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박종영

먹구름 따라온 자리마다 
물방울이 풀잎 건들며 일어선다
어딘가 쏟아질지 모를 심산
푸른 숲이 손 벌리고 있는 산자락마다
서로 손 잡고 기다리며 멈춰있다

손바닥 안에 잡혀 있는 계곡 사이
숲을 쓰다듬으며 긴장을 알리는 바람
서쪽에서 몰려오는 먹구름 뒤로
서걱대며 몸단장을 하는 푸른 대나무 숲

햇살에 외면당했던 구름 냄새라든가
먹구름에 슬픔을 저당 잡힌 빗방울의 기분이라든가
그 누구도 알려주는 사람 없었고
여름의 내력은 오래도록 지루하게 버텨 왔다

소슬바람 담벼락 귀퉁이 간질이는 날이면
나무는 동쪽으로 팔을 뻗고 눕는다
외로웠으므로 편지 몇 통을 더 뜯어 읽는 날
가슴이 촉촉한 남자가 배달되고
그리움은 가랑비로 흠뻑 젖어 내렸다

소나기는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바람의 문장
옥수수 밭 서걱대는 조바심에
칭얼대는 아이 젖 물린 엄마의 풍요로운 마음으로 젖고
단비가 사선으로 몰려오는 날이면 
기다리던 소식에 가슴 설레는 아버지의 미소 그립다


약력

청주 출생, ‘17 「시와 정신」 신인상 등단, 「시와 정신」 문인회 회장, 충남시인협회 회원, 당진 시인협회 이사. 시집 : ‘17『서해에서 길을 잃다』, ‘19『우리 밥 한번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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