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 전 참여연대 회장

[당진신문=김희봉]

“경고합니다. 나는 안녕과 질서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112에 신고해” 

최창용 당진시의장이 농민회원들과 옆에 있던 의회사무국직원에게 한 말이다. 이는 7~80년대나 90년대 초 군사정권시절 자주 듣던 말로서 대화나 협상보다는 경찰력에 의존하여 사회질서를 유지하던 일제의 잔재이자 군사문화로써 지금은 구시대적 유물이 된지 오래다. 그것도 우리사회 가장 약자라는 농민을 상대로 시의장이 내뱉은 말이기에 더욱 서글프다. 

최의장은 지시가 있은 뒤 곧바로 경찰병력이 출동해 농민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등 범죄자 취급하는 위압적인 분위기였다. 상황을 설명하자면 6월 17일 당진시의회가 농업기술센터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한다기에 당진시농민회는 읍면지회장을 중심으로 현장 참관단을 꾸려 당진시 농업행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의회사무국에 참관신청을 하였던 것이다. 

그때 담당 공무원들이 의원들과 의장이 코로나를 이유로 참관을 불허했고 농민들은 질병관리본부에서 정한 코로나 방역수칙을 준수할 테니 참관하도록 요청했지만 코로나로 안된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농민들은 의회사무국장에게 방역수칙 준수를 조건으로 단 두 명만이라도 입장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거절해 체온 점검하고 3층에서 거리두기로 참관하는 도중에 경찰이 들어온 것이다. 

당진시의회는 이미 관람석 의자를 한 칸씩 건너서 앉도록 사전 조치를 마친 뒤라서 이미 시의회도 시민 참관을 염두에 뒀던 것 같았다. 문제는 당진시의회가 개회하고 바로 정회한 것인데 의회관계자는 농민회만 입장시킬 수 없어서 정회한 것이며 농민회가 나가 달라는 것이다. 농민들은 이미 입장했으니 진행하자고 요청했지만 다른 단체와 형평성 때문이라며 속내를 드러냈다. 

이는 처음 코로나 감염 위험으로 거절한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다른 단체와 형평성 때문이라며 거절 이유를 바꾼 것이다. 농민들을 상대로 내 손으로 뽑은 의원들로부터 거절당하고 자신들의 신변을 경찰에 넘겨진 심정을 말이다. 그날 현장에 있던 농민들이 마음으로 겪었을 참담함이란 어찌 말로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농민들은 왜 행정감사장을 현장에서 모니터링하려 했는가? 그것은 무엇보다 김홍장시장의 농정이 크게 잘못되어 농업예산은 예산대로 농촌에 투입되고 있지만 농촌은 황폐해지고 대다수 농민들의 삶은 좋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해서 우리들이 뽑은 시의원들이 잘못된 농정과 농업예산을 의회의 감사기능을 통해 바로잡아 주는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특히 의원들이 선거 시기만 되면 농민의 자식이니 농민출신이니 농민들에게 무조건 잘하겠다며 허리만 굽혔지 정작 정책이나 비전은 제시하지 못했기에 농민들이 직접 감시할 수밖에 없었다. 대의 정치가 불안하면 직접민주주의 방식이 가장 현명한 방식이다. 현장 감시가 아니면 개별의원들이 타 의원들의 질이 답변을 경청하는 태도와 경청한 결과로 피 감자의 잘못이나 문제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의원들을 알아내지 못한다. 

또 의원들의 전문성이나 수준과 능력이 똑같지 못해서 의원중에 질의 방향이나 관점이 잘못됐을 때 제대로 인식하거나 파악한 동료의원이 보충질의를 통해 엄호하는 협동감사를 직접 보고 듣고 싶었다. 소위 짜고 치는 고스톱 행정감사를 막아내고 싶었었다. 그래서 당진시의회의 주장대로 코로나위험으로 참관을 막았다고 하자. 

그렇다면 최창용 의장을 포함한 여러의원들이 코로나 감염 위험도가 높은 다중이 모이는 지역 행사장을 방문하지 말았어야 했다. 특히 최창용 의장은 이번 행정감사장에서 발생한 의원 카톡 공무원 승진 청탁과 같은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끝으로 농민들이 비록 늙고 정치적으로 힘없지만 국민의 먹거리를 생산하고 지구 환경오염을 완화시키는 생명농업에 종사하는 농민을 홀대하는 그 어떤 집단도 축복 받은 역사가 없다. 바라건대 17만 당진시민의 관심으로 농민을 홀대하고 자부심에 상처를 준 시의회와 의장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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