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오피니언]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 당진신문
  • 승인 2021.02.26 19:58
  • 호수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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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굿모닝정신건강의학과의원장/전문의/순천향대 의대  외래 교수)

[당진신문=박경신]

오늘 중학교 은사님이 전화가 왔다. 아들이 조현병으로 내게 치료 받고 있다. 정말 많이 좋아져 계약직으로 일도 하고 있다. 40대 후반이니 결혼 중매 부탁한다. 내가 건성으로 대답 한다고 타박도 하신다. 

결혼 생활은 정말 어려운 거다 누구나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며 결혼을 한다. 그러나 어떤 부부에게는 결혼 생활이 힘들고 고통스럽기까지 한다. 결국 이들은 이혼을 결심하게 된다. 

나도 한때 이혼을 생각 한 적이 있다. 아내와 부부싸움을 할 때 아내는 나보고 정신과 의사인줄 알고 결혼 했는데 정신과 환자 같다고 불평을 한다. 나도 아내에게 환자는 치료라도 되는데 당신은 치료도 안돼 어려운 환자보다 더 힘들다고 몰아 붙였다.  결혼은 같이 사는 현실이다. 조건만으로도 안 되며 사랑만으로도 안 된다. 조건만으로 된다면 왜 재벌가에서 이혼이 나올 것이며 사랑만으로 된다면 왜 죽고 못 살던 애인들이 이혼하겠는가? 결혼은 정말 나와 잘 맞는 사람과 해야 한다. 조건이나 사랑이란 것이 항상 유지되는 것이 아니고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성공을 하려면 시간과 돈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인생에서 행복하려면 결혼을 잘해야 한다. 결혼을 잘하려면 결혼 상대를 잘 만나야 한다. 결혼 상대를 잘 만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내 주제를 잘 파악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지금 어떤 형편이고 내 가족과 내 주변의 형편이 어떤지 잘 파악하는 것이다. 내게 가장 잘 맞는 결혼 상대를 선택하라는 것이다. 단언 하지만 사람은 절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한다.

정신 장애 환자도 결혼이나 이성간의 성관계를 하고 싶어 한다. 환자가 이러한 성적인 문제나 결혼에 대해서 언급하면 가족들은 당황해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노인이나 정신적, 신체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은 성이나 결혼에 대하여 관심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것은 전적으로 잘못된 생각이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다. 정신 장애 환자 역시 일반인과 똑같이 성적욕구와 결혼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성적 욕구와 결혼 욕구 때문에 갈등한다.

문제는 욕구 그 자체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 가다. 어떤 가족은 결혼을 시키면 환자의 병이 낫는다는 믿음 하에 치료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결혼시키지만 대부분 그 결과는 비극으로 끝난다. 그렇다고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 “나는 정신장애를 앓은 적이 있는데 지금은 많이 호전되어 결혼생활을 하는데 커다란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결혼 후에도 약만 잘 먹는다면 괜찮을 겁니다”라고 말한다면 이 말을 듣고도 결혼을 할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는가? 정신장애 환자에게 결혼은 참으로 커다란 딜레마를 안겨준다. 환자가 결혼하기를 원할 때 가족이 알아두어야 할 사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환자의 상태가 중요하다 여기서 상태란 어느 정도 현실감을 가지고 있는가를 의미한다. 만약 현실감이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결혼시켜서는 안된다. 그러한 결혼은 결국 비극으로 끝난다. 결혼에 대한 현실감을 알아보는 한 가지 방법은 결혼하려는 이유와 결혼 후의 생활 계획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다. 

정신장애 환자는 성적 주체성과 성적 관심이 해결되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에 주로 병을 앓기 때문에 성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거치지 못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환자가 성적인 문제에 대하여 불안과 혼란을 느낀다. 실제로 적지 않은 환자들이 성적인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하거나 혹은 성과 연관된 망상을 가진다. 따라서 결혼하려는 의도가 비현실적인 욕구나 증상 때문이라면 막아야한다. 

둘째로 남자 환자 경우에는 직업보다 결혼이 우선되어서는 안 된다. 결혼이란 두 사람이 만나 가정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경제적인 독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여기서 경제적인 독립이란 직장을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한 인간이 사회에서 직장을 가진다는 것은 단순히 돈만 벌 수 있는 능력 외에도 사회생활을 해 나갈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다. 살아 갈 돈은 부모가 대신 줄 수 있지만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능력은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따라서 사회에서 직장을 적어도 2년 정도 잘 다니는 경우에는 결혼을 고려할 수 있다. 

셋째로 병과 스트레스를 스스로 관리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정신장애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재발을 잘하는 병이다. 결혼은 심한 스트레스를 안겨 주는 사건이다.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 만나서 생활하는 것 자체가 필연적으로 갈등을 수반한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결혼 전에는 잘 지내다가도 결혼 후에 재발을 잘한다. 따라서 결혼 전에 자신의 병과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여 최소한 수 년 동안 재발을 하지 않고 잘 지냈을 경우에는 결혼을 고려할 수 있다. 또 여자 환자 경우에는 결혼을 하더라도 아기를 한 명 이상 가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양육 자체가 심한 스트레스를 안겨주기 때문이다. 

넷째로 우리나라는 혈통을 중히 여기는 사회이기 때문에 정신질환을 앓은 사람과의 결혼에 대해서 심한 사회적 편견이 있다. 게다가 정신장애 있는 사람끼리 결혼을 하게 되면 임신문제도 심각하게 고려해야한다. 그 이유는 환자 사이에서 아기가 태어날 경우에 그 아기가 정신 장애에 걸릴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신과적인 장애가 있는 사람끼리 결혼했을 때에는 가능한 한 아기를 가지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