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로당으로 밥 먹으러 오세요”
“우리 경로당으로 밥 먹으러 오세요”
  • 이혜진 기자
  • 승인 2022.07.30 17:00
  • 호수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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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한식당 운영한 재능 살려
음식 나눔 봉사하는 김명자 씨

[당진신문=이혜진 기자] 석문면 LH천년나무 1단지 아파트에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세대를 만날 수 있는 ‘동네 사랑방’이 있다. 바로 단지 내에 있는 경로당이다.

경로당 어르신들의 점심을 도맡아 요리하고 있는 김명자 씨(65)와 그를 언니라고 부르며 따르는 아파트 주민 문경숙 씨(57), 그리고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이복동 노인회장(73)은 중복을 앞두고 어르신들이 드실 김치를 담그느라 오전부터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처음에 이사 왔을 때 1년 동안은 집에만 있었어. 이웃들하고 만나지도 않고 시내만 왔다 갔다 했지. 집에만 있으니 우울감이 점점 커졌어. 도저히 안 되겠어서 마음을 바꿔먹고 동네 어르신 한 분 한 분 인사를 하면서 다녔지. 그러던 중 우연히 노인회장님을 알게 됐고, 나한테 경로당 어르신들 점심을 해줄 수 있겠냐고 부탁을 하시는 거야. 서울에서 음식 장사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음식 만드는 건 자신 있었고, 망설임 없이 바로 하겠다고 했지” 

귀농한 남편을 따라 6년 전 당진에 온 김명자 씨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생활이 처음에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러나 노인회장을 만나고, 주변 이웃들과 가까이 지내며 마음을 서서히 열게 된 김명자 씨는 이제는 노년을 이곳에서 보내야겠다고 마음 먹을 정도로 애정이 커졌다. 그렇기에 경로당 어르신들이 드실 점심을 만들고, 당뇨병이 심해 식단 조절이 필요한 어르신의 반찬을 만드는 일이 전혀 힘들지 않고, 즐겁기만 하다. 

석문LH천년나무1단지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음식 나눔 봉사활동 펼치는 김명자 씨.
석문LH천년나무1단지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음식 나눔 봉사활동 펼치는 김명자 씨.

“월, 수, 금은 경로당 어르신들이 드실 점심 음식을 만들고, 주에 한 번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 어르신을 위해 저염식의 반찬을 만들어 드리고 있지. 가끔 중복이나 어버이날 등의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에도 음식을 만들어서 나눠 먹어. 내가 만든 음식을 어르신들이 맛있게 드시면 그게 젤 감사하고 행복하지”

서울에서 30년간 한식당을 운영했던 김명자 씨는 음식솜씨도 좋고, 손이 빠른 편이라 뚝딱뚝딱 재빠르게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낸다. 음식 만드는 손재주가 타고난 김명자 씨가 경로당 어르신들의 음식을 만들고 난 후부터 경로당을 찾는 어르신들도 늘어나고, 음식을 남기는 일도 줄어들었다. 

김명자 씨는 경로당 어르신들과 자주 대화를 나누며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음식과 딱딱한 음식을 씹지 못하는 어르신들의 상황 등을 고려하여 각자의 특성에 맞게 요리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석문LH천년나무1단지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음식 나눔 봉사활동 펼치는 김명자 씨.
석문LH천년나무1단지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음식 나눔 봉사활동 펼치는 김명자 씨.

“한번은 반찬을 나눠드리는 봉사를 하며 만났던 어르신 한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안 보이는 거야. 자주 뵙고 인사하면서 정이 많이 들었는데 못 보게 되니 정말 속상하고 슬프더라고. 그런데 그 분을 우연히 요양센터에서 만나게 됐어. 나를 알아보면서 또 놀러 올거지 하며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참 내가 한 번 또 뵈러 가야지 거기로” 

어르신들을 살뜰히 챙기는 김명자 씨의 이런 마음이 아파트 주민들에게 전해져 함께 하고자 하는 젊은 주민도 하나둘 늘어가고, 인근 주민들에게 석문 LH천년나무 1단지 아파트 경로당은 행복한 경로당으로 소문이 났다고. 

“이 동네 어르신들을 엄마,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정성을 다해 음식을 만들고 있어. 그러다 보니 동네에 대한 애정도 커지게 되고, 만나는 어르신들에 대한 마음도 깊어지는 것 같아. 나도 봉사하면서 얼굴이 더 밝아지고 삶의 희망도 찾았어. 그래서 나는 이제 이사 안 가요. 여기서 계속 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