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줄리샘의 여행스케치

※글 싣는 순서
①여행의 의미  ②천사의 도시 로스앤젤레스(미국)  ③호수의 도시 런던(영국) 
④빛의 도시 파리(프랑스)  ⑤베트남 마지막 왕조의 숨결이 숨쉬는 후에(베트남) 
⑥에프터눈 티와 오렌지빛 선셋 까오슝(대만)  ⑦거인나무 왕국 세쿼이아 국립공원(미국)
⑧ 황홀을 머금은 노을빛 코타키나발루(말레이시아) ⑨겨울왕국 삿포로(일본)


“마법의 달 아래 요정의 마법가루처럼 반짝이는 불빛 행복을 상상해보자.... 날개를 달고 멋진 상상을 해봐! 달빛이 만드는 길로 너의 걱정거리와 인사하고 날아보자”

[당진신문=김은정 시민기자] 디즈니 애니메이션 피터팬에 나오는 노래의 한 구절처럼 밤비행기를 타고 창으로 바라본 런던은 마치 동화 피터팬 속 한 장면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히드로공항으로 향하는 밤비행기에서 보이는 환상적인 불빛은 템스강을 따라 반짝인다. 런던은 템스 강을 기반으로 2,000년 동안 발전해 왔다. 그 역사는 로마인들이 ‘론디니움’이라는 요새를 지은 때부터 시작되었고, 그 후 이름에 컬트어의 영향을 받아 도시[din]와 호수, [Llyn]을 의미하는 두 단어가 결합되었다고 한다. 당시 컬트족은 템스강을 호수, 물가로 보았고 그 의미를 넣어 ‘호수의 도시’ 런던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고 추측한다. 

전통과 문화의 과거와 현재의 화려한 모습이 공존하는 도시 런던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런던아이’는 해질녘에 탑승하면 석양빛에 물든 템스강의 반짝임과 어둠이 도시를 덮은 후 불빛으로 화려한 옷을 입은 박벤과 런던의 야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야경을 더 감상하고 싶다면, ‘타워브릿지’ 근처에 보통의 맛(영국 음식의 맛은 그저 그렇다)과 가성비를 갖추고 전망 좋은 레스토랑들에서 템스강의 여유와 타워브릿지의 야경에 취해 시간가는 줄 모르는 하루를 보낼 수 있다.

마법같은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면 역사의 과거를 찾아 발걸음을 ‘대영박물관’로 향하게 된다. 이 곳에서 19세기 전세계의 땅의 4분의 1을 지배했던 해가지지 않던 나라 영국에서 세계의 역사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과거의 화려한 역사 속에 꽃피운 타국의 유물들이 정복의 승전가를 울렸던 대영제국의 품 속에서 소리 없이 잠들어 있는 듯하다.

이집트관의 람세스 2세의 흉상, 프랑스군이 운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가슴에 구멍을 뚫고 쇠막대기를 사용하려 했으나 무거운 화강암의 무게를 지탱하기 어려워 포기했고, 그 후엔 영국군이 아래 부분을 훼손하여 지금의 상반신 흉상으로 운반하여 대영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었다. 역사적 약탈로 훼손된 문화유산의 아픔이 람세스 2세 가슴의 구멍처럼 아려온다. 

화려한 불빛처럼 빛나는 국가브랜드를 자랑하는 영국, 템스강을 따라 발전한 도시 런던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다. 누구에게나 과거는 지우고 싶은 아픔, 또는 돌아가고 싶을 만큼 화려했던 자랑일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을 사는 데에는 과거 추억의 올바른 사용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픔을 치유하면서 자랑 보다는 겸손, 지난 과오에 대한 사과, 그리고 오늘 내게 주어진 선물같은 하루를 소중히 나누는 것! 이제는 동화 속 마법과 과거로의 시간여행에 손을 흔들고 떠나야 할 시간이다. 해가 짧아 오후 4시면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는 겨울 런던에서 다음 여행지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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