해 송악 하수처리시설의 증설을 막고, 이전 사업이 추진되도록 시장과의 면담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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