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의 낙원 당진 ‘소들섬’에 왜 철탑을 꽂으려 하나
철새들의 낙원 당진 ‘소들섬’에 왜 철탑을 꽂으려 하나
  • 오동연 기자
  • 승인 2021.03.28 17:00
  • 호수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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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당진-신탕정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철새 도래지 소들섬에 설치돼 아산으로 이어지나
“생태적 가치 어마어마, 후손들에게 물려줘야”...“이미 승인된 노선, 지중화는 수용 불가”

[당진신문=오동연 기자] 우강면 송전철탑 반대 대책위원회(수석 대책위원장 최상훈, 이하 대책위)가 “소들섬에 철탑이 세워져선 안된다”며 15일 시청앞에서 한전을 규탄, 지중화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본지 3월 22일자 보도 “당진 삽교호 소들섬 송전탑 건설 안돼, 지중화 하라” 기사 참고)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송악 부곡리 신당진변전소부터 신평면, 우강면을 지나 아산시 신탕정변전소까지 송전선로를 잇는 사업이며, 총길이는 35.6km이다. 당진 지역 구간은 15.7km, 28기 철탑이 설치될 계획이다. 신평 일부구간(5.8km)과 서해대교 횡단 구간(500m)은 지중화로 공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획상으로는 송전철탑이 소들섬에 설치돼 송전선로가 아산으로 이어진다.

대책위는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전선로 우강 노선 철회 △신평면 지중화 구간을 계속 연장해 최단거리로 삽교천을 횡단하여 아산지역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 등 주민들은 소들섬에 철탑을 설치하지 않고 지중화 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한전 측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들섬은 1973년 삽교천 지구 대단위 사업 이후 모래가 쌓이면서 자연적으로 조성된 섬으로, 충남 북부권의 대표적 철새 도래지다. 이름 없이 주민들은 무명섬으로 불렀었다가, 2016년 섬 명명 운동이 시작됐다. 

당시 섬 이름을 짓기위한 주민토론회와 주민 1,5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진행돼 70.3%가 우강면 소들평야에서 따온 ‘소들섬’을 꼽았고 2019년 주민 1천여명과 함께 소들섬 명명식을 갖고 섬 이름을 확정했다. 

이후 2020년 당진시는 시와 도 지명위원회를 거쳐 국가지명위원회에 ‘소들섬’ 지명을 보고했으며 2021년 제1차 국가지명위원회를 통해 지명이 결정됐다.

소들섬은 17만 7,924㎡(약 5만 3천여평)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삽교호 안의 섬이기 때문에 배를 타지 않고는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렵고, 주변에 광활한 들판이 있어 소들섬은 수만마리 철새들의 낙원이 되었다. 

소들섬 일원에 대해 당진시는 “소들섬 및 삽교호 일원은 겨울철에 큰 기러기 등 법정 보호종(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을 포함해 매년 수십만 마리의 철새가 도래하여 서식하는 지역”이라며 “소들섬을 비롯한 그 인근 삽교호 일원은 보존가치가 높은 지역인데 삽교호 일원 및 소들섬에 고압 송전선로를 설치할 경우 법정 보호 등 철새의 이동 및 서식 환경에 악형향등 부정적 측면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대책위 등 주민들이 송전철탑 지중화를 요구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소들섬이다. 소들섬이 보이는 삽교호 자전거길의 소들 쉼터에서 대책위 위원들을 만나 입장을 들어봤다. 또한 송전선로 문제에 함께해온 환경운동연합 측의 입장도 들어봤다. 한전측의 입장을 서면으로 질의했으나 간략한 답변만 돌아왔다.  


“지중화 요구는 수용 불가”
-한국전력 중부건설본부 관계자-

▶지중화 요구에 대한 한전 측의 입장은?

우강면 대책위에서 요구하는 지중화 요구는 수용 불가하다.

▶우강면 대책위와 주민들은 소들섬의 철새도래지 등 환경과 생태적 가치를 이유로 철탑설치에 반대하고 있는데?

금강유역환경청과 당초 승인된 노선으로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완료했다.

▶2009년 금강유역환경청은 환경영향평가에서 “삽교호에 서식하는 각종 조류의 서식 환경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동 구간에 대해 삽교호와 이격될 수 있도록 선로 노선을 조정하고, 삽교호를 횡단할 경우 지중화(수중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었는데, 우려사항에 대해 한전 측은 어떤 조치를 할 예정인가? 

12년 9월에 삽교호 횡단구간 철탑에 대하여 금강유역환경청과 환경평가 최종 협의를 거쳐 현재 노선으로 결정됐다.

▶지중화를 요구하는 우강면 대책위 측과 협의할 계획이 있나?

대책위에서 경과지 변경을 요구하고 21년 6월까지 대전지방국토관리청, 금강유역환경청, 아산시에서 경과지 변경에 동의 시 협의토록 하겠다.

▶북당진-신탕정 345kV 송전선로 건설사업과 관련 현재 진행 상황과 앞으로 한전측의 계획은?

우강대책위에서 지중화만을 지속 요구할 경우 관련법에 의한 행정절차를 거쳐 당초 승인된 노선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진 왼쪽부터 우강면 송전철탑 반대 대책위원회 이덕기, 곽선희, 유이계, 이봉기, 이정옥, 최상훈 공동대책위원장.
사진 왼쪽부터 우강면 송전철탑 반대 대책위원회 이덕기, 곽선희, 유이계, 이봉기, 이정옥, 최상훈 공동대책위원장.

“생태적 가치 돈으로 따질 수 없어”
-최상훈 수석대책위원장-

“소들섬 일대의 자연경관을 보호해야 한다. 수자원보호구역이며 철새도래지이기 때문에 생태적으로 중요하다. 같은 이유로 이곳을 지나려던 국책사업인 고속도로 구간도 변경됐다. 소들섬은 철새의 천국이고 당진시 지역내 유일한 내수면 섬이다. 생태적 가치가 어마어마하고 돈으로 따질 수 없다. 가창오리, 고니 등이 서식하는 이곳을 자연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국회의원, 도지사, 시장님 등 힘 있는 분들이 나서야 한다. 당진과 아산, 한전 등 관계 기관을 아울러 조정할 수 있는 분이 도지사님이라고 생각한다. 도지사님과 면담을 원한다. 철탑이 세워지는 곳 중에는 도유지도 있다. 시장님도 주민들의 의사를 충남도 등에 전해줘야 한다. 지중화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소들섬, 보존해서 후손에 물려줘야”
-이정옥 부장리 여성대책위원장-

“삽교호에 철탑이 생기기 시작하면 우강 들판에 철탑들이 들어설 우려가 있다. 소들섬은 40여년만에 이제 겨우 이름을 갖게 됐고, 갓 태어났는데 가슴에 철탑을 꽂으면 안 된다. 소들섬을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한다”

“자연경관 좋아, 가족단위 많이 찾는 곳”
-유이계 부장리 여성대책위원장-

“소들섬 인근 삽교호 자전거길 일대와 소들쉼터 인근에는 자연경관이 좋다 보니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 주말에도 많은 사람들이 온다. 솔뫼성지부터 삽교천으로 향하는 자전거도로 (편의)시설을 당진시에서 추진중인데, 이곳도 지난다. 메뚜기도 많고 환경이 좋다보니 지난해에는 우강초에서 자연학습 행사도 이곳에서 했었다. 교육 관계자가 ‘당진시내 학교들의 체험학습장으로 활용가치가 높다’는 말을 하기도 했었다”

삽교호 자전거도로. 솔뫼성지에서 삽교천으로 향하는 자전거도로 편의시설을 당진시가 계획중으로, 이곳도 구간에 포함된다. 우강면 대책위는 철탑으로 인한 경관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삽교호 자전거도로. 솔뫼성지에서 삽교천으로 향하는 자전거도로 편의시설을 당진시가 계획중으로, 이곳도 구간에 포함된다. 우강면 대책위는 철탑으로 인한 경관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소들섬이 보이는 곳에 위치한 소들 쉼터. 주말에는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꾸준히 찾는다고 한다. 기자가 찾은 평일에도 가족과 나들이 온 시민들을 볼 수 있었다.
소들섬이 보이는 곳에 위치한 소들 쉼터. 주말에는 가족단위 나들이객이 꾸준히 찾는다고 한다. 
평일 삽교호를 찾은 낚시객 차량들. 주말엔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평일 삽교호를 찾은 낚시객 차량들. 주말엔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자연 훼손하며 철탑 세워야 하나”
-이덕기 공동대책위원장-

“한전에서는 민가 주변 지중화가 우선이라고, 사람이 안사는 곳에는 철탑 설치가 가능하다고 말하는데, 자연을 훼손하면서 철탑을 세워야 하나? 철탑 설치는 본인들 사업을 위한 것이 아닌가. 최근 삽교호 수질도 좋아지고 있고 소들섬 일대의 자연 그대로 보존돼야 한다”

“철탑없는 곳, 삽교호 밖에 남지 않아”
-이봉기 부수석 대책위원장-

“도비도, 왜목마을, 성구미, 한진포구 등 다 주변에 철탑이 있다. 삽교호 밖에 남지 않았다. 이 아름답고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는 곳에 철탑을 설치하려는 이유를 모르겠다. 최단거리로 지중화를 하라는 것이다. 수중 케이블로 해도 된다. 신평 5.8km지중화 구간부터 연계해 지중화해 (아산으로)넘어가야 한다. 그래야 경관 보호와 철새보호가 될 것이다. 도지사님께 지난해 7월부터 면담요청을 했지만 면담이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가장 최선은 지중화”
-당진환경운동연합 김정진 사무국장-

“가장 최선은 지중화다. 한전이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중화를 받아들일 것이냐의 문제는 있다. 소들섬과 주변은 철새도래지이고 생태계 보존이 필요한 곳이다. 한전은 공사를 밀어붙일 듯하다. 한전이 철탑 부지를 확보한 후에는 공사 중단이 어려울 것이다. 철탑부지 확정전까지 한전을 설득해야 한다. 우강면 대책위는 지중화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주민들과 함께 대응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