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향-김대건 신부 200주년 기념시

김미향 ⓒ당진신문
김미향 ⓒ당진신문

수령이 300년 된 나무들도 이슬 한 방울에 푹 젖는 솔숲, 
바람의 길목에 친 침엽의 솔그늘이 무량無量한 해먹 같다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는 솔붓, 자필이 푸르므로
숲 그물에 깃든 서사는 순교의 패총,
차곡차곡 쌓인 단층이 
솔빛 향기로 은은하게 빚은 서책 같다
숲 그늘의 갈피마다 서표인 듯 꽂혀 있는 솔가지를 
한 장씩 넘겨 읽으면 
촘촘하게 그늘로 직조한 바탕체로 쓰여 있는 음성상징어들
순례로 편저한 햇빛과 바람이 소나무 가지에 잔잔하다
어떤 경전이 이토록 성스러울 수 있을까
신앙의 못자리*에서 지핀 개혁으로 
솔가지를 한 움큼 묶어 바람을 흠뻑 묻혀 쓴 교리
내포內浦에 깃든 한 성직자의 순교로
솔숲 이리 푸르른가
바람 또한 어떤 깨달음이 있어 순례의 길목이 되었을까
솔 그늘에 깔린 해거름으로 매일 경건한 의식이 치러지는 
야트막한 능선을 통째로 편집한 한 권의 경전
어떤 박해에도 굴하지 않는 끊임없는 자아의 성찰이라는 
버그내 순례길의 종착지, 솔뫼는
솔빛 문체로 집필된 성서이다 

* 신앙의 못자리 : 4대에 걸쳐 순교자를 배출한 솔뫼성지를 뜻함


김미향

충남 당진거주
제21회「고산문학」 
현대詩부문 신인상
한민족통일문화대전
국회의장상
시집 『나의 이름을 묻는다』외
당진문인협회 편집장
당진정보고교 교사
현)호수시문학회장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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