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내셔널트러스트 시민공모전에  우강초 ‘소들섬’ 선정
야생생물보호구역 지정 위한 지정계획서 설명회 29일 개최
“이르면 내년 5월 지정 여부 결정...겨울 철새 결과가 관건”

우강초등학교 환경동아리 환경의사회 학생들이 지난 16일 소들섬을 지키기 위한 자전거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모습. ⓒ당진신문 김정아 시민기자
우강초등학교 환경동아리 환경의사회 학생들이 지난 16일 소들섬을 지키기 위한 자전거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모습. ⓒ당진신문 김정아 시민기자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소들섬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 희망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우강면 신촌리 495번지에 자리잡은 소들섬은 겨울철 철새도래지로 해마다 가창오리, 왜가리, 큰기러기 등 수백만 마리의 철새가 찾아오며,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켜내고 있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는 345kV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 건설과 관련해 소들섬에 고압 송전철탑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우강초 환경동아리 환경의사회(이하 환경의사회)는 소들섬을 지켜내기 위해 한국내셔널트러스트의 제19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 당진 소들섬을 응모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와 문화유산국민신탁이 공동주최하고 환경부,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제19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은 지난 5월 20일부터 7월 20일까지 두 달에 걸쳐 응모작을 접수했다. 접수된 응모작은 당진 소들섬을 포함한 총 23개작으로, 문화유산분야 15개작, 자연환경분야 8개작이다.

심사 과정은 1차 네티즌 평가와 2차 전문가 서류심사를 거쳐 총 17개작에 대해 3차 현장심사 대상지를 선정, 지난 9월 4일부터 10월 9일까지 17개 현장심사 대상지에 대한 평가를 완료했다. 그리고 지난 21일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당진 소들섬을 최종 선정했다.

당진 소들섬은 1979년 삽교호 방조제가 준공된 후, 호수 안에서 40년 동안 자연적으로 생성된 5만여 평의 하중도다. 소들섬과 삽교호 주변에는 멸종위기야생동물 1급 흰꼬리수리, 매,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 큰고니, 큰기러기 등 희귀한 조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 약 30여만 마리의 가창오리가 펼치는 군무를 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한전의 북당진-신탕정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구간으로, 소들섬에 송전탑을 세워 삽교호를 경유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고압 전기가 흐르는 송전탑과 선로로 인해 철새와 야생동물의 서식지인 소들섬이 파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8월에는 한국전력이 송전탑 설치를 위해 경작 중인 논에 중장비를 투입하여 주민들과 충돌도 있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는 “수도권의 전기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화력의 위험을 경고하기 위함”이라며 “당진화력발전소는 전기 수요처인 수도권에 전력 공급을 위해 당진 하늘에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송전탑과 송전로 건설로 시민의 건강과 야생동식물 서식에 위협을 주고 있다”며 “우강초등학교 동아리 환경의사회가 송전탑으로부터 소들섬과 철새들을 보호하려는 활동에 적극 지지를 표명한다”며 당진 소들섬을 선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우강초등학교 김희숙 교장은 “모두 한마음으로 시민공모전을 준비했고, 선정돼 기분이 좋다. 함께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우리 학생들에게 우강면이 그냥 고향이 아니고, 우리들의 땅이고 지켜야 할 소중한 소들섬으로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내셔널트러스트는 21일 수상작과 응모단체만 공개했으며, 수상작에 시상될 상의 명칭과 내용은 오는 11월 27일 현장 시상식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우강초 환경동아리 환경의사회의 ‘소들섬’이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시민공모전에 선정됐다. ⓒ당진신문 김정아 시민기자
우강초 환경동아리 환경의사회의 ‘소들섬’이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시민공모전에 선정됐다. ⓒ당진신문 김정아 시민기자

야생생물보호구역 지정 첫걸음

소들섬을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시작도 첫 걸음을 뗐다. 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철탑 건설을 막기 위해 소들섬을 야생생물보호구역 지정을 계획했다.

이에 8월 환경의사회와 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당진시와 당진시의회에 송전선로 지중화 건의안 제출을 비롯해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충남도의회에 청원서를 제출했고, 9월 14일 충남도의회는 청원을 채택했다. 그러나 보호구역 지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당진시에서는 야생생물보호구역 지정을 위한 행정적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고, 우강면 송전선로 반대대책위원회와 소들섬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당진시에 지속적으로 행정적 지원을 촉구해 왔다. 

21일 당진시는 환경부에 야생생물보호구역 지정계획서를 제출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인 지정계획서 공람 및 설명회 개최를 공고했다.

당진시에 따르면 당진시 우강면 신촌리 소재 소들섬 및 삽교호 수면과 인근 토지 일부에 대해 당진시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함에 있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3조 및 토지이용규제 기본법 제8조의 규정에 의거 주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주민공람 및 주민설명회를 개최해야 한다.

사업개요에 따르면 야생생물보호구역은 서식환경 보전 및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우강면 신촌리 485 외 169개 필지, 지정면적은 2,747,930.6㎡ 정도로 지정될 예정이다. 지정계획서는 10월 25일부터 11월 11일까지 공휴일·임시공휴일을 제외한 14일간 당진시청 환경정책과와 우강면행정복지센터에서 공람할 수 있다,

당진시는 이르면 내년 5월 보호구역 지정 여부에 대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사업계획서와 공람 일정을 급하게 진행하면서 겨울철새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보완의견이 나올 수 있다.

당진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토대로 사업계획서를 수정해 환경부에 제출하면, 심의를 통해 최종 공시를 하게 된다”면서도 “급하게 진행하게 되면 보완 의견이 나올 수 있고, 일정은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