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 파이프에 다리 껴 옴짝달짝 못하던 소, 지나가던 당진축협 김상현 팀장이 구출
목격자 “김상현 팀장 다리에 얼굴 비비며 한동안 안 떠나..고마움 표현 같았다”

자신을 구해준 은인을 향한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김상현 팀장에게 얼굴을 비비며, 소는 한동안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제보자 제공
자신을 구해준 은인을 향한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서 김상현 팀장에게 얼굴을 비비며, 소는 한동안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제보자 제공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지난 13일 고대면 용두리의 한 축사에서 소 한 마리가 쇠 파이프에 뒷 다리를 껴 옴싹달싹 못하고 있었다. 어쩌다 다리가 낀 것인지, 뒷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소의 커다란 눈망울은 눈물로 맺혀 있었다. 

하지만 이 축사의 주인들은 여행과 다른 곳의 볼일을 보느라 미처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다리를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내는 소는 제대로 소리도 내지 못했고, 위태로움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임신한 소였기에 몸의 움직임은 더욱 둔할 수밖에 없었고, 살기 위한 노력은 더욱 필사적이었다.

이때 인근 축사 방역을 마치고, 현장을 둘러보던 당진축협 축산사업단이 소의 모습을 발견했다. 축사의 주인이 집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축산사업단 김상현 팀장은 즉시 소를 구출하기 위한 장비를 구해 쇠 파이프를 고정하던 나사를 풀고, 다른 파이프는 망치로 두들겨 다리를 뺄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이후 소는 다리가 자유로워졌지만,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이때 김상현 팀장은 혹시라도 소의 다리가 부러진 것이 아닐까하는 걱정이 앞섰다. 다리가 부러져서 약물을 투입하면, 육류로서 취급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소는 다리가 부러지면 도살을 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김상현 팀장은 소의 다리를 주무르며, 소의 상태를 살폈고, 약 15분이 지나 소는 설 수 있었다. 소의 움직임을 확인한 김상현 팀장은 안도하며, 해체한 쇠 파이프를 다시 원상복구 했다.

김상현 팀장과 함께 지나가다 이를 목격했다는 제보자는 “이때 따뜻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소는 김 팀장의 다리에 얼굴을 비비며, 한동안 그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며 “마치 자신을 구해준 김상현 팀장을 향한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김상현 팀장은 “축산 농가 소독을 마치고 나가려던 상황에 소가 파이프에 다리를 낀 모습을 봤다. 소는 임신을 하고 있었던 만큼 무게가 있어서 다리를 빼는데 어려움은 있었지만, 뼈가 부러지지 않아 다행으로 여겼다”라며 “나머지 작업에 열중하느라 소가 제 곁에서 있었던 것도 잘 몰랐는데, 나중에 알게 됐다. 동물이지만, 소는 그렇게라도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저도 한우를 사육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소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했고, 노련하게 대처할 수 있던 것 같다”며 “최근 축산 농가가 어려움이 많다고 하는데, 보람 있는 일을 한 것 같아 뿌듯하다. 앞으로 조합원들에게 도움을 드리는 축협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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