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경자유전 원칙(耕者有田-原則)과 가짜 자경농
[오피니언] 경자유전 원칙(耕者有田-原則)과 가짜 자경농
  • 당진신문
  • 승인 2021.09.11 01:27
  • 호수 1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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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 소장 

대통령이 되겠다는 예비후보들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하여 정책을 발표하는 모습을 보자면 때는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인 것이 분명하다. 작은 농사처를 일구는 농민의 입장에서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이유는 농업, 농촌, 농민이 안고 있는 문제를 조금이라도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정치가 바로서야 하기 때문이다. 

그 중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윤석열은 지난 8월1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청년 정책토론회에서 “오래전부터 농사를 지어왔던 분들이 경자유전에 너무 집착한다”며, “이런 이유로 농업이 산업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의 가치를 자본의 논리로 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천박한 인식과 헌법정신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망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헌법 제121조는 농지에 관해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헌법적 가치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경자유전이란 시대가 변하면서 지금은 농업인뿐 아니라 농업법인도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했지만 농지는 농사짓는 목적으로 농민만이 소유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만약 농지에 관해 경자유전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지난 8월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의 부친이 세종시 전의면에 있는 계단식 논을 불법적으로 취득하여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였다. 윤의원의 부친은 농민이 아니었기 때문에 농지를 소유할 수 없었다. 그런데 농지를 매입해 소유할 수 있게 된 것은 가짜 자경농이 되어 스스로 농사짓겠다는 거짓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농지취득자격증명서를 발부받았기에 가능했다. 

이렇게 농지를 취득한 후 윤희숙의원의 부친은 스스로 농사지을 생각도 능력도 없었기 때문에 헌법에서 금지한 소작을 주는 불법을 연달아 저질렀다. 윤희숙 의원의 부친이 농지를 매입한 이유는 스스로 밝혔듯이 먹을거리 생산이라는 농지의 목적과 무관하게 투기에 목적이 있었다. 

지금 시대 불법적인 농지 매입 행위는 윤희숙 의원 부친만의 문제였고, 세종시 만의 문제였을까?  이번 국민권익위 조사 결과에 의하면 여야를 막론하고 25명의 국회의원이 부동산 소유 과정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고 발표하였다. 

또한 항간에는 수많은 공직자들 중에도 불법적으로 농지를 소유한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한 실정이다. 이런 차원에서 윤희숙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하는 대신 화를 냈던 이유가 ‘세상이 다 그런데 나만 재수없이 걸렸다’고 생각하니 너무 억울했을 것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이렇듯 지금 대한민국에서 농지거래는 헌법적 가치인 경자유전의 원칙이 파괴된지 오래이고, 농지법을 위반한 투기의 대상물일 뿐이다. 

그 결과 현재 농지의 경우는 70% 이상 소작농이 농사를 짓고 있으며, 15년 후에는 전체 농지의 84%를 가짜 농민을 포함한 비농민이 소유할 것으로 예측되는 실정이다. 엄연히 경자유전의 원칙을 명시한 헌법이 존재함에도, 농지법을 통해 온갖 예외 규정을 두어 국민 누구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크게 걱정하는 경전유전의 원칙에 너무 집착하여 농업이 산업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는 현실적이지 못하다. 농민이 경자유전에 집착하고 싶어도 집착할 농지조차 없는 소유구조가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경자유전의 원칙을 바로 세우는 일 이상도 이하도 없다. 농민을 보호하고 농산어촌을 지키는 일은 인류의 먹을거리를 지키는 일이고,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책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모든 농지에 대한 이용실태조사를 철저하게 실시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개발 예정지를 중심으로 불법적인 투기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어, 개발 예정지 주변 농지의 거의 전부가 비농민 소유일 것이라는 사실에 염두에 두고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재산신고 대상인 모든 공직자의 경우 소유 부동산의 취득 과정에 농지법 위반 등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행정당국은 이를 통해 드러난 농지법 위반 행위자에 대해서는 발급해준 농지취득자격증명 자체가 불법이므로 농지법이 정한 바에 따라 사법당국에 고발 조치를 해야 하고, 농지 처분 의무를 명하거나 농어촌공사를 통해 해당 농지를 매수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가짜 농민이 농지를 소유하고 소작을 주는 반헌법적 행위를 근절시킬 수 있다. 농지가 투기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면 농촌은 파괴될 것이고, 농촌의 파괴는 인류를 파멸로 이끌 것이다. 농업은 인류가 지켜야 할 생명이고 미래이다. 선진국일수록 농업을 강조하고 투자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이 자타가 공인하는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농산어촌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출발은 가짜 자경농을 찾아 농지를 진짜 농민에게 돌려주는 일이다. 또한 그 일을 잘하는 정당, 그 일을 잘하는 정치인, 그런 정치인을 잘 뽑는 유권자, 그것이 바로 정치를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