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최효진 기자] 양승조 도지사가 부곡공단을 찾아 한전과 피해 기업 사이의 중재에 나섰지만, 피해 산정을 위한 ‘지반침하위험도평가’ 수행 주체를 두고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며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12일 양승조 도지사가 ‘한전 전력구공사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송근상, 사무총장 안동권, 이하 비대위)와 한전 측 관계자를 부곡공단 내 피해 업체 중 하나인 아하엠텍에서 만났다. 이번 자리는 사고 발생 2년 반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피해보상과 계획이 진척되지 않아 마련된 자리였다.

양승조 도지사가 직접 주제한 자리이자 지반침하의 원인이 분명한 상태여서 협의가 진척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양측은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모두 브리핑부터 첨예하게 대립했다. 

우선 한전 측은 안전상에 특별한 위험이 없는 상태이며 피해보상을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비대위 측은 현재 상태로는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태인데다가 인근에 수소탱크까지 있는 상황이어서 대형사고 발생에 대해 깊이 우려했다. 특히 비대위와 한전 측은 ‘지반침하위험도평가’(이하 위험도평가) 중 공공부문이 아닌 사유지의 수행 주체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위험도평가는 지반침하와 관련하여 구조적·지리적 여건, 지반침하 위험요인 및 피해예상 규모, 지반침하 발생 이력 등을 기술자 및 탐사장비 등으로 정량·정성적으로 위험도를 분석·예측하는 평가다. 공신력을 갖는 조사로 법원에서도 인정되기 때문에 향후 보상 문제 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한전 측은 위험도 평가에 따라 수백억원의 비용까지도 언급했다. 

비대위는 한전이 당진시가 위험도 평가를 수행하는 것에 동의 했음에도 말을 바꾸고 있다며 비판했다. 

안동권 비대위 사무총장은 “가해자가 피해 조사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위험하지 않다고 나올 게 뻔한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7월 26일 회의에서) 한전이 당진시 주관으로 일임하기로 해놓고 일주일만에 말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전 측은 법적으로 위험도평가의 작성 의무가 한전에 있고, 당진시 역시 이미 지난 4월 수행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한전 측 관계자는 “한전이 지반 침하의 최대 이해 당사자다. 위험도평가를 어떤 방식으로라도 참여하지 않는 것은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불법”이라며 “당진시에서 이미 두 번에 걸쳐서 위험도 조사를 하라고 행정명령이 내려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당진시 관계자는 “한전이 당진시가 위험도평가를 수행하는 것에 동의한 것이 맞고 한전이 책임이 있는 수행 기관인 것도 맞다”면서도 “하지만 세부 용역에 있어서 시가 발주하더라도 ‘잘못됐다’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그리고 현재 한전 공공부문은 당진시에 맡겨서 위험도평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양승조 도지사는 비대위 측에 당진시가 아닌 3자 수행을 요구하고, 한전 측에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요구하기도 했지만 양측은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자리는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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