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김진아 PD] 2020년 2월 한국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어느 누구도 이렇게 긴 싸움을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특히나 냉랭했던 집안에 온 가족이 모여 시끌벅적한 온기를 가득 채우게 될 명절만을 손꼽아 기다렸을 우리네 부모들은 이번 명절에도 많은 것들이 제한되어야만 하는 현실이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많은 것들이 중단됐습니다. 어르신들 스스로도 가족들이 보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상황에 답답해하십니다. 제한되고 제약되는 것들이 많다보니까 어르신들은 더 위축되고, 더 소심해지고.. 실제로 어떻게 보면 여러 제약 속에서 창살 없는 감옥 속에서 살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당진시 장기요양기관연합회 김기창 연합회장은 코로나19로 제약되는 것이 많아지면서 어르신들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있다며 안타까워 했습니다. 그렇기에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집에서 생활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자신의 위치에서 무엇이든 해드리고 싶다는 김기창 연합회장.

“아무래도 집에서 하기 어려운 것들을 기관에서는 많이 지원 받으실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어르신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조금 힘들고 지칠 수 있지만, 건강이 제일입니다. 건강을 위해서 잘 드시고 그리고 또 움직임도 자유롭게 하셔서 건강을 잘 지키셨으면 좋겠습니다”

본지는 위드코로나 시대로 돌입한 첫 번째 명절이지만 이번에도 가족들과 함께 보내지 못하는 우리 이웃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어떤 분은 입이 귀에 걸린 채 자녀 자랑을 하기도 또 어떤 분은 그동안 쑥스러워 전하지 못했던 아내에 대한 사랑 고백을, 또 어떤 분은 누나에게 고마웠던 마음을 전하다가 눈물을 쏟기도 했습니다. 

그간 꺼내지 못한 마음을 용기 내어 전해 본 우리의 이웃들처럼 신문에 담기지 못한 구독자 여러분께서도 이번 명절, 여전히 함께하지 못하는 가족들에게 사랑과 감사를 말로 또 글로 전해보는 것은 어떠실까요. 어쩌면 직접 만나는 것보다도 더욱 따뜻한 명절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켠으로는 참 보고 싶어”
유태호(74)

유태호(74) ⓒ당진신문 김진아 PD
유태호(74) ⓒ당진신문 김진아 PD

“먼저도 코로나가 처음 발생했을 때 마음으로 전달하기라든지 전화로 대신하라는 지침이 무척이나 어색했었어. 그런데 지금은 말이야, 전화로 마음을 전하는게 자연스러워졌어. 가족 얼굴 보던 것을 못한다는게 서운하지만, 어쩌겠어? 감내해야지”

명절을 앞두고 가족들이 가장 많이 보고 싶고, 생각난다는 유태호 씨는 자연스럽게 가족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애가 교직에서 근무하고 있어. 아무래도 아이들을 만나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까 집에 내려오는게 굉장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 아이들이 ‘아빠 서운하지 않아?’라고 묻는데, ‘야 서운하긴 뭘 서운하냐. 지금 이 시기에는 다 동참하고 움직여 줘야지라고 말했는데.. 한 켠으로는 참 보고 싶어”

가족을 향한 애틋함이 커질수록 손주들이 보고 싶은 마음은 숨길 수 없는 유태호 씨. 

“사랑하는 딸과 손자 손녀. 그리고 제일 고생하는 당신 정말 사랑합니다. 돌아오는 설 모두 모여서 즐겁게 지내야하는데 코로나19로 올 명절도 서로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야 될 것 같구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니네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니네들도 알고 있을거야. 이번 명절 다 함께 모이지는 못하지만 시간 되는대로 세배도 할 겸 방문해 주길 바란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세뱃돈 두둑히 줄테니까 기대해~ 그리고 49년 동안 나의 곁에서 궂은일 마다않고 꿋꿋하게 정신적 지주역할을 해준 우리 당신. 정말 사랑합니다. 잘해준 것도 없지만 남은 여생, 서로를 위하면서 행복하게 살아주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놈의 코로나, 참 야속해”
김병태(68)

김병태(68) ⓒ당진신문 김진아 PD
김병태(68) ⓒ당진신문 김진아 PD

“우리는 그냥 봉사만 하러 다니는거여. 마을을 위해서도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많이 돌아다니지 못하는 게 좀 그렇지”

시골에서 태어나 먹고 살기 위해 운전을 배웠다는 김병태 씨의 수줍은 미소 너머로 따뜻했던 세월이 비친다. 그는 40년을 잠 못자고 운전하며 자녀들을 키웠다. 생계를 이어가는 와중에도 어려운 사람들을 잊지 못해 각종 봉사 모임에서 활동했고, 어느새 동네에서 마을지도자까지 맡게 됐다고. 그렇게 싱글벙글 웃으며 한참 이야기 하던 김병태 씨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 얘기에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한 번은 손자 보려고 코로나 검사까지 하고 갔다 왔슈. 그 이튿날 다른 데서 동선이 겹쳤다고 해서 또 검사받고 이래저래 코로나 검사도 네 번이나 받았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머스매(손자)가 얼마 전에 태어나 너무도 보고 싶지만, 어린 손자 건강이 걱정되니까 내려오지 말라고 했어. 그나마 며느리가 보내주는 손주 사진으로 아쉬운 마음 달래보는디.. 이놈의 코로나19가 참 야속해”

김병태 씨는 아내와 아들 그리고 며느리 자랑에 얼굴 가득 미소로 가득해지며, 애정 어린 인사도 잊지 않았다. 

“아참, 우리 며느리가 유치원 선생님이여. 애들을 잘 챙기고, 잘 가르치고.. 아주 기특해. 애들 키운다고 밤낮으로 잠도 못자고 얼마나 고생하는데. 가서 도와주고 싶어도 괜히 코로나19로 힘들까봐 자주 갈 수도 없지. 그리고 내조도 잘 해주고, 애들 키우느라 진짜 고생 많이한 우리 아내, 세상에서 제일 고마워. 앞으로도 지금처럼 행복하게 잘 살면 좋겠어. 여보 사랑합니다”


“참 이쁜 우리 며느리 은주”
김춘희(73)

김춘희(73) ⓒ당진신문 김진아 PD
김춘희(73) ⓒ당진신문 김진아 PD

코로나19로 아들의 결혼식을 두 번이나 연기했지만 그래도 예쁜 며느리를 맞아서 행복하다는 사랑이 넘치는 민영이 엄마 김춘희 씨.

“가까운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그런게 불편하고 어렵고, 이웃 간에 동기간에 전부 다 거리감이 생기는 것 같아서 어렵지 뭐. 다른 거야 뭐 똑같은 사정인데 불편할 게 있겠어요.”

대부분의 동네 주민이 백신을 3차까지 맞았지만 그럼에도 필요한 일이 있어서 누구를 만났을 때에도 여기저기 눈치를 보게 된다. 

“수칙을 지키는 건 누구나 다 해야 하고, 하고 있기 때문에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다만,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계속 보게 되니까 뭐랄까요? 무언가 사람 사이에 생기는 거리감이 점점 커졌다고 할까요. 몸은 좀 떨어져 있는게 적응이 돼 가는데 마음에도 거리감이 생길까봐 걱정입니다. 다시 예전처럼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충북이 고향이라 명절이면 늘 그쪽에서 온 가족이 모여서 명절을 보냈던 김춘희 씨는 계속 된 코로나로 인해 그 예뻐하는 며느리도 자주 못 만나고 전화로 안부만 전하고 있다.

“얘들아, 니들도 명절 잘 쇠고 혹시나 좋은 기회가 있으면 다녀가고 전화나 자주해라. 그리고 사랑스럽고 이쁜 우리 며느리 은주야, 엄마야~ 너를 자주 못 본 게 아쉽고 속상하다. 항상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그렇구나. 그러니까 좋은 날이 돌아오면은 그때 우리 자주 만나서 즐겁게 밥도 먹고 대화도 많이 하고 그러자. 건강해라”


“누나, 아프지 말고 건강해”
안정모(60)

안정모(60) ⓒ당진신문 김진아 PD
안정모(60) ⓒ당진신문 김진아 PD

코로나19 초반에 마스크를 안 쓴 사람이 간혹 보여서 불안했다던 안정모 씨. 하지만 지금은 병원을 가거나 어디를 나가보더라도, 또 작은 시골마을 사람들까지도 대부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걸 보면 다행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 마스크 지겹지만, 방역수칙을 다 같이 잘 지켜서 하루빨리 이겨내 보자는 마음이에요. 저는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어요. 그래서 다른 곳에서 살고 있는 형제들이 명절이면 집으로 왔기 때문에, 조용했던 우리 집은 명절에는 북적거리고 시끌거리죠. 하지만 코로나로 전화로만 안부를 전하는 명절을 맞이하게 된 지 벌써 2년이네요”

오늘도 안정모 씨는 만나지 못하는 친척들과 전화로 안부를 물었다. 특히,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지만, 가족들과 통화할 때면 자꾸만 눈물이 난다고. 

특히 안정모 씨는 그를 알뜰히 챙겨주는 둘째 누나에게는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그래서일까, 누나에게 인사를 전하던 그는 가슴에 손을 꼬옥 대면서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 맺혔다.

“혼자 살다 보니까 운동화라든지 옷이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챙겨주는 둘째 누님이 항상 고마워요. 아까도 전화 왔었어요. 서로가 지금 힘들고 어려우니까 우리 열심히 잘 지켜서 하루라도 빨리 이겨내서 만나자고. 그렇게 이야기 하는데 이게 혼자 살다보니까 더 눈물도 나고 그렇더라구요. 누나,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힘들고 어렵지만 우리 열심히 살자. 응? 내가 누나한테 항상 고맙고 누나한티 해 준 것도 없는디 받은 것만 있고.. 앞으로 내가 누나한테 잘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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