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왜목마을 해변의 모습. 아직 휴가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진에 보이는 텐트만 70여개에 이른다.
5월 2일, 왜목마을 해변의 모습. 아직 휴가철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진에 보이는 텐트만 70여개에 이른다.

[당진신문=오동연 기자] 캠핑과 차박이 유행이 되면서 주말이나 휴일에 당진 관광지를 찾는 캠핑족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지 내 야영과 취사행위에 대한 ‘강력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지나치게 단속을 할 경우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길까 걱정된다’며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관련 부서나 현장에서 일하는 시 관계자들은 계도 및 단속 활동의 어려움과 캠핑족들이 남긴 쓰레기 처리 문제를 토로한다. 

당진시는 지역 내 관광지와 공원 곳곳에 ‘야영과 취사를 금지한다’는 현수막을 게시한 상태다. 그러나 몰려드는 캠핑족의 수에 비해 계도나 단속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텐트를 치면 안된다”고 계도를 한 후 담당자가 뒤돌아서면 다시 텐트를 설치하거나, “무슨 근거로 못하게 하느냐”면서 반발,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등 마찰을 빚는 경우도 있어 계도마저 쉽지 않다.

평일에도 야영과 취사 금지 현수막 옆에 펼쳐진 텐트.
평일에도 야영과 취사 금지 현수막 옆에 펼쳐진 텐트.

음식물 쓰레기 백사장에 묻어놓고 가기도

5월 2일, 기자가 찾은 왜목마을에는 주차장이 가득차고 7~8월 휴가철을 방불케 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특히 해수욕장에 들어선 텐트들이 눈에 띄었다. 

당진시 관계자는 “캠핑객들이 기저귀나 음식물 쓰레기를 백사장에 묻어놓고 가거나, 일반봉투에 쓰레기를 배출하는 경우가 있다”며 “왜목마을에서 주말 기준 하루에 50리터 봉투 100개가 넘는  쓰레기가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왜목마을 곳곳에는 현수막으로 야영과 취사를 금지한다고 게시 해놨지만, 현수막 인근에 떡하니 텐트를 설치하고 취사를 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왜목마을에 상주하는 시청 직원 1명과 기간제 근로자 2~3명이 수십개의 텐트와 취사행위를 통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시 관계자는 “텐트를 설치하는 사람들 일부는 목재 데크에 텐트 고정 핀을 박아 데크가 손상되기도 하고, 야영이나 취사행위가 금지라고 안내하면 ‘이것만 먹고 가면 안되냐’, ‘곧 갈 거다’. ‘텐트 치면 안 된다는 법적 근거를 대라’는 등 언성이 높아지고 반발이 심해 싸움이 날 뻔한 경우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5월 2일 왜목마을 입구 주변 공영주차장 모습. 왜목마을 내 주차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해변과 거리가 있는 이 주차장도 이미 거의 꽉 찬 모습이다.
5월 2일 왜목마을 입구 주변 공영주차장 모습. 왜목마을 내 주차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해변과 거리가 있는 이 주차장도 이미 거의 꽉 찬 모습이다.
5월 2일 왜목마을 내 일방통행 도로 양 갓길에 주차된 차량들의 모습.
5월 2일 왜목마을 내 일방통행 도로 양 갓길에 주차된 차량들의 모습.

캠핑족들은 일반 공원과 달리 왜목마을 해수욕장이 관광지이기 때문에 야영과 취사가 가능한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해수욕장의 이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 22조 제1항에 따르면, ‘지정된 장소가 아닌곳에서 취사 또는 야영을 하는 경우’ 법 위반으로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엄밀히 따지면 불법이라는 것. 

당진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관련 법에 따라 모래사장 내에 차가 진입해선 안되며, 해수욕장 개장기간 중 지정된 장소가 아니면 텐트 설치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캠핑 강력 단속해야” 對 “관광객 발길 끊길라”
관광지 상인들도 업종별 의견 갈려

휴가철이 아닌데도 왜목 관광지에 사람들이 몰리니 상인들은 캠핑족들을 환영할 것 같지만, 이들을 보는 시선은 곱지 만은 않다.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 A씨는 “캠핑을 온 사람들은 대부분 식재료를 다 구입해서 오고, 숙박업소도 이용하지 않으며, 쓰레기만 남기고 가기 때문에 캠핑객들이 많이 오는 것이 매출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며 “쓰레기도 타지역 종량제 봉투에 버리거나 일반 봉투에 담아 버리고 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식당을 운영하는 상인 B씨도 캠핑족이 반갑지 않다. B씨는 “캠핑하는 사람들은 해변에 주로 텐트를 치고, 싣고 온 물건들을 옮기기 좋은 해변가 도로에 하루종일 주차를 하기 때문에, 정작 손님들이 왜목마을에 주차할 곳이 없어 빙빙 돌다가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캠핑객들은 쓰레기만 남겨놓고 간다”고 토로했다.

당진시는 ‘5월 10일부터 7월 9일까지 왜목마을 해수욕장 모래 소독과 정지 작업을 위해 해수욕장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 현수막을 게시해 놓은 상태다. 이는 휴가철 왜목 해수욕장의 본격 개장을 앞두고 백사장을 깨끗하게 준비하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5월 10일부터 7월 9일까지 왜목마을 해수욕장 모래 소독과 정지 작업을 위해 해수욕장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 현수막. 그러나 캠핑족들의 발길이 몰릴 때 해수욕장 출입을 금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 강력 단속을 할 경우 관광객 발길이 끊길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5월 10일부터 7월 9일까지 왜목마을 해수욕장 모래 소독과 정지 작업을 위해 해수욕장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안내 현수막. 그러나 캠핑족들의 발길이 몰릴 때 해수욕장 출입을 금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 강력 단속을 할 경우 관광객 발길이 끊길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몰려드는 캠핑객들의 수가 많은 현실에서 이 기간 동안 실질적으로 해수욕장에 진입해 야영이나 취사행위를 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부 상인들은 시에서 해수욕장 출입금지나 캠핑에 대한 강력 단속을 할 경우에 대해 우려하기도 한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아예 끊기게 될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마트를 운영하는 상인 C씨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많이 오면 생수 하나라도 사가기 때문에 매출에 도움이 되고,

예전보단 인식이 좋아져서 종량제 봉투 구입도 늘어난 편”이라며 “단속을 너무 강하게 하면 발길이 끊기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상인 D씨도 “시에서 앞으로 모래 소독작업 등으로 두 달간 왜목해수욕장 출입금지를 한다고 하는데 걱정”이라면서 “(캠핑족이나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면 매출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5월 10일부터 모래 소독작업과 모래사장 내 돌들을 제거하고 평탄화하는 작업을 할 예정”이라며 “정비 작업을 하는 기계장비가 있기 때문에 출입시 위험할 수 있고, 한 번에 모든 구역을 작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작업을 하는 구역에 대해서 출입금지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왜목마을 상인 E씨는 “백사장에 남겨지는 숯 조각, 기름 등이 있어 당연히 해수욕장 모래 소독 작업은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작년에도 캠핑객은 많았지만 요즘은 코로나19에 대한 의식이 느슨해져서인지 많이 몰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캠핑객 “코로나로 답답해, 갈 곳 없어”
캠핑족 자리 잡은 도비도, 쓰레기 문제 여전

도비도 관광지 내 취사 야영 금지 현수막.
도비도 관광지 내 취사 야영 금지 현수막.

왜목마을을 찾았었다가, 도비도로 자리를 옮겼다는 캠핑객도 있었다. 도비도는 농어촌공사 당진지사가 관리하는 곳으로, 주요 시설 폐쇄 이후 몇 년째 관리가 잘 안되고 있고 사실상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라, 캠핑족들이 주말마다 자리를 잡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도비도에서 만난 50대 부부(경기 화성 거주)는 “전에는 왜목마을에도 갔었지만 해수욕장에 차량 진입을 못하게 한 후부터 다른 곳으로 다니기 시작했고, 삼길포쪽으로도 갔었으나 바지락을 캘 수 있는 도비도가 더 좋다”며 “코로나19로 집안에만 있으니 너무 답답해 바람을 쐬러 왔다, 답답한 사람들이 갈 곳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로 수입이 줄어든 상황에서 돈을 내야 되는 곳들은 부담스럽고, 캠핑을 와도 가족끼리만 어울리고 다른 캠핑객들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며 “그냥 앉아서 선착장을 드나드는 배를 보기도 하고, 바지락도 캘 수도 있어 도비도를 종종 찾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시설이 폐쇄된 후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서 폐허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풍광이 좋기 때문인지, 도비도 관광지가 캠핑족에게는 힐링의 장소가 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 

도비도 관광지내 공중화장실 인근에 버려진 쓰레기들. 종량제 봉투를 사용한 경우도 있지만 제대로 분리배출을 안하거나 일반 봉투에 버린 모습도 보인다.
도비도 관광지내 공중화장실 인근에 버려진 쓰레기들. 종량제 봉투를 사용한 경우도 있지만 제대로 분리배출을 안하거나 일반 봉투에 버린 모습도 보인다.

도비도 역시 캠핑객들로 인한 쓰레기 문제가 있다. 도비도의 한 상인은 “주말에 특히 캠핑객들이 많이 오는데 쓰레기를 엄청 남기고 간다”며 “차량 진입이 안되는 곳에 주차를 하는 것도 문제”라고 토로했다.

농어촌공사 당진지사 관계자는 “도비도 관광지를 다 폐쇄할 수도 없고, 방문객들이 야영과 취사를 하고 있는데 원래는 못하게 돼있다”며 “캠핑을 못하게 계도를 하면 싸움만 나기 때문에 종량제 봉투 사용 유도를 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고, 쓰레기 발생 문제가 있어 시에서도 협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당진시는 낙후된 도비도 관광지 개발을 위해 농어촌공사 측과 부지매입 협의 과정중에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캠핑족들이 많이 찾는 곳을 무조건 못하게 막기만 하는 것보다는 합법적인 캠핑장을 조성하는게 좋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캠핑족들에 대한 단속 소식에 대해 누리꾼들은 “차라리 캠핑장을 오픈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쓰레기 잘 치우게 갖춰놓고 (노는 땅을)쓰게 두는게 낫지 않느냐”, “넓은 곳에 깨끗하고 쾌적하게 캠핑장을 조성하면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수익도 생길텐데,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등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시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은 포화상태

당진시에서 조성해 당진항만관광공사에 위탁운영하고 있는 공공 캠핑장이 있다. 이들 캠핑장은 삽교호 캠핑장, 왜목 오토캠핑장, 난지도 국민여가 캠핑장 총 3개소다. 이들 캠핑장에는 화장실과 개수대가 있고 주차장과 편의시설도 조성돼 있다. 하루 이용요금은 2만~3만원으로 저렴한 편이며 당진시민의 경우 시설이용료 50%가 감면된다.

캠핑족들이 공공 캠핑장이나 사설 캠핑장들을 찾는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 불법이 아니므로 텐트를 치든 취사를 하든, 누가 뭐라할 사람이 없기 때문. 코로나19의 여파로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대부분의 캠핑족들은 무료로 캠핑할 수 있는 장소나 이용료가 저렴한 지자체 운영 캠핑장을 찾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시에서 운영하는 저렴한 이용료의 캠핑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당진항만관광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시에서 운영하는 3개소 캠핑장에는 카라반이나 텐트 설치가 가능한 총 60개 면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적용 등으로 총 이용면수의 50%만 운영 중으로 ,현재 이용가능한 공공캠핑장 이용면수는 총 29개 면 뿐이다. 

더군다나 당진시에서 조성한 왜목캠핑장의 경우는 카라반 이용자 위주라, 일반텐트 캠핑이 가능한 면수는 7면 뿐이다. 왜목마을에 몰려드는 캠핑족들만 봐도 공공캠핑장 규모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 

항만관광공사 관계자는 “왜목이나 삽교호 캠핑장은 금요일부터 토요일은 대부분 이용자 수가 꽉차고 있다”며 “점점 캠핑장 이용자 수가 늘고 있는 추세인 듯 하다”고 말했다.

또한 “시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이 꽉 찬 상황에서 찾아온 캠핑객들에게는 인근 사설 캠핑장을 안내하고는 있으나 비용 문제로 기피하는 듯 하다”고 덧붙였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당진시가 운영하는 당진해양캠핑공원(삽교천)의 경우 지난해 2,927명이 이용했고 수입금은 2652만원이었다. 왜목오토캠핑장은 지난해 1,509명이 이용했고, 수입금은 1263만원이었다. 난지도 국민 여가캠핑장은 작년 1231명이 이용했고 수입금은 1288만원이었다. 

현재 당진시는 추가적으로 공공야영장(캠핑장)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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