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미 당진어울림여성회 '깃들다' 회장

신은미 당진어울림여성회 '깃들다' 회장
신은미 당진어울림여성회 '깃들다' 회장

열심히 일을 하다가, 30대 후반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다. 그와 동시에 남편의 직장 때문에, 평생 살았던(앞으로도 살 것 같았던) 서울살이를 끝내고, 낯선 당진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었던 당진에서의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우리를 닮을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나는 어느새 00와이프, 혹은 00엄마로 불리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그런 생활에 익숙해졌고, 바쁘게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지냈다.   그런 즈음에 만난 모임이 ‘당진어울림여성회’다. 처음에는 ‘좋은엄마모임’이란 이름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나와 회원들은 ‘나’에 대한 고민보다 ‘좋은엄마’에 대한 고민이 컸고, 그에 맞는 다양한 체험과 교육들을 모임 안에서 함께 했다. 아이는 점점 자라났다. 키도 크고, 생각도 크고, 고민도 생겼다. 아이가 커가면서 엄마도 함께 커나갔지만, 엄마로서가 아닌 ‘나’ 자신의 성장은 그 자리에 멈춰있는 것 같았다. 어느덧 아이들은 일상적인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그제서야 나를 비롯한 회원들은 자신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좋은엄마모임’은 ‘당진어울림여성회’로 이름을 바꾸었고, 그런 고민 속에서 ‘깃들다’라는 모임이 만들어졌다. 아이의 이름, 남편의 이름을 뺀 ‘나의 이름 ooo’ 그 이름이 갖는 의미를 찾고 싶었다.

우리의 고민에 공감하는 강사를 섭외하고 <마음의 판도를 바꾸는 8주간의 여행-마음의 여섯얼굴> 이라는 이름의 강연을 진행하며 나의 감정을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다들 낮에는 일에 바쁘고, 저녁에는 가족들의 식사를 챙기고 나와야 해서 밤 8시에나 모일 수 있었지만, 평생 처음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대해 진지하고 깊게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온전히 나에 대한 고민에 집중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좋았다.

그래서 2021년은 한걸음 더 나아가 글을 써보기로 했다. 나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알아보고, 그리고 글로 나를 드러내는 일. <자서전쓰기-사진에세이> ‘자서전’쓰기 라고 하니 너무 무겁고 어렵게 느껴졌다. 사진과 함께 넣으니 가볍게 생각하자고 해도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글로 정리해보는 일이 쉬울 수 없을 것이다. 개인의 트라우마, 행복했던 순간과 가슴 아픈 기억, 나에게 편지쓰기, 다양한 관계들, 나의 가족, 고마운 사람들, 그리고 버킷리스트작성 등등.  

난생 처음 프로필 사진을 찍으며 쑥스러워하기도 했지만, 언제 내가 또 이런 사진을 찍어보겠냐하는 마음에 깔깔대며 마음껏 나를 표현해보기도 했다. 그림책을 읽으며 어린시절의 나에게 이야기를 건네보기도 했다. 함께 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었고, 서로 안타까워했고, 공감했고, 응원하는 시간들이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갑자기 많아지면서 중간 중간 쉬었다 가기도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

다들 책을 완성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지만 결국 6명의 회원이 모두 책을 완성했다. 저녁 8시에 나와서 강좌를 듣고, 밤을 새워가면서 글을 쓰고, 오래된 앨범을 뒤져 사진을 찾고, 편집을 하고, 표지 디자인을 하는 빼곡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 나만을 위한 책이 완성되었다.

밤을 지새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어렵기도 했고 멈출까도 고민했지만, 하고 나니 그 시간들이 참 소중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쉬움도 있지만, 결과물을 눈으로 확인하니 또 느낌이 다르고 감동적이다.   조촐한 우리만의 출판기념회때 가족들의 응원영상을 보고 눈물이 찡~~~ 혼자였으면 하지 못했을 것이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응원하는 우리가 있었기에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시간 전과 후의 내 모습은 달라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당장 눈으로 그 차이가 보이든 보이지 않든 언젠가는 나의 달라진 깊이가 표현될 때가 올 것이다.

‘어울림여성회’가 했던 것처럼 이런 기회와 프로그램이 당진에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이런 기회들을 통해 많은 여성들이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고 소중히 생각하며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멋진 자신의 삶을 위해 고민하는 모든 여성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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