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비정규직지원센터, 42개 공동주택 휴게시설 전수 조사
휴게시설 사용되는 곳 38% 불과...타용도로 쓰거나 없는 곳 55%

이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이홍원 作
이 삽화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이홍원 作

“저는 휴게 공간에서 밥을 먹지 않습니다. 대충 초소에서 떼우고 말지. 너무 지저분해서 그곳에 가는 것 자체가 꺼려집니다”  -당진 송악읍의 아파트 경비 노동자 A씨

[당진신문=최효진 기자] 아파트 경비 노동자 대부분은 인력업체 소속으로 근로계약을 맺고 일하고 있다. 근로계약서에는 휴식 시간도 정해져 있는 곳도 있지만 실제로 휴식 시간이 지켜지는 것은 쉽지 않다. 정해진 시간임에도 언제 발생할지 모를 업무 때문에 경비초소 안에서 식사를 하는 경비 노동자가 67%에 달할 정도다.

경비노동자의 업무는 차량의 출입 점검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단지 내 쓰레기통도 관리해야 하고, 주차 위반 스티커 부착과 같은 주차장 관리도 해야 한다. 단지 내 눈에 띄는 장소의 청소업무도 포함된다. 경비실로 들어오는 민원도 처리해야 한다. 특히, 가장 많은 시간을 투여하고 신체적으로 고된 것 중 하나가 재활용품의 분리 수거 관련 업무다.      

상황이 이렇지만 당진의 공동주택(아파트) 경비노동자의 휴게 공간이 마련된 곳은 절반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설령 휴게 공간이 있다고 하더라도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사용하기를 꺼려하고 있다는 것.

당진시비정규직지원센터(센터장 이옥선)가 7월 당진의 공동주택(아파트) 42개 단지를 대상으로 ‘아파트 경비노동자 휴게공간 실태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26개 아파트에 휴게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이 중 10곳이 휴게 공간이 아닌 택배 보관실 등 타용도로 사용되고 있었고, 휴게 공간으로 사용되는 곳은 16곳, 38%에 불과했다.

고된 24시간 맞교대 경비노동자
별도의 휴식·취침 공간 필요

당진지역 일부 공동주택(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공간 모습.
당진지역 일부 공동주택(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공간 모습.

당진 읍내동에 위치한 400세대 규모의 아파트 경비 노동자 B씨는 “휴게 시설이 있다고 하더라도 휴식 시간에 그 곳을 이용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라며 “수시로 호출되는데 멀리 떨어져 있는 휴게 시설은 사실상 이용하기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경비원들의 근무형태가 짐작보다 고됨을 보여주는 통계가 있다. 언론에 보도된 근로복지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업무상질병 판정을 받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2018년부터 2019년까지 74명의 경비원이 과로사 판정을 받았다. 

업무 과중과 연계된 심뇌혈관계 질환자도 173명에 달한다. 경비노동자들에게 휴식을 위한 ‘시간’과 ‘공간’이 반드시 확보되어야 하는 이유다.

이정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노동안전부장은 “제조업 현장은 24시간 맞교대가 대부분 사라졌지만 아파트 경비 노동자들은 고령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24시간 맞교대를 하고 있다. 과로가 쌓일 수밖에 없다”면서 “휴식시간마저 업무 대기 시간과 다를 바가 없는 경비 노동자들은 과로사로 인정받기도 어렵다. 문서상의 휴식 시간이 근무 아닌 시간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태조사에 나섰던 이옥선 센터장은 “휴식과 취침 시간이 제대로 지켜지려면 반드시 업무와 분리된 휴게 공간이 필요하고 환경 역시 편히 쉴 수 있도록 잘 준비되어야 한다”며 “당진의 아파트 전체를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지금 나와 있는 통계만으로도 경비 노동자의 열악한 상황은 충분히 확인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능하다면 올해 안에 몇 개의 아파트부터라도 당진시와 아파트 입주자 대표, 관리사무소 3자가 함께 논의해 휴게 시설을 확보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숙경 당진시 건축과장은 “당진시공동주택 관리 조례 중에 공용시설물의 설치 및 유지보수에 관한 조항이 있다”며 “ 공동주택의 경비원 등을 위한 휴게 시설 역시 심의를 통해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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