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흰꼬리수리, 큰기러기 발견..철탑 공사중지 가능할까
철새 도래 기간 지난 해 11~3월까지 공사중단..4월부터 재개 예정
시민대책위 “당진시는 한전에 공사중지 명령..한전은 공사 중지해야”
당진시 “공사 중지 명령 권한 없어..사업 승인기관에 중지 요청할 것”

3월 29일 충남연구원과 당진시가 진행한 소들섬 현장조사 모습. 이날 멸종위기종 2급인 큰기러기를 발견했다. ⓒ당진시청 제공
3월 29일 충남연구원과 당진시가 진행한 소들섬 현장조사 모습. 이날 멸종위기종 2급인 큰기러기를 발견했다. ⓒ당진시청 제공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철새 도래 기간인 지난해 11월 30일부터 오는 3월까지 중단됐던 소들섬 송전선로 공사가 오는 4월부터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멸종위기야생동식물종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공사중지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앞서 2월 소들섬 일대에서 멸종위기야생동식물종 1급인 흰꼬리수리 9마리가 발견되면서 시민대책위에서 즉각 공사 중지를 요구한 바 있다. (관련기사:소들섬서 멸종위기 흰꼬리수리 발견..“송전탑 철거해야”, 1450호)

이후 지난 15일 당진시는 한전 측에 공문을 통해 흰꼬리수리 발견 사실을 알리며, 철새보호구역에서 보호를 하겠다는 계획서에 대한 이행을 요구했고, 17일 2차 공문을 통해 법적 보호조치 및 예방 조치 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그러나 별다른 진전이 없자 흰꼬리수리를 발견한 주용기 전북대 교수는 입장문을 통해 “소들섬에 멸종위기야생동식물종 발견에도 당진시는 한전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지 않고, 한전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진시가 즉각 현장조사를 나가서 서식 상황을 확인하고, 조사 결과를 받아들였든지, 아니면 다른 전문가를 정해서라도 조사를 진행해 한전 측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렸어야 했다”며 “그렇지만 한전 측에 조류 조사 실시 및 대책 요구 공문만 보냈다. 이는 당진시가 선재적으로 스스로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전은 차일피일 미루다가 겨울 철새가 번식지로 모두 이동한 다음 조사하면, 새들이 없다는 답변을 주게 될 것”이라며 “법정보호종 서식에 대해 인정을 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이라도 당진시가 한전 측에 공사중지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삽교호 야생생물보호구역 관리위원회를 새로운 위원들로 구성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주용기 교수는 “지난해 9월에 두 차례 관리위원회가 개최됐는데, 당시 한전 측 관계자는 공사구간 내 법정보호종 주요 서식지 확인 시 공사 중지, 환경피해방지를 위한 조치 계획 수립 후 금강유역환경청 제출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자료를 배포했었다”라며 “이후 관리위원회 위원들이 소들공원에 방문했을 때 멸종위기종2급 큰 기러기가 도래한 상황이었지만, 한전은 송전탑 공사를 강행했다. 그럼에도 관리위원회는 지금까지 공사중지를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당진시민사회단체와 지역 주민이 삽교호의 생태계 보전을 위해 수년간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농성을 해왔지만, 생태계보호에 앞장서야 할 금강유역환경청은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지 않고 있다”며 “금강유역환경청이 적극 나서서 삽교호와 주변 농경지에 서식하는 조류 등 생물을 조사하고 보호 대책 수립은 물론 한전 측에 송전탑과 송전선로 공사중지를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진시-충남연구원, 소들섬 현장조사 진행
“한전에 보호조치계획 요구..대응책 마련”

지난 3월 29일 충남연구원과 당진시는 소들섬 현장조사를 통해 야생생물 서식지를 조사했고, 이날 멸종위기종 2급인 큰기러기를 발견했다. 당초 4월 이후 현장조사를 예정했었지만, 흰꼬리수리 발견에 따라 일정을 앞당겨서 3월 29일 실시한 것. 

당진시 관계자는 “현장 조사에서 흰꼬리수리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멸종위기종 2급인 큰기리기를 발견했다. 앞으로 시에서는 한전에 보호조치에 대한 계획을 요구할 것이며, 대응책을 논의해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공사중지 요청에 대해서는 “철탑 공사 개발행위허가는 당진시가 아니다. 이 때문에 공사중지를 명령할 권한이 없다”며 “대신, 소들섬에 멸종위기종이 발견되고, 서식한다는 명확한 자료가 있다면, 사업의 승인 기관인 산자부나 금강청에 공사중지를 요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시민대책위는 4월 1일부터 우강면 38번 철탑과 소들섭 39번 철탑간 송전선로 연결 공사를 저지하기 위한 반대 투쟁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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