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동생의 감동적인 사연이 독자를 울리는 수필,
오빠의 속 깊은 사랑이 가슴 아리게 하는 수필 

이득주 수필가(당진 출신, 대전수필문학회 사무국장)의 수필 <맏물>(대전수필문학회 카페에 올라온 《한국수필》 2021.9월호)을 읽으면서 문득 시골에서 농사짓던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얘야, 만물고추 따러 가자. 소쿠리 들고 따라와.” 

그 시절에는 ‘맏물’을 ‘만물’로 알아들었습니다. 내 고향 청양지방에서도 흔히 쓰이는 말이었습니다. ‘맏물’을 소리 나는 대로 ‘만물’로 알아들었어도,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대강 알았습니다. ‘만물(萬物)’이 아니라 ‘끝물’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인식했으니까요. 

모처럼 감동적인 수필을 읽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부모 형제 사랑을 더욱 애틋하게 떠올리게 하는 작품입니다. 이득주 수필가의 <여동생님> 마음씨가 선(善)하고 참으로 곱습니다. 그냥 ‘동생’이라는 통상적인 말로 칭하기 어렵습니다. 작품을 쓴 작가에게는 손아래 동생이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가슴이 아려오고 눈시울 촉촉이 적시게 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는 <동생님>이라 존칭해야 마땅합니다. 

삶의 성실함, 동기간의 뜨거운 정, <동생님>의 순수한 삶의 모습을 보면 ‘사랑을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임에도 ‘사랑을 주기 위해’ 세상을 살아가는 분으로 느낍니다. 어디서 그런 헌신과 사랑이 나올까요? 꽃을 남달리 사랑하여 매일같이 화분에 물을 주는 사람의 ‘성심’이 그럴까요? 아닐 것입니다. ‘성심’은 가꾸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니까요. 

<동생님>이 오빠의 진정한 사랑을 글이 아닌 마음으로 읽더라도 눈물 흘리실 것입니다.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왔지만, <동생님>을 속 깊은 정으로 가슴 아리게 사랑해 왔다는 사실을 <동생님>인들 어찌 모르실까요. 오빠의 속 깊은 정과 뜨거운 동생 사랑이 차원 높은 <맏물>이란 언어로 따뜻하게 승화하고 있습니다.  

마침 추석 명절이 다가옵니다. 잊고 살았던 가족 간의 사랑을 되새기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명절입니다. ‘맏물’의 또 다른 의미를 새삼 곰곰이 새겨보는 독자들은 올해 명절이 유난히 따뜻해질 것입니다. 

남의 인생 스토리가 아닌, 나의 가족사처럼 말 못하고 살아온 역경과 슬픔의 세월이 살며시 다가와 가슴 적시는 수필. <이득주 동생님의 사연>을 추석 명절에 가족과 함께 나누면 진정한 동기간의 사랑이 무엇인지, 화려한 수백 마디의 언어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의 소중한 의미를 일깨워 줄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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