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동초 학부모, 아이들 살려 달라 국민청원 올려

당진 탑동초 학부모회와 운영위원회는 지난 3일 죽음의 도로에서 우리 아이들을 제발 살려 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글을 올렸다. ⓒ당진신문
당진 탑동초 학부모회와 운영위원회는 지난 3일 죽음의 도로에서 우리 아이들을 제발 살려 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글을 올렸다. ⓒ당진신문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11월 25일 초등학생이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 발생 이후 당진시에서 내놓은 교통사고 예방 대책에도 비판의 목소리는 쉽게 사그라 들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12월 15일 당진시는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 민·관 합동 대책회의를 열고 지역 학부모들에게 당진시는 사고 직후 탑동초 방향 LED 바닥신호등 설치를 비롯한 탑동사거리 과속방지턱 신설 및 어린이보호구역 노면 표지 보수 등 6건을 즉시 완료했다고 밝혔다.(관련기사:사고 긴장감 여전한 당진 탑동사거리..“아이들 살려 달라”,1388호)

이 외에 △당진천 인도교 미끄럼방지시설 △옐로우카펫 보수 △탑동 교차로 보행자 알리미 설치 △탑동 사거리 과속단속카메라 설치 등은 예산을 확보해 올해 안에 완료할 계획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강력하게 요청했던 교통섬 제거와 탑동사거리 X형 지하보도 설치 또는 탑동고가교 철거는 “도로교통공단 기술 자문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장기검토 과제로 분류했다. 탑동 사거리 덤프트럭 운행 제한도 “우회도로와 연계해 장기 검토 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우회도로 건설은 현재 실시설계 중으로 언제 완공될지 알 수 조차 없는 상황.

탑동초 이지혜 운영위원장은 “지난 12월 15일 간담회 이후 당진시에 요구했던 대책 마련이나 민관협의체 구성에 대한 당진시의 답변을 기다렸지만 시에서는 어떤 답변도 없었다”면서 “결국 12월 28일 학부모들은 ‘15일에 했던 약속을 지켜달라’며 당진시에 민원글을 게시했더니, 그제서야 학교에 민관협의체 구성에 대한 공문을 보냈다”고 질타했다.

그러나 “공문에는 협의체 구성을 위한 명단만 보내라고 할 뿐 구성 이후 어떻게 운영될지에 대한 세부내역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급조해서 보냈다고 볼 수 밖에 없었다”면서 “학부모들의 요청에도 당진시는 행정 처리에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이에 우리는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국민청원글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당진 탑동초 학부모회와 운영위원회는 지난 3일 죽음의 도로에서 우리 아이들을 제발 살려 주세요!라는 제목의 국민청원글을 올렸다.

글쓴이는 “학교 앞 우회도로 횡단보도에서 하교하던 초등학생 아이가 신호를 위반한 덤프트럭에 치여 사망했다. 남겨진 아이들과 사랑하는 제자를 잃은 선생님은 여전히 커다란 상실감에 심리치료 등을 지원받으며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갑작스러운 도시개발과 산업단지 조성으로 학교 주변 환경은 바뀌기 시작했고, 차량이 급증했지만 대체할 수 있는 도로가 없어서 모든 차량이 학교 앞 큰 도로로 몰리기 시작했다”고 규탄했다.

이어서 “등교 시간 땐 출근 시간과 맞물려 차량 들이 미친 듯이 꼬리물기를 했으며, 다른 지역에서 넘어오는 차량까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아이가 길을 건너도 아랑곳하지 않고 신호를 위반했다”면서 “등·하교 시간에 산업단지로 가기 위해 덤프트럭과 회사 통근버스들, 일반 차량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과속했다. 그 후로 저희 학부모들은 전교생 부모 모두 참여하여 교통봉사를 하며 아이들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학부모들은 너무 화가 나고 허무하다. 그간 그 죽음의 도로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날 때마다 학부모회와 운영위에서는 학부모님들과 함께 학교 앞 도로를 개선해 달라며 수년간 민원을 넣어왔다”면서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예산이 없다’며 관계기관마다 공을 돌리면서 자기들끼리 문제를 미루고 회피했다”고 질타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누군가는 저희에게 아이들의 입장만 생각한다는 비난을 하지만, 부모이기에 비난 또한 달게 받겠다.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 모든 학교 앞에서 이 시간에도 수 많은 아이들이 보행자를 우선시 하지 않아 도로에서 위반차량에 계속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만약 이대로 당진시에서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하고 학부모들의 목소리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당진시의 ‘아동친화도시’ 자격을 박탈해 달라”며 청원했다.

한편, 당진시는 국민청원글 게시에 대해 인지하는 한편 할 수 있는 대책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예산을 마련해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진시 교통과 관계자는 “탑동초 후문에 지난 12월 25일 과속단속카메라를 설치했으며, 빠른 시일내에 초등학교 인근 교량 밑 도로를 막을 계획이다”면서도 “당진시 교통과 관계자는 “우회도로는 공사를 하고 있고, 교통섬 제거는 도로 구조의 전체적인 부분을 봐야 한다는 점에서 당장 추진하기란 쉽지 않다. 시에서도 탑동 사거리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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