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음벽에 부딪혀 죽어가는 새들을 살려주세요!
방음벽에 부딪혀 죽어가는 새들을 살려주세요!
  • 이혜진 수습기자
  • 승인 2022.05.07 19:00
  • 호수 14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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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스테이트 당진 2차 투명 방음벽 22~25마리 조류 사체 발견
‘5×10 규칙’ 무늬 버드세이버 스티커 부착 시급
힐스테이트 당진 2차 투명 방음벽에서 발견된 조류 사체.
힐스테이트 당진 2차 투명 방음벽에서 발견된 조류 사체.

[당진신문=이혜진 수습기자] 아파트 소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치된 투명 방음벽이 새들에게는 죽음의 벽으로 다가오고 있다.

2018년 10월 환경부와 국립생태원이 발표한 ‘인공구조물에 의한 야생조류 폐사 방지 대책 수립’ 보고서를 통해 연간 800만 마리의 새가 유리창 충돌로 인해 폐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자연활동 공유 플랫폼 ‘네이처링’의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조사’ 따르면 2021년 3월 말 기준 충남에서 1310마리가, 전국적으로는 9289마리의 새가 사망했다.

새들은 유리를 인지하지 못하고 투명한 유리 건너편 또는 유리에 반사된 장소로 가기 위해 비행하다가 유리창에 충돌하게 된다. 특히 새는 중력을 이기고 날아가기 위해 평균 시속 36~72km로 빠르게 비행하기 때문에 유리창에 충돌했을 때 매우 큰 충격을 받는다. 소형 조류 두개골의 경우, 달걀을 깰 수 있는 정도의 충격만으로도 깨지기 때문에 뇌 손상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부리나 눈 손상 등의 큰 부상을 입는다.

힐스테이트 당진 2차 투명 방음벽에서 발견된 조류 사체.
힐스테이트 당진 2차 투명 방음벽에서 발견된 조류 사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경부는 지난 2019년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새들이 투명 방음벽 등을 장애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세로 5cm, 가로 10cm 간격으로 유리창에 무늬를 넣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각 지역에서 시범 사업을 실시한 결과, 기존에 시행된 맹금류 스티커보다 ‘5×10 규칙’이 적용된 일정 간격의 점이 찍힌 무늬로 인쇄된 스티커의 효과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해당 가이드라인이 아직 적용되지 않는 투명 방음벽을 찾아볼 수 있다. 당진 시내로 향하는 32번 국도 중 힐스테이트 당진 2차 아파트 앞에 설치된 길이 250m 투명 방음벽 아래에서 지난 3일, 기자가 22~25마리의 다양한 크기와 종의 조류 사체를 확인했다.

힐스테이트 당진 2차 아파트는 2018년에 건설한 아파트로 그 당시에는 ‘방음시설의 성능 및 설치기준’이 개정되지 않아 권고사항이 아니었다. 따라서 주민 민원이 발생하지 않으면 딱히 버드세이버 스티커를 부착해야 할 이유가 없기에 지금까지 방치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도로관리팀 김현주 주무관은 “그 동안 당진시에는 투명 방음벽 관리부서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최근 관리지침이 생기면서 도로관리팀이 투명 방음벽 관리를 인계받았으며, 현재 투명 방음벽과 관련된 민원은 확인된 것이 없다”며 “힐스테이트 당진 2차 투명 방음벽은 설치된 지 오래 돼서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가 따로 부착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된다. 현장을 점검하여 문제상황을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5×10 규칙’ 무늬 버드세이버 스티커가 부착된 수청한라비발디캠퍼스 투명 방음벽
‘5×10 규칙’ 무늬 버드세이버 스티커가 부착된 수청한라비발디캠퍼스 투명 방음벽

덧붙여 “요즘 지어진 아파트 주변엔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가 인쇄되어 나온 패널을 설치하고 있다. 힐스테이트 당진 2차에도 조류 충돌 방지 스티커를 부착하는 등의 방안을 시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조류 전문가들은 야생 조류 유리창 충돌 방지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며, 당진 시민들의 관심과 행동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광석 한국조류보호협회 당진시 지회장은 “맹금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새들은 시야가 좁아 유리창 같은 구조물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충돌하여 사망하게 된다”며 “인간을 위해 설치된 투명 방음벽으로 인해 사망하는 새를 살리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류의 사체가 발견될 경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는 등의 적극적인 행동을 취해야 하며 시에서는 야생조류 사고 감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해 3월 환경부는 새들이 투명 방음시설에 부딪히는 문제를 방지하고자 문양을 넣는 방음판을 사용하는 등의 다양한 대책 세우기 위해 ‘방음시설의 성능 및 설치기준’을 개정하고 투명 방음판 설계 단계에서 조류 충돌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