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덕읍 후경리 마을상수도 파이프 파손...1년 째 이물질 섞인 물 나와
주민들, 피부 간지러움 등 피해 호소...“관리업체는 ‘돈 없다’며 방치”

화장실 샤워기에 끼웠던 필터가 사용한지 하루만에 거무스름하게 변색되어 있는 모습.
화장실 샤워기에 끼웠던 필터가 사용한지 하루만에 거무스름하게 변색되어 있는 모습.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현재 마을상수도를 사용하는 합덕읍 후경리에는 1년 전부터 물에 흙과 녹이 섞여 나오고 있다. 배수관 파이프가 손상된 이후부터다.  

후경리 주민 이 모씨는 “어느 날부터 흙탕물이나 녹물이 흘러 나왔지만 신경 쓰지 않고 씻었는데 그 때부터 피부가 간지럽고 울긋불긋해졌고, 면역력이 약한 어린 아이들은 더욱더 피부 피해가 심한 상황”이라며 “어르신들은 흙탕물이 나와도 어디에 민원을 제기해야 할지 모르니까 그냥 사용하고 말을 안하셔서,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파이프 파손에 대한 사실을 알게 된 마을 주민 일부는 현재 주방과 화장실에 필터를 끼워 사용하고 있지만 물을 반나절만 사용해도 필터는 붉고 거무스름하게 변해버린다. 

1주일간 주방과 화장실에서 사용한 필터들.
1주일간 주방과 화장실에서 사용한 필터들.

마을상수도는 지방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마을에 자체 취수시설을 갖춘 상수도다. 합덕읍의 후경리를 비롯한 합덕리, 점원리(상점원, 중점원, 하점원), 상동, 원신흥, 옥금리 등 8개 마을은 20여년 전에 마을 주민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상수도 시스템 운영을 결정했고, 각 호당 20여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연호상수도’에 마을상수도 공사와 관리를 맡겨왔다. 

이후 2020년 11월까지 8개 마을의 430가구(946명)는 마을상수도를 사용해 왔으며, 지난해 12월 옥금리가 지방상수도로 전환을 하면서 현재는 1월 기준 7개 마을만 마을상수도를 이용하고 있다.

주민 이 모씨는 “1년여 전에 배수관이 터지고 나서 일부 주민이 사업소에 수리를 요청했고, 사업소도 파이프가 터진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수리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며 “지난 12월에 파이프 수리 요구를 했더니 연호상수도 담당자는 돈이 없다며 공사를 할 수 없다는 말을 했는데, 그럴거면 왜 사업을 맡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호상수도 “철도 공사로 인한 파이프 파손”
당진시 “마을상수도 관리는 당진시 권한 밖”

하지만 연호상수도 관계자는 파이프가 터지면서 이물질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 이고 있다. 

연호상수도 관계자는 “파이프가 있는 곳 위에 철도 공사가 진행되고 관통하면서 진동이 생겨 파이프라인에 있는 이물질이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사업을 하면서 기본 수도세를 400원으로 책정해 받고 있지만 이걸로는 사업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서 주민에게 돈이 없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서 “파이프가 터졌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한참 농번기인 시기에 논을 파헤칠 수도 없었고, 그동안 모아놓은 사업 예탁금 만기일이 오는 1월 말경인데 중간에 공사하겠다고 해약할 수 없어서 기다려왔다”며 “빠른 시일내에 마을의 대표단이 참여하는 기획위원회를 열어서 마을 파이프 보수 공사 건의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예탁금 사용에 대해서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당진시 수도과 관계자는 “마을상수도 수질검사는 당진시가 진행은 하고 있지만, 문제 발생 시 관리를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며 “지방상수도 전환은 당진시 조례에 따라 지방상수도 전환 사업에 필요한 사업비를 시가 지원하고, 이에 따른 최저 비용 21만원은 주민이 지불하게 되어 있어 모든 비용을 시에서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필터 없는 물을 사용한 주민은 피부병이 생겨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
필터 없는 물을 사용한 주민은 피부병이 생겨 지금도 치료를 받고 있다.

주민 이 모씨는 “저처럼 젊은 사람들은 필터라도 사서 수도꼭지에 끼워 물을 사용하겠지만, 필터를 모르고 구매하지 못한 주민들은 이물질 섞인 물을 그냥 사용하고 있다”며 “사업소에 아무리 따져도 담당자는 ‘돈이 없으니 마을 주민들이 개인적으로 돈을 모아서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고, 당진시는 마을상수도 관리 권한이 없고, 지역상수도로 바꾸려면 각 가구당 21만원을 지불해야 한다는데 어르신에게 그 돈은 큰 돈”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주민들에게 돈을 받고 사업을 하고 있으면, 맑은 물을 마시게 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지 않나”라며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사이에 마을 주민들은 물을 계속 사용하면서 건강의 위협을 받고 있는 만큼 사업소와 당진시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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