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립고 낮추는 조건 달아 31일 공증까지 마쳐

송산 산폐장 건설 현장.
송산 산폐장 건설 현장.

[당진신문=오동연 기자] 당진시와 송산 산폐장(산업폐기물처리시설·매립장, 사업자 제이앤텍) 간의 입주계약 체결이 마무리 된 것으로 확인됐다. 송산 산폐장 사업자인 ㈜제이엔텍 측과 당진시 양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입주계약 체결은 2020년 마지막날인 12월 31일 오후에 마무리됐다.

당진시 관계자는 “입주계약을 체결하면서 사업자 측에 2027년까지 매립고를 낮추는 것으로 조건을 달았다”며 “매립고를 낮추는 약속이행을 위해 공증까지 마쳤다”고 전했다.

현재 계획상의 송산 산폐장 매립고는 18미터이지만 2027년까지 15미터로 조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매립고는 매립장의 높이를 뜻한다.  송산산폐장 매립고는 지하로는 35미터이며 지하 매립량이 다 차면, 지상으로 폐기물을 쌓게 되는데 이 높이가 계획상 지상 18미터였다. 매립고를 낮추면 그만큼 폐기물 매립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윤이 줄어들게 된다.

제이앤텍 측 관계자는 “그동안 매립고를 낮춰달라는 당진시의 요구가 있었으나 PF(대출)관련 문제가 있어 어려웠던 사항”이라며 “PF 기간이 끝난 후(2027년에) 매립고를 낮추는 방안을 모색한 것”이라고 전했다.

당진시 관계자는 “그동안 시민단체(산폐장 대책위)에서는 입주계약을 안 한 사업자의 허가를 취소하고 당진시가 양도받으라는 주장을 해왔으나 법적 자문을 해본 결과 불가능한 일이고, 계속 입주계약을 당진시가 거부하면, 사업자 측은 당진시에 소송을 걸 것이고, 당진시가 소송에 패소하면 나중엔 입주계약에 조건을 달수도 없게 된다”며 “매립량이 너무 많다는 시민단체 우려가 있어, 입주계약 체결을 하면서 매립고를 낮추도록 조건을 단 것”이라고 전했다.

각하·불기소...사업자에 유리하게 흘러가

작년 9월 15일 이해선 전 경제환경국장이 산폐장 관련 토론회에서 송산 산폐장 측이 당진시와 입주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음을 밝히면서, 입주계약 미체결 문제가 논란이 됐다.  ㈜제이엔텍은 2019년 9월 토지 등기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으며, 관련법상 부지 취득 후 3개월 이내에 입주계약을 해야했으나 입주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진 것.

이에 산폐장반대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산폐장 대책위)는 9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법에 따라 당진시가 양도받아 산폐장을 운영할 것과 산폐장 사업 허가 취소 등을 요구했었으며 “입주계약을 않고 공사를 진행했으니,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제이엔텍 측은 당시 “산업단지 내 입주가 처음이고, 관련기관 협의에서 입주계약이 필요하다는 얘길 들은 바가 없었기에, 억울한 면이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당진시는 입주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 중인 ㈜제이엔텍 측에 대해 경찰에 고발조치하고, 법원에는 공사금지(중지) 가처분 신청을 했었다. 

그러나 상황은 제이앤텍 측에 유리하게 흘러갔다. 작년 11월, 법원은 당진시의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고 각하했으며, 이에 따라 송산 산폐장은 공사중지를 할 필요가 없이 공사를 진행해왔다. 검찰도 입주계약을 하지 않은 ㈜제이엔텍에 고의성이 없다고 보고, 무혐의로 불기소처분 결정을 했었다. 

제이엔텍측은 지난해 9월 말경 당진시에 입주계약을 신청했지만, 이런 법적 조치 과정을 거치면서 당진시와 제이앤텍 간의 입주 계약은 미뤄져 왔다. 산폐장 대책위 측은 지난 12월 14일 당진시청을 방문해 “당진시가 사업자 측과의 입주계약 체결을 보류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진시가 이미 입주계약을 계속 연기해온 데다가, 입주계약 미체결 건에 대해 법원과 검찰에서도 각하나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한만큼, 사업자 측의 입주계약 신청을 더 보류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산폐장 대책위는 입주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진 후인 7일 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과 대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폐장 대책위 권중원 집행위원장은 “12월에 시민단체들은 산폐장 1일 매립용량 적시, 환경영향평가 내용을 지킬 것 등 시민사회 우려 사항들을 당진시에 전달해 입주계약에 반영할 것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했었다”며 “3미터의 지상 매립고 높이 조정으로 인해 매립용량이 줄어든 것은 대책위 입장에서는 100% 만족하지 않지만, 매립고 높이를 낮춘 것은 대책위 활동 영향의 성과”라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 대책위는 과도한 산폐장 매립용량에 대해 금강유역환경청과 충남도청에 항의 방문 등 활동을 할 계획이며, 민관사협의체 참여도 적극 모색할 것이고 산폐장 사후처리 문제에도 집중할 것”이라면서 “당진시에 민관환경감시센터를 위한 조례 개정을 적극 검토할 것과 폐기물관련 법 개정에 적극 나설 것을 건의했으며, 향후 산폐장 사업자가 매립고 높이 조정 등 약속 사항을 잘 지켜나가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제이엔텍은 송산면 동곡리 306-107번지 일원에 19만 777㎡(약 5만 7천평) 규모의 폐기물처리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산업폐기물 매립 기간은 약 13년으로 예상된다. 당초 ㈜제이엔텍 측은 1단계 매립장 매립 시작을 올해 1월로 예상했었다. 

제이앤텍 측 관계자는 “그동안 입주계약 체결이 지연되면서, 당초 1월에 예상됐던 1단계 매립장 매립 시작은 2월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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