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형동 칭다오 대학 석좌교수

한형동 칭다오 대학 석좌교수. ⓒ당진신문
한형동 칭다오 대학 석좌교수. ⓒ당진신문

“올해 꽃이 지면 내 얼굴도 바뀌리니 내년에 꽃이 필 때 누가 다시 있겠는가?(今年花落顔色改, 明年花開復誰在)”

당나라 시인 유정지가 인생과 세월의 무상함을 노래한 시귀다. 어느새 임인년 한 해도 자연의 섭리에 따라 시한을 다해 역사속으로 돌아갔다. 세월은 참으로 박정한 것이다. 우리의 슬픈 사연과 아픈 심정을 들어줄 줄 모른다. 그저 태양의 공전에 따라 자기 갈 길만 간다.

지난 한 해는 여야가 뒤바뀐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월드컵 16강 진출은 코로나 병고와 경제적 곤경에 처한 국민들에게 기쁨과 통합의 선물을 주었다. 반면에 슬픈 소식도 많았다. 만년 청춘임을 자랑하던 국민MC 송해 씨가 소천 했고, 해학 넘치는 재치로 우리에게 지식과 깨우침을 선사하던 김동길 교수가 유명을 달리했다. 게다가 예기치 못한 이태원 참사는 우리의 꽃 같은 젊은이들을 너무 일찍 앗아가 국민들에게 비탄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이제 대망의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늘 환상을 잉태한 희망이라는 꿈을 갖고 새해를 기다린다. 모두가 새해에는 성취와 열락의 행복한 나날을 맞으라고 덕담으로 기원한다. 

정말 덕담대로 우리 모두에게 행운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하지만 개인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가 유기적 조화를 이루며, 건설적 생산 시스템을 갗추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이 대목에서 우리의 현실을 냉정하게 진단해 보자. 우선 4류를 면치 못하는 정치현실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를 준다. 여야는 눈만 뜨면 민생은 아랑곳 않고, 사생결단식 정쟁만 일삼는다. 여당은 웰빙당의 DNA를 못 버리고 안일속에 내부투쟁이나 열심이다. 

국리민복을 위한 처절함도 없다. 야당은 어떠한가? 이들은 합리적 대안도 없이 정부의 발목을 잡으며,윤정권 붕괴만을 노리는 듯 비난 일변도다. 

없는 사실을 조작하거나, 모함과 막말 퍼레이드로 정치수준을 스스로 4류에 가둔다. 협치는 말뿐이고, 절대 다수의 국회의원 수로 꼼수를 부리며, 의회 독재의 전형을 보이고 있다. 이 모두가 국민을 기만하고 모독하는 죄악이다. 

정부도 여소야대의 어려움은 이해되나, 보다 더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참신한 정책과 비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위기로 수식되는 경제현실은 코로나 여파에다 고유가, 고환율, 고금리의 3고현상속에 올해의 경제성장률이 1.6%대라는 어두운 전망이다. 사회적 측면에서는 불의와 부도덕, 폭력이 난무한다. 

무엇보다 갈등과 분열은 임계점을 넘어서 치유 불능의 망국적 고질병이 되어가고 있다. 진영에 따른 분열이 심하다보니 불의와 정의가 전도되는 아노미(anomie:공동의 가치관이 붕괴된 혼돈상태)현상마저 나타난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세력은 정권에만 눈이 어두운 야비한 정상배들과 각 진영 단체, 몰지각한 언론기관들이다. 정치권과 언론계는 소아병에서 깨어나 자숙, 자정하는 태도로 국론 분열과 사회적 갈등 해소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등에서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 그렇다고 희망과 열정을 잃고, 절망과 불만에 쌓여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 우리 민족은 전쟁 등 갖은 난관을 극복해낸 저력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새해부터는 국민 모두가 허리띠를 다시 졸라매고, 분연히 일어서서 한심한 정치권과 언론계를 질타하며, 정치발전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뛰어야 한다. 

혼연일체가 되어 함께 뛰는 데는 청년과 노년이 따로 없다. 미국 시인 사뮤엘 울만은 청춘이란 시에서 “인간은 사고에 따라 20대 노년도 80대 청년도 있다”며 “우리가 희망의 물결을 타고만 있다면 80대라도 영원히 청춘으로 남는다”고 설파했다.

노도(怒濤)가 없는 바다는 바다가 아니며, 위험이 따르지 않는 산은 산도 아니다. 아무리 세파가 높고, 산이 험악해도 우리는 넘을 수 있다. 내일은 새로운 변화와 함께 역경도 극복될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우리 모두 왕성한 개척정신으로 역동적인 창조의 행진을 시작하자. 

불교서적 잡보장경(雜寶藏經)에는 돈 없이도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시혜(無財七施)가 나온다. 그 중에서도 석가모니는 ‘온화한 얼굴’과 ‘따뜻한 말씨’를 가장 훌륭한 덕목(virtue)으로 꼽았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말 한마디, 눈빛 하나라도 서로에게 훈훈한 자연의 빛깔과 향기가 되게 하자. 그리하여 온정이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 조류를 창출하여, 국민 대통합의 숙원를 풀고 다시 웅비하는 대한민국을 건설해 나가자.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Tags #당진 #당진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