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막내 73세 ‘만주 엄마’ 이야기
동네 막내 73세 ‘만주 엄마’ 이야기
  • 지나영 기자
  • 승인 2021.08.28 11:00
  • 호수 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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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읍 복운1리 이경숙 씨의 이웃 사랑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무더웠던 이번 여름. 이경숙 씨(73세)가 큰 주전자 가득 커피와 시원한 얼음을 채우고, 급히 집 건너편에 위치한 동네 어르신들 쉼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쓴 어르신들은 탁 트인 정자에 앉아 ‘만주 엄마’ 를 기다린다. “만주 엄마 왔네”라며 한 목소리로 반기는 어르신들에게 이경숙 씨는 달달한 시원한 냉커피를 따라드리며 이야기를 나눈다.

송악읍 복운1리에 거주하는 이경숙 씨는 소소한 이웃 나눔을 앞장서 실천하고 있다.

“마을 경로당에서 멀리 거주하는 80대, 90대 어르신 몇 분을 위해서 이장님이 우리 집 건너편에 작은 쉼터를 마련했어요. 그래서 거동이 불편한 몇몇 어르신들은 날씨가 좋은 날이면 그곳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데, 이야기 나누시면서 커피 한잔 드시라고 갖다 드리게 되면서 저도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됐죠. 그러다 식사 시간이 되면 우리 집에서 밥이랑 반찬 챙겨 같이 먹었는데, 그게 뭐 대단한 일이래요”

경숙 씨의 나이는 73세로 적지 않은 나이지만 시골 마을에서 막내 소리를 들을만큼 어린 나이에 속한다. 특히, 부녀회장을 6년간 맡았었고, 그러다보니 어르신 돌보는 일을 마다할 수 없었다고. 

이 씨가 기억하는 옛날 복운1리는 아이들이 마당과 마을 골목에서 뛰어 놀고, 어른들은 농사를 지으며 꽤 북적거렸다. 그러나 지금은 80·90대의 독거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어서 일손 부족을 겪고 있다.

“예전 마을에는 젊은 사람도 많았는데, 하나, 둘씩 도시로 떠나면서 점차 어르신들만 남게 됐어요. 부녀회장 맡을 당시에도 60대인 내가 마을에서 막내였으니까, 마을에 일이 생기면 무조건 제가 나서야 했죠. 시대가 변하면서 부녀회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정작 촌에서는 해야 할 일이 많아요. 그러니 제가 70대가 되도, 한 살이라도 더 어린 제가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챙길 수 밖에 없어요”

이 씨는 봉사가 단순히 큰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지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제가 가진 시간과 먹거리를 나누는 것이 봉사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걸 봉사라고 본다면 저는 봉사 참 쉬운 일이라고, 누구든 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내가 가진 거에서 하나 떼어서 이웃과 나눠 함께 즐거울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저도 나누며 느끼는 즐거움이 컸으니까요. 앞으로 제 체력이 다 할 때까지 동네 어르신들 간식은 제가 꼭 챙겨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