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진 당진신문 취재부 기자

이혜진 기자. ⓒ당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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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신문=이혜진 기자] 지난해 12월 겨울방학을 앞두고 당진에 한 초등학교에서 ‘도교육청의 돌봄 교실 관련 운영 예산 소진으로 학생들에게 중식 도시락을 지원하지 못하니 개별 도시락을 지참하라’고 공지했다. 방학 돌봄을 신청했던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얘기를 듣고 기자는 돌봄 예산이 부족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에 당진 지역의 초등학교 돌봄 교실 예산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해 12월 12일 당진교육지원청에 당진 지역 초등학교 여름방학, 겨울방학 돌봄 관련 예산 지원액 자료를 요청했다.

그리고 4일 만인 12월 16일 당진교육지원청은 당진 전체 초등학교 돌봄교실 운영비 자료를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19년 3593만 9000원 △2020년 1억 706만원 △2021년 2597만 5000원 △2022년 1억 3639만 3520원의 예산이 당진 지역 32개의 초등학교에 지원됐다. 

그런데 자료를 아무리 살펴봐도 이상했다. 예산이 들쑥날쑥했기 때문이다. 이에 당진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연초에 각 학교는 돌봄 학급마다 1300만원의 기본운영비를 교부받았고, 추가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예산이 있으면 요청해서 교부 받을 수 있다”면서 “보낸 자료에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운영비 지원 금액에 대한 부분만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즉, 교육지원청은 돌봄을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운영비는 제외하고, 각 학교에서 추가로 신청한 예산 자료만 내놓은 것이다. 이후 추가로 기본운영비 자료를 보낸다던 교육지원청은 “기본운영비는 충남도에서 편성하는 것”이라며 충남도교육청으로 책임을 전가했고, 정작 충남도교육청은 “당진교육지원청 소관 업무”라며 업무를 이관했다.

담당자와 끈질긴 통화를 하고, 해가 바뀌어 당진교육지원청은 학교 기본운영비와 추가 예산 등이 포함된 자료를 보냈다. 거의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이 자료마저도 엉망이었다. 우선, 지난 2021년 당진에 모든 초등학교에 지원된 기본운영비와 추가 예산은 12억 5209만 4000원인 반면, 2022년에는 8억 2539만 3520만원으로 4억원이나 줄었다.

이상했다. 분명 각 학교마다 비교해보면 지원된 기본운영비와 추가 편성 예산은 차이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자는 정확한 기사를 쓰고 싶었기에 마감을 하루 앞두고 금액을 하나씩 직접 계산했다. 계산해보니 총 합계는 맞지만, 기본운영비 총액이 틀렸다.

당진교육지원청에서는 2022년 기본운영비 합계를 3억 2536만 4000원으로 계산했지만, 확인해보니 6억 8900만원으로 2배 차이가 있었다. 

이를 두고 충청남도교육청에서는 “당진교육지원청에서 준 자료에는 2022년 돌봄 교실에 포함하지 않은 지원 금액 6억원 정도 더 있는 것 같다”며 새로운 사실도 알려줬다.

힘이 쭉 빠졌다. 여러 번의 요청 끝에 받은 자료가 제대로 확인된 자료도 아니고, 포함될 내용도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정보 공개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진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전임 담당자가 신규 구축, 모듈러 교실 구축 등 환경개선비로 나가는 추가 예산을 빼고 보낸 것 같다”며 “업무를 맡은지 얼마 되지 않았고 예전 자료까지 찾아봐야 해서 조금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을 내놨다.

정보 공개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시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운영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당진교육지원청은 정보공개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고 그 의미를 무시했다. 단순히 ‘담당자가 온 지 얼마 안돼서’라는 핑계로 말이다.

만약 당진교육지원청의 자료만 믿고 기사를 작성했다면, 기자는 아마도 오보를 냈을 것이다. 

‘부서 이동으로 업무를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었나’라는 자비로운 생각이 들기도 하는 한편, 그래도 공무원이라면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갖고 처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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