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총 957건 신고
적발 힘들고 처벌 가벼워

지난 8월 23일 읍내동 맥도날드 앞을 지나던 이모씨는 물피도주(주정차 차량 뺑소니) 현장을 목격했다. 좁은 주차공간에서 주차하던 가해 차량은 접촉사고를 낸 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이모씨는 곧바로 사고 장면과 가해 차량의 번호판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피해 차주에게 넘겼다. 얼마 후 피해 차주로부터 가해 차량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가해 차량 운전자가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말해 보험처리를 하는 선에서 합의했다고 한다.

이모씨는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가해 차량을 주차 중 피해 차량 측면에 여러번 충돌해 차가 크게 흔들렸고, 가해차량은 사고를 인지한 듯 충돌 후 잠시 멈추기도 했지만 처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당진신문=이석준 기자] 블랙박스와 CCTV가 널리 보급됐음에도 물피도주(일명 주차장 뺑소니)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물피도주 처벌이 지나치게 가볍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당진경찰서에 따르면 물피도주 신고 건수는 2020년 515건, 2021년 1월부터 9월1일까지 442건에 달한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 전 합의 하거나,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고도 신고를 포기한 경우 등을 포함하면 실제 물피도주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도로교통법은 물피도주 관련 처벌 규정이 없었던 2017년 6월 이전보다 강화된 법이지만, 그럼에도 물피도주 사례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는 2017년 6월 이후 강화된 처벌 또한 지나치게 가볍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17년 6월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주정차 된 차량을 파손하고 연락처를 남기는 등 사후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나는 경우 주정차 차량 물적 피해도주(이하 물피도주)로 간주해 가해 차량 운전자에게 2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태료와 25점의 벌점이 부여된다. 

시민 김모씨는 “물피도주라는 말 자체를 처음 들어보는 사람도 많을 것같고, 주차 중 피해를 당한 경우 피해 사실을 늦게 알아채 신고하지 않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며 “요즘 승용차 범퍼만 교체해도 30만원이 훌쩍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20만원 이하의 벌금은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블랙박스 영상이 있더라도 야간, 우천 시 차량의 번호판이 식별되지 않으면 가해 차량을 적발하거나, 처벌하기 어렵다. 

가해 차량에 부여되는 벌금의 액수가 피해 차량 수리 비용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해 차량이 음주운전을 한 경우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고자 달아나는 경우도 많다. 

가해 차량이 접촉사고를 내더라도 ‘잡히면 약간의 벌금을 내고, 안 잡히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현장을 이탈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하지만 물피도주 행위는 명백한 범법행위다.

당진경찰서 교통사고조사계 관계자는 “물피도주 관련 신고는 하루에 1번은 무조건 들어오고, 많을 때는 하루에 4~5건까지 들어온다”며 “가해차량을 적발하는 것도 어려울 뿐더러, 가해차량이 사고 사실을 인지한 것이 명백함에도 몰랐다고 발뺌하는 경우도 많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접촉사고 후 사후처리 없이 현장을 이탈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명백한 범법행위임을 운전자가 인식해야 한다”며 “물피도주 피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CCTV가 있는 곳에 주차하거나, 인근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는 등 빠른 시간 안에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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