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희 당진어울림여성회장

오윤희 당진어울림여성회장
오윤희 당진어울림여성회장

10월 20일,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외치며 도심 거리에 나섰습니다. 그 속에 ‘주부 총파업’을 외치며 거리로 함께 나온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주부들이 총파업을 한다니 상상이 되시나요? 그 주부들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요?

한동안 주춤했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다시 당진 전역이 뒤숭숭합니다. 특히나 마지막 안전지대라 생각했던 학교에서 집단 확진사태가 벌어지며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당장 제 주변 엄마들은 모든 일상이 멈춰버렸습니다. 

아이의 같은 반 친구가 확진이 되면서 아이와 함께 엄마도 꼼짝없는 격리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직장을 다니는 엄마는 출근했다가 점심시간에는 집으로 내달려 아이들 밥을 차려주고 다시 부리나케 직장으로 달려가야 하는 그야말로 슈퍼우먼의 시간을 보내야합니다

코로나19로 우리 사회 돌봄문제는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었습니다. 학교가 문을 닫고, 갈 곳을 잃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결국 엄마들의 희생이 강요되었습니다. 

전업주부들은 집에서 논다는 편견과 육아는 당연히 엄마의 몫이고 엄마라면 당연히 희생하고 살아야한다는 모성신화는 더욱 크게 여성들의 삶을 옭아매고 있습니다.

무급 가족돌봄, 무급 가사노동을 ‘주부들의 그림자노동’으로 일컫습니다. ‘그림자노동’이란 노동을 했지만 보수를 얻지 못하는 무급 활동으로, 오스트리아 철학자 이반 일리치(Ivan Illich)가 동명의 저서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입니다.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끝없이 누군가를 돌보고, 반복되는 가사노동을 감당하면서도 보수는 커녕 사회적 가치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노동을 잘 담아낸 표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부들이 이제는 그림자노동에서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간 1인당 노동시간 세계 최상위권,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 세계 1위,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매일 7명씩 생기는 한국사회에서 평등한 돌봄이란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오늘 주부총파업 현장에서 얘기된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평등 돌봄을 실현할 수 있고, 비정규직,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없어져야 모든 가족을 돌볼 수 있으며, 불평등 세상을 타파해야 청년들이 돌봄과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발언은 왜 주부들이 노동자들의 파업현장에 함께 했는지 이유를 말해줍니다.  

코로나 19는 우리들에게 돌봄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때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돌봄은 개인이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책임지고 해결해 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합니다. 주부들의 그림자 노동만으로 채워왔던 돌봄노동을 모든 사회구성원의 보편적 권리로서 보장하고 국가가 책임질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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