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심리지원단 산불 발생 직후 투입
심리적 불안감 겪는 어르신 위로해

재난심리지원단 단원들. ⓒ지나영
재난심리지원단 단원들. ⓒ지나영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갑작스러운 국가적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재난 피해자들은 제때 심리 치료를 받지 않으면, 그 트라우마에서 쉽게 헤어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빠른 심리적 안정과 사회적응을 위한 지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진에도 재난이 발생하면 현장에 투입되는 단체가 있다. 사고 발생 직후 재난 당사자들을 마주하는 당진시자원봉사센터의 재난심리지원단이다. 

재난심리지원단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직·간접적으로 재난을 경험한 시민에게 심리지원을 펼치기 위해 구성된 봉사단체로, 심리를 전공하고 현장에서 심리 치료 및 상담가로 활동하는 15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대호지 산불 현장에서 이주민을 위한 심리지원에 선두로 나섰으며, 이 가운데 대호지면 산불 초기 현장에 투입됐던 재난심리지원단 피정아 씨는 당시 어르신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대호지면 산불 발생 초기 때 현장에 나갔던 재난심리지원단의 피정아 씨. 지원단을 대표해 인터뷰에 나선 피정아 씨는 “재난 당사자를 위한 심리지원은 나중에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나영
대호지면 산불 발생 초기 때 현장에 나갔던 재난심리지원단의 피정아 씨. 지원단을 대표해 인터뷰에 나선 피정아 씨는 “재난 당사자를 위한 심리지원은 나중에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나영

“대호지에는 대부분 연세가 많고, 혼자 거주하는 노인이 많았는데, 어르신에게 주거 공간은 자신의 삶이죠. 실제로 한 어르신은 한참 화재가 발생했던 때인데 집으로 가려고 하셨어요. 내 집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본인의 안전은 생각하지 않으셨던거죠. 산불 발생으로 어르신들은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였지만, 좀 경직돼서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분들이 계셨고, 어느 어르신들은 대화 자체만으로 안정감을 취하는 분도 계셨어요. 지원단은 초기에 안정감 있게 심리 지원을 하기 위해 노력했고, 각자의 역량을 발휘해 아로마테라피, 혹은 실버 레크레이션을 통해 어르신의 심리적 안정을 지원해드렸어요”

재난심리지원단의 역할은 재난 상황 이후에도 이어진다. 재난 당사자들이 겪은 아픔과 슬픔 그리고 불안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우며,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이전처럼 살아가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치료와 상담을 원하는 분이 계시거나, 혹은 저희가 봤을 때 전문기관이나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연계해드리고 있어요. 저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그분들이 당한 정신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평생 트라우마로 남아 삶에 걸림돌이 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재난 당사자들이 겪은 아픔과 슬픔 그리고 불안은 누구도 볼 수도, 알지도 못하니까, 저희가 최대한 빨리 심리지원을 해드리는거죠”

대호지면 산불 이재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심리지원에 나섰던 재난심리지원단. ⓒ지나영
대호지면 산불 이재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심리지원에 나섰던 재난심리지원단. ⓒ지나영

이처럼 재난 상황을 겪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속 이야기로 가득하다. 이 때문에 한 사람의 삶에서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나눌 수 있어 인간의 가치를 다시 되새겼다는 피정아 씨.

“15명의 단원은 심리를 전공하신 분들이며, 오랫동안 현장에서 각자의 업무를 하고 계세요. 그러다 이번 산불처럼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에 나가는 것인데, 구성 이후 처음으로 현장에 나가게 됐죠. 현장에서 저희가 어르신을 위해서 그리고 주민들을 위해서 도움을 드릴 수 있어서 인간으로서의 가치와 보람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희의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오히려 많은 도움을 받기도 했죠. 이번에 대형 산불은 어려움에 처한 우리 이웃을 대하는 지역사회와 우리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어요”

앞으로 피정아 씨는 재난의 현장뿐만 아니라 지역 복지 현장에서도 심리지원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희망했다.

“심리지원단은 앞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역량을 많이 채워나갈 것이며, 언제 어느 때 투입이 되더라도 저희가 갖고 있는 자원을 활용해 그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계속 공부할거에요. 그리고 재난 상황이 아니어도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어르신과 함께하고, 복지와 관련된 일에 함께 참여해 시간을 갖고 싶어요”


재난심리지원단 

△김보영(단장) △정혜영(총무) △김미정, 강선아, 노호순, 피정아, 김혜윤, 박희경, 장명숙, 조세영, 이온유, 김태희, 유정순, 이병화, 주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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