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세 자온농장 ‘구자온’ 농부
“주저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81세 자온농장 ‘구자온’ 농부 ⓒ당진신문 김진아 PD
81세 자온농장 ‘구자온’ 농부 ⓒ당진신문 김진아 PD

[당진신문=김진아 PD] 매월 넷째 주 토요일이면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농부들이 모여 ‘당장’이라는 장을 연다. 해당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만이 판매자로 참가할 수 있는 장터이기에 당진전통시장에 비해 대부분 젊은 농부들이 참여한다.

하지만, 얼굴에 새겨진 세월의 흔적으로  굳이 나이를 묻지 않아도 당장의 최고령 판매자임을 알아 챌 수 있는 셀러가 있었다. 바로 자온농장의 구자온(81) 농부다.

구자온 농부는 지금은 농부가 되어 매일매일 즐겁게 과일을 돌보며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실 처음부터 농사를 지으려고 당진에 내려온 것은 아니었다. 인천에서 오랫동안 페인트사업을 하던 구자온 농부는 도시생활에 지쳐 귀촌을 결심했다. 

사업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부딪히는 것에 지치고 나이를 먹으면서 몸까지 아파오자 더 이상은 일보다 자신의 몸을 더욱 돌봐야할 때가 됐다고 느꼈다. 그래서 그동안 해오던 페인트 사업을 아들에게 물려주고 2006년에 대호지면으로 내려왔다.

처음에는 시골에 가서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귀촌을 마음먹었지만 구자온 농부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멈출 수 없었다.  

구자온 농부가 대호지면에 막 거주하기 시작할 무렵 빈 밭에 심었던 매실나무가 죽자, 그 자리에 복숭아나무를 심었다. 새로 심은 복숭아나무를 돌보기 위해 구자온 농부는 수많은 논문과 자료를 찾고 교육을 들으며 복숭아나무를 길러냈다.

자온농장의 복숭아 나무 ⓒ당진신문 김진아 PD

복숭아나무는 농부의 열정을 먹고 무럭무럭 자란 결과, 복숭아나무에는 주문자가 너무 많아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맛을 보기 힘들다는 지금의 구자온 농부의 신비복숭아가 열렸다.

워낙에 배우고 연구하기를 좋아하는 구자온 농부는 새로운 도전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복지관과 농업기술센터에서 진행하는 여러 가지 교육은 배우기를 좋아하는 농부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구자온 농부는 “원래 저는 무언가를 배우고 교육받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복지관이나 어디에서든 영어교실, 노래교실 등 배울 기회가 있으면 다 참여했다”며 “그러다가 농업기술센터에서 하는 농약교육, 친환경 교육 등을 받게 되었고 지금은 GAP인증까지 준비하고 있다. 취미생활 치고는 정말 괜찮지 않나”라고 말하며 누구보다 생기 넘치는 눈빛을 보였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1년에 몇 번씩 각 마을을 돌며 고구마, 마늘 등의 작물재배교육을 실시한다. 그때마다 구자온 농부는 다양한 교육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받고 싶지만 쉽지 않다. 마을에서는 그런 교육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반면에 즐기지 않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구자온 농부는 “농업기술센터나 복지관 등 지금은 오히려 즐겁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도 이런 교육을 받아서 기회를 잘 활용했으면 하는 마음”이라면서 “하지만 내 친구 중에도 교육을 잘 안 받는 친구가 있다. 나는 그 친구와 함께 교육을 받고 당장에 판매자로 참가도 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권유하고 있지만 이런 활동들이 익숙지 않은 그 친구는 아직 참여하려고 하지 않는다”라며 아쉬워했다.

구자온 농부가 주변사람들에게 교육을 권유하는 이유가 있다. 교육을 받으면서 새로운 농법을 익히고 소비자를 직접 만나서 내가 만든 상품도 팔고나면 확실히 농사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교육을 받기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도 좋다는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고 싶어했다.

구자온 농부는 “당장에서 우리 복숭아를 선보이기 위해 품질을 좋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또 품종도 맛있는 걸로만 하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며 “또한 교육을 통해 농약 사용하는 법을 배워서 그대로 해보니까 확실히 좋다. 지금은 농약 주고 2주 정도가 지나면 나도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있으니까 소비자에게도 더욱 자신 있게 권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만약 젊은 사람들이 이런 농장을 시작한다면 아마 도시에서 직장생활 하는 것보다 훨씬 좋을 것이다. 또한 나이가 있더라도 전혀 걱정하지 말고 도전하길 바란다. 사람은 자꾸 움직이고 할 일이 있으면 건강해진다고 믿는다”며 희망의 기운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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