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희 당진시 어울림여성회 회장

오윤희 당진시 어울림여성회 회장
오윤희 당진시 어울림여성회 회장

당진 지역 학교 수는 약 55개입니다. 초, 중, 고등학교 아이들이 적게는 하루 한 끼를, 많게는 하루 세 끼를 먹게 되는 곳이 학교입니다. 학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급식은 또 다른 교육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개인이 아닌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는 인식아래 무상급식 시스템이 자리잡은지도 12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세계 최고라는 ‘k-급식’ 자부심, 무상급식의 시스템이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학교급식 종사자의 퇴직자가 1만 4000여명에 달하고, 입사 6개월 이내 퇴사자 수는 충남이 50.2%로 가장 높았습니다. 게다가 충남의 신규채용 미달률은 45.1%나 된다고 합니다. 

노동자 1명이 150명의 급식을 책임져야하는 엄청난 노동강도에 산재가 끊이지 않는 조리실과 열악한 처우 속에서도 ‘아이들 밥 해주는’ 그 일을 지켜온 급식실 노동자들 덕분에 유지돼오던 무상급식 시스템은 지금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급식실에서 음식을 만들다 폐암에 걸릴거라고요. 매일같이 천 명이 넘는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조리하고 또 아이들이 밥을 먹는 그곳에서 발암물질이 가득 차 있을 것 이라고요. 

지금 당진의 여성들이, 노동자들이 학교 안에서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나와 같이 일하던 동료가 폐암으로 죽어간 바로 그 자리에서 오늘도 아이들 먹일 음식을 조리하고 있을 급식실 노동자의 마음은 어떠할까요? 우리 사회가 정말 이렇게 잔인해도 되는걸까요?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시설개선을 하겠다는 교육부의 계획대로라면 급식실 노동자들은 ‘죽음의 급식실’ 안에서 그야말로 ‘운 좋게’ 살아남기를 기대해야합니다. 이런 급식실에서 매일 밥을 먹어야하는 우리 아이들 또한 안전할 리 없습니다. 그리고 종국에는 그야말로 급식대란이 일어나고 말 것입니다. 

이 문제는 더 이상 예산을 핑계로 시간을 두고, 단계별로 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당진시와 교육부에 요구하고 반드시 바꿔내야만 하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에 당진의 시민사회단체들이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역 언론에 난 조리원의 인터뷰 내용에 대해 교육당국은 해결책을 고민하기보다는 발언자가 누구인지를 찾는 것에 더 관심이 있어 보입니다. 2027년까지 기다릴수만은 없으니 당장의 임시 조치로 공기정화기를 설치하자는, 너무나 상식적인 요구에 대한 뜻밖의 전개가 당황스럽기까지 합니다.

5월 3일 진행된 ‘죽음의 급식실 문제 해결을 위한 당진원탁회의 출범 기자회견’ 에서의 학부모 발언을 끝으로 글을 마칩니다.

“밥으로 생명을 키워내는 분들이 그 밥 때문에 아프고 병들어간다는 사실이 너무나 화가 납니다. 학교라는 시스템 가장 밑바닥에서 무상급식 체계를 묵묵히 떠받쳐온 분들이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조차 손가락질 당하는 이 현실이 화가 납니다.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울 수 있을까요.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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