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소비 형태에 왕따 우려..“어른들이 건강한 분위기 조성해야”

명품 소비문화는 어느덧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명품 구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래픽 함현주
명품 소비문화는 어느덧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명품 구매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그래픽 함현주

[당진신문=김제노비아 기자] 17세 고등학생 동생을 둔 임 씨(27)는 동생의 과소비로 불화를 겪고 있다. 바로 동생이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부모님의 명의로 300만원 정도 대출을 받아 화장품과 옷을 구매하고, 제 돈처럼 사용한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비대면으로도 본인인증이 가능해 비교적 대출이 쉬운 편인데, 동생이 친구들에게 재력을 자랑하고 싶다는 이유로 몰래 대출을 받아 제 돈처럼 쓰고 있었다”며 “미성년자인 동생을 대신해 돈을 갚아줘야 한다는 부모님과 실랑이를 벌이며, 요즘 많이 싸우고 있다. 과소비 문화가 동생에게 악영향을 끼친 것 같아 속상하다”고 씁쓸해했다.

고액의 물품, 명품은 재력 있는 어른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었지만, 어느 순간 2~30대 층에서 명품은 체면을 차리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명품 소비문화는 어느덧 10대 청소년들 사이에 명품 구매가 유행처럼 번지는 양상이다. 

청소년들의 명품 소비문화는 온라인의 영향이 크다. 실제로 온라인에 ‘언박싱’이라고 검색하면, 관련 영상들이 줄지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언박싱이란 상자에서 상품을 꺼내는 것인데, 최근 마케팅 측면에서 신상품 혹은 관심 높은 상품을 출시할 때 해당 상품의 장단점을 소개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일부 언박싱 게시물은 명품을 다루며, 자랑한다. 사치스럽지만, 명품을 사서 눈에 올리면 친구들로부터 부러움을 받고, 이는 만족감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자기표현이 강한 10대 청소년에게 명품 구매는 자유이고,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으로 볼 수 있지만, 부작용도 따른다는 것이다.

당진 지역 중학생 김 군은 성적 향상에 대한 보상으로 부모님에게 125만원 상당의 신형 핸드폰을 선물 받았다. 다만, 무선이어폰이 없어 아쉬움을 느낀 김 군은 저렴한 가격대의 보급형 무선이어폰을 구매했다. 그러나 친구들은 김 군의 보급형 무선이어폰을 보고 놀렸다.

김 군은 “절약하는 사람을 미워하는 문화라도 생긴 것 같다. 이전에 쓰던 핸드폰은 출시된 지 5년이 지난 기종이었는데, 그때도 친구들이 ‘유물폰’, ‘구석기 시대 폰’이라며 놀리곤 했다”며 “집이 부유한 것도 아니지만 특별히 힘든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취급을 받게 된 건지 알 수가 없다”며 속상함을 드러냈다.

청소년의 과시욕은 10대 청소년을 둔 부모에게도 부담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중학생 자녀를 둔 함모 씨는 “오늘날의 청소년은 SNS를 일상처럼 접하며 남들에게 자신을 보여준다는 점에 지나치게 신경을 쏟게 됐다”며 “아무래도 소셜 네트워크나 유튜브의 영향이 큰 것 같다. 유튜버들의 화려한 일상과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인플루언서들의 사진들을 보며 자신도 그런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이 분출되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명품에서 ‘나’라는 존재에 초점을 맞추고, 개인의 자아를 살려주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당진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안영순 센터장은 “그동안 청소년들이 명품이나 고액의 전자기기를 따라하지 않았을 뿐, 줄곧 어느 한 요소를 동경하고, 따라하며 성장하고 있었다”며 “그러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어른들이 과소비를 권장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는 온전한 자기(SELF)가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서 “우리 청소년이 건강하게 자라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건강한 모델이 필요한데, 건강한 모델이라 함은 요즘 아이들이 보는 유튜브나 TV 프로그램도 해당된다. 우리 청소년들이 스스로를 브랜드화할 때 그 초점을 명품이 아닌 ‘나’에 맞추며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며 “아이들에게 과소비하지 말라고 혼내며 책임을 맡겨두는 게 아니라, 건강한 모델을 통해 청소년들이 개개인의 개성과 자아를 살리는 분위기를 어른들이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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