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장 침출수 가능성” 우려에 
현대제철, “단정 어려워, 조사중”

현대제철 당진공장 정문.
현대제철 당진공장 정문.

[당진신문=오동연 기자] 현대제철이 당진제철소 자가매립장 주변 관측정에서 채취한 지하수를 수질분석한 결과 특정유해물질인 시안(CN)이 생활용수 수질 기준을 상회해 원인 분석 등을 위한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현대제철 자가매립장 침출수 유출로 인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나 현대제철 측은 “아직은 조사결과가 나오지 않아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2020년 11월 13일 현대제철 자체 측정 결과에 따르면 자가매립장 주변 관측정2와 관측정3에서 채취한 수질 분석 결과 시안이 검출됐으며 관측정2에서 0.32mg/ℓ,관측정3에서 1.24mg/ℓ로 측정돼 생활용수 수질기준 0.01mg/ℓ를 상회했다. 

이에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측은 관리기관인 금강유역환경청과 당진시에 보고를 하고, 양수정 가동을 실시했으며, 지속적으로 수질 분석을 진행해왔다. 

현대제철 자체 수질분석 결과에 따르면 2월 3일 검사부터는 관측정2에서 시안이 불검출되고 있으며 관측정3의 경우 2월 3일 0.75mg/ℓ, 3월 3일 0.64mg/ℓ 등으로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1월과 3월, 현대제철·당진시 관계자·시의원·환경단체 관계자·주민단체장 등이 참석한 현대제철 환경개선협의회 회의에서도 보고됐다.

인근 마을, 해양에선 시안 불검출

지난 3월 현대제철 환경개선 협의회 11차 회의 자료 중 ‘제철소 지하수관련 조치 현황’에 따르면, 현대제철 측은 △지하수 양수시설설치(12월 14일~1월 20일)-지하수 오염물질 확산방지 조치 △지질조사 △토양조사 △지하수 수질 분석용 관측정(21개소) 설치 △주변마을 지하수 분석(2월 9일~2월 22일)-인근 4개마을 18개소 지하수 수질 분석 실시(동곡리, 가곡리, 유곡리, 서정리) △대수성 시험 △지하수 모니터링 장비 설치 △지하수 수질분석 실시 등의 조치들을 진행했다.

시안은 특수유해물질로 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제철 자체매립장 인근 관측정에서 시안이 초과검출된 것과 동일한 지하수가 인근 마을이나 해양으로 흘러간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시안이 검출된 지하수가 인근 마을이나 해양까지 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제철소 외부 인근 4개마을 18개소 지하수 측정결과 시안은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매립장과 해역(바다)의 거리는 1.45km이며, 해수(10곳)을 채수해 분석한 결과 역시 외부 유출은 없었다는 것. 

현대제철 관계자는 “용역사에 의뢰해 지하수오염이나 해양오염 여부를 조사해 왔고 5월 말이나 6월경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매립장 주변 지하수에서 시안 성분이 검출된 것이지, 이것이 매립장 침출수 때문인지는 (단정지을 수 없어)조사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지하수가 어디로 흘러가는 지 추적 시험도 하고, 특정 지점에서 검출된 시안이 대체 어디서 흘러들어온 것인지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당진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에서도 지난 1월 14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자가매립장 현장을 직접 방문해 당진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들과 함께 시료를 채취하고 충남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했었다. 당진시에서 의뢰한 결과도 현대제철 자체 측정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두 번째 자가매립장 준비중

한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부지구역 내 위치한 자가매립장은 2008년 12월 금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매립장 승인을 받았으며, 2010년 2월 사용을 개시했다. 용량은 25만㎥이며, 매립대상은 폐수처리슬러지와 폐토사 등이다. 

현대제철 측에 따르면, 현재 매립장은 61% 정도 사용됐으며, 두 번째 자가매립장 조성을 위한 인허가 관련 서류를 금강유역환경청에 접수한 상태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시안 검출 문제로 인해 현대제철측이 두 번째 자가매립장 조성을 서두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제보자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대제철이 기존 매립장에서 문제가 생기니 두 번째 매립장을 서둘러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예전부터 현대제철은 2매립장을 계획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이 조성 예정인 두 번째 자가매립장은 매립면적 4만 5천㎡, 매립용량 90만 4천㎥이며, 관련 절차를 밟은 후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4년 말쯤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매립장 침출수 단정 어려워”

매립장 부근 지하수 관측정 일부에서 시안이 기준보다 높게 검출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원인이 매립장 침출수 유출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이르다. 

당진시 환경관련 부서 관계자 A씨는 “매립장 침출수에서는 보통 카드뮴, 크롬, 수은, 페놀 등이 검출되는데 이런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고 시안만 검출됐기 때문에 매립장 침출수가 유출됐다고 단정을 지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환경관련 부서 관계자 B씨는  “매립장 침출수 유출의 경우는 시안만 나올 것이 아니라 다른 성분도 나오기 때문에. 매립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유입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매립장 주변에는 폐기물 보관장소, 세륜시설 등 다른 시설들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현대제철 및 산업단지 주변 민간환경감시센터의 유종준 센터장은 “주변 마을 조사에서도 시안이 검출되지 않았고 바다에도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외부유출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어디에서 시안이 유출 됐는지 찾는 것이 중요하고 그에 따라 대응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매립장 침출수에서 나오는 다른 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것이 이상하긴 하지만, 시안 검출 원인이 매립장 침출수일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고 현재로서는 (원인을) 단정지을 수 없다”며 “근처 슬래그 처리장이나 컨베이어 벨트 등에서 유입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철저한 관리감독과 꾸준한 관심 가져야”

1월 현대제철 현장을 방문해 시료 채취 등에 참여한 윤명수 시의원은 “진행중인 검사 결과들이 나와야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있겠으나 철저한 관리 감독과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21일 저녁 6시 30분 당진터미널에서 열린 산폐장반대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다. 

차준국 당진참여연대 사무국장은 “현대제철은 자기들이 관리를 하고, 시안은 대기중에 다량으로 있는 것도 아닌데, 어디서 취급했고 어디서 유출되는지 감을 잡을텐데 모른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본다”고 비판하면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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