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9일 충남연구원과 당진시가 진행한 소들섬 현장조사 모습. ⓒ지나영
3월 29일 충남연구원과 당진시가 진행한 소들섬 현장조사 모습. ⓒ지나영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한전은 철새 도래 기간 멈췄던 소들섬 송전선로 공사를 재개했다. 지난 4월 3일 소들섬에 한전 측 공사 관계자들이 출입하며, 철탑 주변에서 공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우강면 신촌리 38번 철탑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펼치던 시민대책위는 직접 현장 확인을 위해 소들섬에 들어갔고, 이 과정에서 공사 관계자들을 향해 “당신들은 불법 공사를 하고 있다”고 외쳤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대응하지 않았고, 팽팽한 대립 상황을 벌이기도 했다.

한전의 공사 재개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 지난해 한전은 우강면 신촌리 38번 철탑과 소들섬 39번 철탑 사이 송전선로 연결 작업을 위한 농지전용허가를 당진시에 제출했었기 때문이다.

이에 당진시는 피해방지 계획서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아야 한다고 판단해 한전의 농지전용허가를 불허가했지만, 결국 한전은 공사를 재개했다.

4월 3일 우강면 신촌리 38번 철탑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펼치고 있는 시민대책위. ⓒ지나영
4월 3일 우강면 신촌리 38번 철탑 앞에서 무기한 농성을 펼치고 있는 시민대책위. ⓒ지나영

이를 두고 김학로 공동상임대표는 “농지전용허가를 받지 못한 한전은 여러 가지 방안으로 송전선로 공사를 할 것”이라며 “이는 강력하게 막아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최근 소들섬에서 멸종위기야생동물이 발견된 만큼 빠른 시일내에 공사를 중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소들섬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종 잇따라 발견, 1452호)

시민대책위는 “지난해 9월 한전에서 개최된 관리위원회에서 공사 구간 내 법정보호종 주요 서식지를 확인할 경우 공사를 중지하고 환경피해방지를 위한 조치 계획을 수립 후 금강유역환경청에 제출하겠다는 문구를 담은 자료를 배포했다”며 “그런데 한전은 조치 계획을 수립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한전을 강하게 질타했다.

또한, 시민대책위는 당진시에서 한전에 보낸 공문이 ‘요청’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지난 3월 31일 오성환 시장과의 면담에서 공사중지 명령을 강하게 요청했다.

유이계 부장리대책위원장은 “오성환 시장도 지중화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내비췄고, 그 자리에서 담당자들에게 공사중지를 명령하는 공문을 보내라고 지시했다”며 “공사중지가 맞는데, 행정에서 계속 한전에 중지 요청만 하고 있다. 요청이 아니라 명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들섬 철탑모습. ⓒ지나영
소들섬 철탑 모습. ⓒ지나영

결국, 당진시는 주민들의 강력한 요구를 수렴해 한전의 무성의함과 금강청과 산업통산자원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법적인 선에서 요청이 아닌 항의성을 담아 4월 3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금강유역청과 산업통산자원부, 한전 측에 ‘공사중지 및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당진시 기후환경과 관계자는 “소들섬에 흰꼬리수리와 큰기러기가 발견됐지만, 한전은 보호조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금강청과 산통부에 한전의 이행 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진시는 직접적인 공사중지 명령을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7일 금강청을 항의 방문할 예정으로 현재 관계자들의 일정을 확인하며 면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만나게 된다면 공사중지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발견에 대해서도 다시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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