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희 선생 유허지 방안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서적들이 쌓여 있다. ⓒ이혜진
손병희 선생 유허지 방안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서적들이 쌓여 있다. ⓒ이혜진

[당진신문=이혜진 기자] 수청2지구 근린공원에 위치한 손병희 선생 유허지에 출처를 알 수 없는 책장과 서적 등이 방치돼 있어, 문화재 보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학 3세 교주를 지냈던 의암 손병희 선생(孫秉熙, 1861~1922)은 동학농민혁명에 실패한 이후 각지를 돌아다니며 동학을 재건하려고 노력하던 중 1898년 8월부터 1899년 10월까지 당진에서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당진시는 31 독립만세운동의 민족대표로서 인물적 상징성을 살려 시민들에게 나라 사랑 정신을 함양하는 교육 문화장소로 활용하기 위해 4억원의 시비를 투입해, 2021년 8월 고택의 안채와 담장, 바깥채를 이전 복원했다. 

하지만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안채에는 주인을 알 수 없는 책 수백권이 쌓여있었고, 대청마루에는 손병희 선생과 관련 없는 책장들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또한 안방 바닥이 따뜻한 상태로 유지되어 있어, 손병희 선생의 유허지가 일반 가정집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상연 시의원은 “손병희 선생님의 고택에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알 수 없는 책과 책장들이 있다. 그리고 방안에 난방 시설이 설치돼 있는데, 왜 설치했는지는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당진시의 문화재가 이런 식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적이 제기되자, 당진시는 “장소를 대여중인 (사)당진시동학농민혁명승전목기념사업회에서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라며 “시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유허지 사용과 관련해 기본적인 원칙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진시 수청2지구 근린공원에 위치한 손병희 선생 유허지 대청마루에 놓여있는 책장들. ⓒ이혜진
당진시 수청2지구 근린공원에 위치한 손병희 선생 유허지 대청마루에 놓여있는 책장들. ⓒ이혜진

시에 따르면, 승전목기념사업회가 역사문화 예술 한마당 행사 개최를 위해 9월 21일부터 12월 3일까지 손병희 선생 유허지 장소 사용 협조를 요청했고, 문화관광과가 이를 승인해 약 두 달간 사용 중이다.

그러나 승전목기념사업회는 사전 협의 없이 서적과 책장을 가져다 놓았으며, 이에 당진시는 지난 11월 공문을 통해 △손병희 선생 유허지 문화재 보존 및 보호 최우선 △전기 및 음향 사용 시, 관계자와 사전 협의 진행 △행사 완료 이후 사용 전으로 원상복구 요청(책장, 서적, 기타기구 등) 등의 사항을 승전목기념사업회에 전달했다. 

문화관광과 남광현 문화재팀장은 “손병희 선생의 유허지가 교육문화공간으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판단돼 장소를 대여해줬다”면서 “그러나 문화재와 상관없는 물품을 가져다 놓고, 출입 관리를 소홀히 하는 등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여러 차례 시정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적이나 책장을 강제적으로 옮기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행사가 완료되면 단체와 상의해서 원래의 상태로 복구가 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앞으로 유허지 장소 사용에 있어서 문제 발생시 대여 금지 등의 조항을 정해 책임감 있게 관리할 수 있도록 원칙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난방시설 설치에 대해서는 “난방 시설의 경우, 추운 겨울에는 외부에서 역사 교육을 진행하기 어려워서 생가를 복원할 때 미리 설치했던 시설”이라며 “일반인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잠금 장치를 사용하고 있기에 장소 대여 외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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