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2019년 여성 성폭행 입건 75명...증가 추세
성폭력 사범의 재범율 높지만 예방, 사후 대책 부실
“범죄 발생 이후 피해 대책, 지원 인프라 구축해야”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5년 전 당진의 한 학원에서 강사가 원생들을 대상으로 금품을 갈취하고 성폭행을 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가해자를 상대로 금품 갈취 및 성폭행 혐의로 조사를 했지만 그가 어떠한 처분을 받았는지 현재 확인할 길이 없다. 가해자는 사라지고 피해자만 남는 사건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당진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인구 10만명당 300명을 최대치로 표준화한 당진 강력범죄 피해자에서 여성은 47명이며, 남성은 19명으로 성비는 86.4%다. 이는 충남도에서 홍성군(87.5%), 부여군(86.8%)에 이은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당진경찰서가 제공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당진시 성폭력 조사 및 입건 인원 통계를 살펴보면 2019년 성폭력 혐의 조사는 77건이며, 입건 인원은 75명이었다. △2017년 조사 63건, 입건 57명 △2018년 조사 61건, 입건 60명으로 여성 성범죄는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것이 문제인 것은 성폭력 범죄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인 수치라는 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성폭력 사범의 재범율이 높지만 철저한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당진경찰서 역시 성범죄 사건에 대한 사례 및 신고 건수에 대한 자체적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당진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성범죄 신고 건수는 자체 프로그램에 기록은 되어 있지만, 사건 하나씩을 관리하지는 않고 있다. 사건이 발생해도 문제성이 지속되고 대책이 필요하다 싶으면 그제서야 본청과 지방청을 통해서 대책이 마련되는 구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작 사건 신고가 들어왔는데 어떻게 처리할 수 있을지 몰라서 경찰과 행정이 부딪히는 경우도 발생한다. 

당진시의회 최연숙 의원은 “사건이 발생하고 문제가 생기면 담당 경찰이 책임을 받아야 하니까, 담당자들도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시스템으로 될 수 밖에 없다”며 “그런 점에서 성범죄에 관련해서는 더욱 전문 지식을 갖춘 담당관이 사건을 조사하고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유형에 맞춰 대책이 마련되었다면 앞으로 발생 가능한 사고에 대한 예방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성범죄 수사는 행정과 경찰의 공조가 필요한데, 지금은 신고가 접수 되어도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이 없어 아쉽다”라고 말했다.

당진가족성통합상담센터 신순옥 센터장은 “안전망 구축 미흡으로 여성 성폭력 사건이 근절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가해자 처벌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더욱 필요한 것은 예방으로 피해자를 자주 만나면서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성폭력을 바라보는 우리의 민낯

피해 여성은 1차로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게 되며, 경찰에 신고했다고 여성의 피해는 끝나는 것이 아니다. 사건 발생 후 사법기관, 의료, 친구, 언론 등에 대해서 무차별 반응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은 물론, 사회적, 경제적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많다.

신순옥 센터장은 “피해 여성이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심리적 아픔을 갖고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데, 이들을 성폭력 생존자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이유다”라며 “피해 여성이 드러나지 않아도 사건이 해결되어야만, 시스템이 갖춰진 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육을 통해서 성폭행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켜야 할 필요성도 있느데, 사건이 생길 때마다 피해자를 단순히 피해자로 바라보는게 아니라 어떠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눈길을 보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시대적 흐름에 따라 신고가 늘어나야 하는데, 오히려 신고는 줄어들고 있다. 집중적으로 피해자의 피해 인정이 아닌 허점을 드러내려는 우리 사회의 민낯”이라고 말했다.

신순옥 센터장은 “피해 여성을 위한 건강한 공동체가 형성되어야 하는 것도 중요한데, 현재 우리 사회는 성폭력 피해 원인을, 그리고 치유의 몫도 여성에게 넘기고 있는데, 피해 여성은 성범죄의 고통을 스스로 감담해야 하며, 대책을 직접 찾아야 하기도 한다”라며 “이 때문에 성범죄는 한 개인에 대한 폭력이 아닌 사회 전체의 폭력이라 할 수 있는 만큼 사회의 관심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연숙 의원은 “여성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할 필요가 있는 시점에서, 소프트웨어보다 하드웨어에 더욱 포커스를 맞춘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요청하는 한편, “여성 성범죄 발생 이후 피해 대책 마련과 그들을 위한 지원 인프라 구축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이어서 “여러 다른 지자체에는 여성정책재단과 기관이 많이 있는 반면 당진에는 그렇지 않고, 여성 성범죄가 발생하더라도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 적은 상황”이라며 “이런 점에서 여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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