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시작에 현대제철 자회사 설립?...“직접고용 회피 꼼수”
소송 시작에 현대제철 자회사 설립?...“직접고용 회피 꼼수”
  • 최효진 기자
  • 승인 2021.07.10 16:00
  • 호수 1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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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제철, “사회적 기업 역할 수행... 지역 경제 활성화 기여”
노조 “5년 만에 소송절차 시작되자...직접고용 의무 회피 위한 속임수”

[당진신문=최효진 기자] 현대제철이 불법파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회사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노조 측은 이를 ‘꼼수’로 규정하고 향후 투쟁을 결의하고 나섰다.

현대제철이 지난 7일 오전 10시 현대제철 협력사 대표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졌다. 현대제철은 자신들이 100% 출자한 자회사 현대ITC(Innovation Tech Company)를 설립할 것이며, 1차 협력사 직원을 대상으로 채용할 방침 등을 알렸다. 다만 당일까지 채용범위, 임금수준, 노동조건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자회사 입사 지원 시 부재소동의서 및 소송취하서를 작성해야 입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전달했다.

현대제철이 밝힌 자회사 인원은 7천 여명이며 당진공장 5,300여명, 인천공장 800여 명, 포항공장 900여 명 수준이다. 

순천공장의 경우, 냉연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당진 계열사의 지사 개념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현대제철 측은 “사업장별 계열사가 설립되고 향후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매출액과 7,000여 개의 대기업 계열사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역할 수행뿐 아니라 팬데믹으로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현대제철, 공공부문 자회사 꼼수 그대로 베껴”

하지만 금속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지회장 이강근, 이하 현대제철비지회)는 7일 오후 4시 긴급대의원대회를 열고 비상대책위로 전환하고 24시간 운영에 돌입했다. 비대위는 직접고용·정규직 전환 투쟁 승리를 위해 투쟁결의문도 채택했다. 현대제철의 자회사에 응하지 않고, 직접고용-정규직 전환의 요구를 분명하게 한 것이다.

금속 충남지부 역시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는 자본의 대표적인 속임수”라고 규정하고 “이는 현대제철 자본을 활용한 거대한 하청업체 만들기에 불과하다. 문재인 정부의 정규직화 기만책인, 공공부문 자회사 꼼수를 그대로 베껴 활용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특히 “상황이 비슷한 현대위아는 8일 대법원에서 노동자들의 직접 고용 요구가 받아들여졌다. 현대제철 역시 결국은 사측이 (소송에서) 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이렇게 된다면 그동안 현대제철은 불법파견으로 취득했던 부당이득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반환해야 할 엄청난 금전적 의무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월아 네월아 법원...당진공장 비정규직 소송 5년 끌어 판 키워

현대제철이 자회사 설립을 발표한 것이 7일이다. 그리고 오는 22일은 현대제철비정규직 노동자 3,200여 명이 2016년도부터 4차에 걸쳐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의 1차 변론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현대제철비지회 측은 “동일한 공정과 시스템의 현대제철 순천공장의 소송은 2심까지 승소했고, 대법원 판결만 남은 상황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조사 대상 대부분의 공정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라는 지시가 있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현대제철의 7일 발표 직후인 8일에 현대위아 노동자들이 자회사 전환을 거부하고 소송에 나선 끝에 대법원 승소를 이끌어 냈다.

결국 현대제철 사업장 중 가장 큰 당진공장마저 소송에서 진다고 하면 현대제철은 직접고용 의무뿐만 아니라 부당이득 관련 소송까지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5년 전 첫 소송이 제기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현대제철이 소송에서 직면해야 할 금액은 5년간 더욱 커지게 된 셈이다. 

법원이 소송을 지연시키면서 회사의 부담은 더욱 커졌고, 이 때문에 소송을 지연시켜 금액을 키운 법원 역시 비판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기도 하다.

노조 측은 “이런 상황에서 소송취하서와 부제소동의서(향후 공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입사 조건으로 요구하며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현대제철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고용 의무를 회피하려는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의 자회사 설립과 이에 맞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향후 지역은 물론 노동계와 재계 모두 현대제철의 대규모 자회사 설립에 총력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