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지역 사이버폭력 증가 추세...지난 해 학교 폭력 116건 중 30건
“신체 찍어 올리는 경우도”...언어·신체·성폭력 포함한 종합 폭력
드러나지도, 알아채기도 어려워...평생 트라우마로 남는 피해자들

당진 지역 중학생 A양이 SNS 단체대화방에 친구들의 초대를 받고 참여했다. 하지만 채팅방에서 친구들은 A양이 인격적인 모욕을 느낄 만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A양은 채팅방을 나가려 했지만 친구들은 다시 A양을 대화방에 초대했고, 그녀를 향한 언어 폭력은 집요하게 계속됐다.  -당진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치료 사례-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학교 폭력의 피해자는 심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사이버불링’은 사이버공간에서 SNS 등을 활용해 특정 대상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다. 

지난 1월 교육부는 '2020년 학교 폭력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7개 시·도 교육감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 14일부터 10월 23일까지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다.

설문 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피해유형별 비중은 △언어폭력(33.6%) △집단따돌림(26%) △사이버폭력(12.3%)순으로 2019년 1차 조사 대비 다른 피해 유형의 비중이 감소한 반면 사이버폭력은 3.4%나 증가했다.

당진지역에서도 사이버폭력이 증가하는 추세다. 당진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제공한 2020년 당진 지역 내 학교 폭력 유형별 심의 현황에 따르면 △신체폭력 51건 △언어폭력 35건 △사이버폭력이 30건이었다.

신체·언어·성폭력을 담은 복합 폭력

당진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안영순 실장은 “일반적으로 학교폭력 유형에는 언어와 신체폭력이 주를 이뤘지만, 스마트폰이 점차 보급화되면서 새로운 유형의 폭력이 생겨나게 됐다”며 “사이버폭력은 주로 데이터를 뺏거나 단체대화방에 한 학생을 초대해서 없는 사람 취급하거나 언어 폭력을 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또한 “SNS에 다른 학생의 신체를 찍어 올리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성폭력과 신체 폭력으로 분류가 되고 있다”라며 “이러한 사례들을 보면 사이버폭력은 언어, 신체, 성폭력 문제를 모두 포함한 종합적인 학교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버폭력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피해학생이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면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안영순 실장은 “만나서 신체를 때리면 학생의 피해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겠지만, 사이버폭력은 신체에 흔적을 남기지 않아 쉽게 알아채기 어렵다”라며 “사이버불링은 24시간 괴롭힐 수 있다는 가능성과 피해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스마트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중독예방교육을 비롯한 사이버상에서의 예절 등을 아이들에게 교육을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이버폭력이라는 새로운 유형이 발생한 만큼, 교육청과 지자체에서도 새로운 문화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응할 수 있도록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내놨다.

학교폭력 감소?...드러나지 않는 사이버폭력

당진시교육지원청이 공개한 당진지역 초·중·고등학교 학교폭력 발생 신고 및 징계 처리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징계처리 107건 △2018년 징계처리 90건 △2019년 신고 105건, 징계처리 75건 △2020년 신고 81건, 징계처리는 43건이다.

수치만 보면 학교폭력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학교폭력이 사이버 공간에서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새로운 사이버불링의 형태로 진화하면서 교육지원청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학교폭력은 더 있을 수 있다. 

특히 2020년 3월부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면서, 학교장 자체  해결 처리 건수가 포함되지 않고 있고, 지난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원격수업이 주를 이루면서 단순 수치상으로 학교폭력 발생이 줄어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진시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지난해 청소년들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학교에 등원하는 날이 거의 없었고, 친구들간에 만나지 못하면서 학교폭력 발생이 적었던 것으로 보여진다”며 “학생들간에 만나지 못하면서 직접적인 언어, 신체 폭력은 줄었지만, 사이버폭력으로 인한 징계처리가 있었던 만큼 알려지지 않은 사이버폭력이 더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취재 중 만난 당진에서 거주하는 B씨(30대) 역시 학창시절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 중학교 때 친구와의 말다툼 이후 B씨는 집단 따돌림을 당해야만 했다.

B씨는 “졸업을 하고 친구들을 만나지 않으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라며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피해의식을 갖고 사람들을 만났고, 그래서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었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학교폭력을 당한 피해학생은 심리적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사회생활에 적응을 못하거나, 심각하게는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안영순 실장은 “폭력을 하는 학생은 내가 힘이 있고 우월하다는 것을 외부로 표현하기 위해 다른 학생을 괴롭히겠지만, 피해학생은 폭력을 당하는 순간부터 존재감은 사라지게 된다”며 “멘탈이 강한 학생은 전학을 가거나 순간을 벗어나면 괜찮아 질 수 있겠지만, 이런 학생은 얼마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따돌림을 당하게 되면 자신감이 위축되고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되면서 심리적으로 힘들어 학교를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많다”며 “만약 피해학생이 학교폭력에서 벗어나더라도 제때 심리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사회를 살아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학교폭력 피해학생에 대한 시기적절한 심리 치료가 우선 이뤄져야 하며, 누구보다 부모의 적극적인 대처와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안영순 실장은 “학교폭력이 발생하고 피해학생의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누구보다 부모님이 가장 우선적으로 함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문제 해결에서 상대방 부모와의 기싸움이 아닌, 아이를 위한 상담을 빨리 진행해야 하며, 아이의 마음에 공감하는 태도를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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