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같은 ‘복운 어린이공원’...어린이 이용 시설 사실상 없어
“어린이공원인 줄도 몰랐다”...당진시의회에서도 개선 지적
당진시, 별도 예산 배정 없어...“관계부서와 협조, 조치 할 것”

복운 어린이 공원 내 시설.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러져 있는 반대편. 이쪽을 통해서는 올라갈 수 있다. 석재로된 이 시설은 경사가 상당해 어린이들이 올라가면 낙상 등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 애초에 어린이공원과는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시설.
복운 어린이 공원 내 시설.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러져 있는 반대편. 이쪽을 통해서는 올라갈 수 있다. 석재로된 이 시설은 경사가 상당해 어린이들이 올라가면 낙상 등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 애초에 어린이공원과는 어울리지 않아보이는 시설.

[당진신문=오동연 기자] 당진시 송악읍 복운리(이주단지)에 위치한 공원이 폐허처럼 변해가고 있어 당진시의 관심과 조치가 필요하다. 이 공원의 정식명칭은 ‘복운 어린이 공원’이지만 오히려 어린이의 접근을 막아야 할 상황이다.

이 지역엔 어린이들이 없는 것일까. 주변에 다세대주택단지(원룸,투룸)와 아파트가 있어 부모와 함께 공원 근처를 지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송악읍사무소에 따르면, 이주단지가 위치한 복운3리의 0세-12세 인구는 652명, 4세-12세 인구는 472명이다.(2월15일 기준) 어린이 공원을 이용할 어린이가 없는 지역은 아니라는 것. 그러나 일반적인 부모라면 어린 자녀가 이 공원에 출입하는 것을 제지해야할 듯하다.

근처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이곳이 어린이공원인줄도 몰랐다”면서 “아이와 함께 이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2월 당진시의회 시정질문 중 시설사업소 소관 질의에서 최연숙 시의원이 이 공원을 언급했었다. 최연숙 의원은 “(복운)어린이 공원을 보면서 러시아 체르노빌 사태로 폐허된 곳이 연상된다”면서 “아이들이 가지 않는 어린이 공원이고, (그 지역에) 유일하게 있는 공원이 너무 황폐화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어린이 공원과 시설은 깨끗한 환경이 요구되고 항상 각별히 신경써야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되는데, 안타깝다”며 “어린이 공원이면 어린이 공원답게 쾌적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개선을 요구했었다.

2월 14일 방문한 공원의 가로등 중 하나가 파손돼 쓰러져 있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이상태로 방치된 듯 하다.
2월 14일 방문한 공원의 가로등 중 하나가 파손돼 쓰러져 있다. 적지 않은 시간동안 이상태로 방치된 듯 하다.
2월 14일 방문한 공원과 인접한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부지에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은 공원 부지가 아니라 사유지라고 한다.
2월 14일 방문한 공원과 인접한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부지에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이곳은 공원 부지가 아니라 사유지라고 한다.

기자가 찾은 이 공원에는 운동시설이 몇 개 있으나, 매우 지저분한 모습이었으며, 바닥의 모래에는 누군가 길고양이 거처를 마련한 듯한 모습과, 어린이들이 발을 다칠 수도 있는 참치 캔 뚜껑이 버려져있었다. 공원 입구 중 한곳에는 언제 파손된지도 모를 가로등 시설이 쓰러져 부러진 채 낙엽에 쌓여 있었다. 

놀이시설로 보이는 큰 시설물에는 이 공원이 ‘복운 어린이 공원’인데도 불구하고 “본 시설물은 어린이 놀이 시설이 아니므로 어린이의 이용을 금지합니다”라는 아이러니한 표지판이 있었으며, 출입금지 테이프가 칭칭 감겨져 있었다. 그렇다고 확실한 출입금지 조치도 아니어서, 비집고 들어가거나 반대편으로는 출입이 가능하다. 이 시설로 향하는 반대편의 석재로 된 계단 면은 경사도 상당할뿐더러 어린이들이 이용할 경우 낙상 등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어린이공원에 어울리지 않는 시설일뿐더러, 나무로 된 시설도 노후화돼 갈라진 곳이 있는 등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는다.

어린이 공원 내 공중화장실은 관리자가 있는 듯 하나, 이곳을 오가는 이용객이 많기 때문인지 불결한 모습이었다. 공원 옆 주차장에는 크고 작은 각종 쓰레기가 쌓여있고, 주차장 내에는 장기 방치 차량도 볼 수 있었다. 공원 한 구석에는 비가림시설과 버너, 화목용 군고구마통 드럼통, 거울 등이 있어 누군가의 임시 거처같은 모습도 보였다.

복운 어린이 공원 내 시설.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러져 있고, 표지판에는 어린이 놀이시설이 아니므로 이용을 금지한다고 써있다.
복운 어린이 공원 내 시설. 출입금지 테이프가 둘러져 있고, 표지판에는 어린이 놀이시설이 아니므로 이용을 금지한다고 써있다.
공원 내 표지판 중 하나. 글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래돼 보인다.
공원 내 표지판 중 하나. 글씨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래돼 보인다.

이 모든 점이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어린이 공원이라기보다는 을씨년 스러운 분위기다.
최연숙 시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 공원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어린이 공원이 방치돼 온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며, 어린이 공원으로 적합하지 않으면 일반 공원으로 바꾸든지 조치를 하든가 제대로 관리를 해야 한다”면서 “주변 식당에서 나온 사람들이 담배를 피거나 술을마시는 공간이 되고 있어 철저히 관리를 해야 하고 주변 주차장 쓰레기 투기 문제도 cctv설치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당진시 시설관리사업소 산단관리팀 관계자는 “최근에도 공원에 여러 사람이 모여 있다는 민원이 있어 현장을 방문했으며 설치된 텐트(비가림시설) 등을 치우도록 계도를 했다”며 “공원관리원이 1명이 있으나 한 공원에 상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산단 내 여러 공원들을 관리하다보니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출입금지 조치된 노후화된 시설과 주차장 쓰레기 문제에 대해 산단관리팀 관계자는 “산단 내 공원의 시설에 문제가 있을시 보수하는 예산 계획이 있다”면서 “인접한 주차장의 경우는 공원부지가 아닌 사유지”라고 밝혔다.

시의회에서도 지적된 바 있는 이 공원의 집중적 개선을 위해 올해 따로 배정한 예산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복운 어린이 공원의 경우 표지판에는 관리부서가 시설관리사업소지만, 공중화장실과 방치된 쓰레기, 파손된 가로등은 각각 관리 부서가 다르다. 당진시 각 관련부서의 협력과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조성된지 오래되지 않은 기지시리 아파트 지역의 한 어린이 공원.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어린이 공원의 모습이다. 복운어린이공원과는 너무 다른 모습.
조성된지 오래되지 않은 기지시리 아파트 지역의 한 어린이 공원.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어린이 공원의 모습이다. 복운어린이공원과는 너무 다른 모습.

한편 이 공원 관리부서인 시설관리사업소 소장과 산담관리팀장은 올해 1월 인사발령에 따라 담당자가 바뀌었다. 당진시 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1998년 복운 어린이 공원이 조성된 후 타부서에서 관리하다가 2019년 시설관리사업소가 생기면서 관리 부서가 바뀌었다. 

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올해 산단내 공원 보수 예산은 편성돼 있으나, 복운 어린이 공원만을 위해 따로 예산 배정이나 계획이 된 것은 없다”면서도 “지적되는 문제점들에 대해서 관계부서와 협조해 최대한 빨리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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